그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방지원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그 순간부터 우리는 한 명의 소설가를 만나게 된다. 굿으로 이야기를 하고, 예술을 하고, 일상을 보내고, 굿으로 세계를 그리는 ‘소설가’ 방지원이다. 일부러 웃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 같지 않은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몸에 장착된 사투리와 함께 거스름 없는 이야기 전개가 압권이다. 재미진다. 24시간 옆에 앉아서 ‘굿’ 이야기만 들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기대하게 될 것만 같다.
방지원. 동해안별신굿 이수자, 동해안 화랭이, 타악주자, 악기 개발에도 관심이 있고, 퍼포먼스에도 욕심이 있다. 뭔가를 계속 만들고, 연주하고, 연구하고, 연습하고 그 과정을 글 쓰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꾼 방지원, 그는 소설가이다.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주변의 모든 일은 자연스럽게 멈춰진다. 그의 연주가 시작되면 그가 이야기하고 공연하는 동해안별신굿에 대한 관심이 생성되고, 그가 꿈꾸는 <방지원-동해 UNIVERSE>가 궁금해진다. 덧붙여 저런 입담은 도대체 어떻게 생성되는 것인가라는 궁금증과 인간적인 호기심까지 곁들여진다.
집안에 국악 연주자는 없었단다. 일명 자생적 딴따라인 셈이다. 5살 때 사물놀이 공연을 보고 전통에 반했다. 전통공연 연주자가 될 운명이었는지, 화랭이가 될 운명이었는지… 우연히 동해안별신굿을 보게 된 후, 고등학교 때 ‘굿’의 세계에 입문했다.
사람의 인생이 녹아 있고, 지역의 인생살이가 녹아 있는 판이 굿판이다. 인간의 ‘숭고함’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판이 굿판이다. 손자를 위해, 부모를 위해, 내 옆의 누군가를 위해, 세계를 위해, 이 지구의 생명체의 평화와 안식을 위해 기도하고 기원하는 그 모습을 그는 음악으로, 공연으로 풀어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