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즈음에 형성된 산조가 20세기인 1900년대를 거쳐 오늘까지 흘러오는 동안, 1990년대 말에 등장했던 <뿌리깊은나무 산조전집>과 <젊은 산조> 음반은 산조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두루 살피는 20세기 역작이었다. 1989년 LP로 출반되고, 1990년대 초반에 CD로 나온 <뿌리깊은나무 산조전집>은 20세기 중반을 지나며 다져진 산조들을 한 자리로 모은 역대급 프로젝트였다. 1993년 CD로 모습을 드러낸 ‘젊은 산조’는 산조 역사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나갈 ‘젊음’의 행진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산조의 뿌리 찾기와 열매 맺기가 1990년대의 몇 년 사이에 진행되된 셈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 <산조대전>이 갖는 의미와 의의는 20세기 후반 <뿌리깊은나무 산조전집>를 통한 ‘뿌리 찾기’와, <젊은 산조>를 통한 ‘미래 찾기’의 명맥을 21세기에 이르러 이어가고 있는 시리즈물이라 점이다.
작년에는 44명의 예인이 30일간 46곡의 산조를 선보였고, 올해는 15일간 30명의 예인이 30곡의 산조를 선보였다. 한 명의 예인이 무대에서 긴 산조를 선보였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한 무대에 1~4명의 예인이 올랐다. 관객 입장에서는 한 번의 발걸음으로 다양한 산조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월 30일 공연에서는 젊은 피리 연주자 최광일, 이광호, 이찬우, 김성엽이 박범훈·정재국·한세현(서용석제)·이종대(지영희제)류의 피리산조를 선보였다. 작년이 산조 감상의 ‘깊이’감을 느낀 시간이었다면, 올해 예술감독을 맡은 윤중강(음악평론가·연출가)은 산조 유파의 ‘다양성’과 이를 잇고 있는 예인들의 ‘젊음’에 방점을 찍었다.
‘젊어진’ 출연진과 더불어 미래를 ‘짊어진’ 예인들의 노력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공연은 한지수류 생황산조의 한지수, 김용성류 해금산조의 선지우, 김동근류 퉁소산조의 김동근, 서용석제 송경근류 훈산조의 송경근이 한 무대에 오른 4월 2일 공연이었다. 30~40대 연주자들이 직접 만든 ‘오늘의 산조’는 물론 특수악기로 취급되는 생황과 훈이 빚어내는 ‘이종(異種)의 산조’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터운 프로그램북에는 산조와 연주자에 대한 정보를 담았고, 공연 시작 전마다 윤중강 산조대전 예술감독의 해설이 있었다. 특히 올해는 프로그램북이 종이 책자가 아닌 전자책으로 배포되었다. 관객들은 공연 전 티켓 뒷면에 기입된 큐알(QR) 코드로 해당 공연의 정보를 받았다. 환경을 고려한 움직임이 예술가와 공연장 사이로 캠페인처럼 번지고 있는 지금, 서울돈화문국악당도 보폭을 맞추며 선보인 서비스였다(환경을 고려한 국악계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본 웹진에 게재된
좌담 으로).
1~3월의 공연들과 ‘뿌리’ 다지기
2월 <일소당음악회>와 3월 <산조대전> 외 국악계의 1~3월에는 많은 공연이 올랐다. 안해본소리 프로덕션의 <팔도보부상 TV쇼>(22.12.11~12)와 그룹 노마드의 <제노사이드 그리고 증언>(1.7~8)은 젊은 국악인들이 가까운 과거로 떠난 여정이었다. <팔도보부상 TV쇼>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TV쇼와 전통예술의 접점을 모색한 공연이었고, <제노사이드 그리고 증언>은 1948년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했다. 작년에 첫선을 보인 문래예술공장(서울문화재단)의 비넥스트(BENXT) 사업에 선정된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