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의 기능과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주미영┃예술단체와 공연장의 협력을 통해 예술단체의 ‘창작 역량 강화’가 하나의 목적이고, 공연장 입장에선 양질의 공연과 콘텐츠, 이를 통한 관객 확보, 지역 주민 유도 등을 통해 ‘공연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관객으로서는 양질의 공연을 접하는 향유 기회를 확보할 수 있고요. 이러한 종합적인 목적이 이 사업의 기대 지점이자 효과입니다.
예술단체와 공연장에 일어나는 양쪽의 변화
서울문화재단이 공연장과 상주단체를 매칭하는 시스템인데, 공연장에 근무하는 기획자 입장에서 상주단체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금노┃공연장 근무자 입장에선 단체의 작품성과 지속성을 보기도 했지만, 대중성과 티켓 판매에 좀 더 역점을 두었습니다. 왜냐면 티켓 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이러한 수익이 단체의 수익과도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유료 관객이 늘어나고 극장의 인지도나 활성화 부분에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부터 함께 하게 된 놀애박스는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춘 단체입니다.
최가영┃돈화문국악당은 공연장과 무대 크기가 작은 편이라서, 단체의 규모, 단체 특유의 레퍼토리, 전문성을 기준으로 고려했습니다. 더불어 올해는 어린이 관객을 통해 미래의 잠재적인 관객을 개발하자는 취지를 가졌는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레퍼토리를 다수 확보하려는 광대생각과 함께 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상주단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터전인 공연장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연장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선영욱┃상주단체로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공연장의 특성을 잘 살리고, 단체의 작품과 공간의 시너지를 찾아내는 방법이에요. 돈화문국악당은 소극장이다보니 공간 규모의 특성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연희적 요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광대생각의 면모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현재 보유한 레퍼토리들이 대극장용으로 만들어졌어도, 규모와 크기가 다른 공연장에 맞도록 재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보다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박인혜┃개인적으로 놀애박스의 인기가 높아져 남산국악당의 어깨가 으쓱해지길 바랍니다. 그런데 사실 남산국악당이 유지해온 관객층과 저희 작품의 관객층은 다릅니다. 놀애박스의 관객층에는 남산국악당에 와본 관객이 많지 않은데, 그들을 남산국악당과 남산골한옥마을이 지닌 ‘무드’를 통해 새롭게 유입해보려고 합니다. 관객들에게, 특히 공연 애호가들에게 공연장과 인근 지역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거든요. 이러한 새로운 느낌이 남산국악당에서 선보일 작품과 더 잘 연계되면 좋겠고요. 놀애박스가 요즘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하는 렉처 콘서트 ‘판소리 야학당’도 이 공간의 ‘무드’와 연결되어 있어요.
선영욱┃광대생각은 어린이 관객 유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돈화문국악당(종로구 와룡동 소재) 인근에는 초등학교가 많지 않다는 점이 좀 아쉽더군요. 광대생각은 원래 학교 같은 교육기관을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전통 연희와 재담도 가르치고, 공연도 보여주는 단체로, 상주단체이지만 ‘찾아가는’ 식의 이동형 프로그램을 계획했었는데, 지금은 돈화문국악당으로 어린이와 가족을 방문하게 하는 방법을 구상 중입니다.
주미영┃공연장 입장에서는 상주단체 제도가 공연장의 정체성과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일 뿐입니다. 하지만 공연 제작 예산과 공연 콘텐츠 확보를 위한 차선책으로는 상주단체 제도가 공연장에 기여하는 점이 많다고 봅니다.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상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번 매칭은 아직 초기 단계라 서로를 파악하는 단계이고, 다른 공연장의 사례에 비해 시작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 좋은 과정과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열린 소통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통해 같은 목적을 바라보고 진행한다면 공연장과 상주단체의 관계가 성공적으로 유지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