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봄   山:門 PEOPLE

인터뷰│서울남산국악당 [2023 남산소리극축제] 예술감독 최용석

김일송
발행일2023.03.07

창작자와 실연자가
중심이 되는 축제

2023 남산소리극축제_판소리트레블러(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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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남산소리극축제_판소리공장 바닥소리(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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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남산소리극축제_창작하는 타루(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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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주최‧주관한) ‘창작국악극대상’이라는 경연대회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 수상작들을 모아 ‘창작국악극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열었어요. 국악계 소리꾼들에게는 실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는 의미 있는 행사였는데, 한 3회 정도 운영하다가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부활했으면 좋겠는데…. 그 뒤로 지속적으로 열리는 축제는 없는 것 같아요. 지난해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시작한 음악극 축제가 올해도 5월에 열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소리극축제’라면 이미 여러 지역에서 개최하고 있는 행사 아닐까? 지난겨울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남산초이스’ 사업의 일환으로 ‘소리극축제’를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들었던 의문이다. 앞선 인용문은 국악계 사정을 모르는 필자의 이러한 무지에 대한 소리꾼 최용석의 답변이다. 20여 년 전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이하 바닥소리)를 창단하여 오랫동안 이끌어온 바닥소리 전(前) 대표 최용석이 올해 처음 개최되는 ‘2023 남산소리극축제’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를 만나러 우수(雨水)가 지난 어느 아침 남산자락을 올랐다.
 
최용석 [2023 남산소리극축제 예술감독]

소리극의 토양을 다진 바닥소리와 타루

“축제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까 기획팀과 오래 이야기를 나눴어요. 처음에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하니까 제목에 판소리를 넣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런데 판소리를 기반으로 하긴 하되, 조금 더 포괄적인 작품을 선보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최종적으로 ‘2023 남산소리극축제’로 정하게 되었어요. ‘소리극’이라 했지만, 최소한 우리 음악을 바탕으로 실험을 하는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축제 기간이 가정의 달 5월이라 올해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어린이극 두 작품과 가족극 한 작품을 초청했어요.”
그렇게 선정한 작품은 판소리 트레블러 KA2729(이하 판소리 트레블러)의 ‘아리랑 그리랑’(5.5~5.6), 바닥소리의 ‘닭들의 꿈, 날다’(5.12~5.13),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이하 타루)의 ‘말하는 원숭이’(5.20) 이다. 이 중 2002년 창단한 바닥소리와 2001년 창단한 타루에 관해서라면 소개가 사족일 것이다. 그럼에도, 20년 이상의 공력을 가졌어도, 선정이유는 확인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바닥소리는 사회 비판적 요소를 대중성 있게 선보이려 노력하는 단체로, 단체명을 ‘바닥소리’로 지은 데에도 그런 의미를 함유하고 있어서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대표직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그런 고민을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여성 독립운동사를 이야기(‘해녀탐정 홍설록’)하기도 하고, (전태일 열사를 모티프로 해) 노동자들의 현실에 관해서 이야기(다큐 판소리 ‘TALE’)하기도 하고요.”
 
‘바닥소리’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억압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판소리라는 의미에서 작명된 이름이다. 최근 바닥소리는 한국 노동운동사 최초의 노동운동가이자 고공 농성자로 알려진 강주룡 열사의 일대기를 담은 소리극 ‘체공녀 강주룡’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연되는 ‘닭들의 꿈, 날다’는 최용석이 2000년대 초반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창작한 작품으로, 통일문제를 다룬 바닥소리의 대표작이다.
반면에 타루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접목하여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창작하는 집단이다. 대표작으로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판소리, 애플그린을 먹다’, 햄릿의 자아를 4명으로 설정한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등이 있다. 이번에 공연되는 ‘말하는 원숭이’는 2016년 처음 선보인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공연되는 타루의 레퍼토리 중 한 편이다.
 
“바닥소리보다 1년 먼저 창단한 타루는 ‘판소리라면 어려운 거’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때에, 내용적, 형식적으로 실험적인 판소리를 선보이면서 ‘판소리가 어렵지 않다’라는 걸 대중적으로 알린 단체인 것 같아요. 신선한 실험으로 소리극을 선도했던 단체죠. 타루의 정종임 대표는 공연계의 흐름을 잘 민감하게 파악해서 어떻게 녹여낼까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공연계가 고민하는 지점을 한발 앞서서 실험하는 단체였다고 생각합니다.”
바닥소리, 판소리 트레블러, 타루 그리고 최용석 예술감독

젊은 소리꾼들이 뭉친 판소리 트레블러

바닥소리와 타루와 비교해 판소리 트레블러는 조금 낯선 이름일지 모르겠다. 판소리 트레블러는 여행을 사랑하는 젊은 소리꾼 김은경과 강나현이 2020년 결성한 신진 단체로 어린이 소리극 ‘아리랑 그리랑’은 그들의 창단작이다. 이 작품은 서로 잡고 잡아먹히는 관계인 쥐(아리)와 독수리(그리)가 노래를 통해 친구가 되는 내용의 어린이 소리극으로 2021년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를 통해 초연되었다.

이번 ‘2023 남산소리극축제’에서는 이렇게 선정된 바닥소리, 타루, 트레블러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공연보다 다른 데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인터뷰의 처음에 인사말로 나눈 이야기와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에서 그가 거듭 꺼낸 건 워크숍과 좌담회였다.
 
“놀랍게도 신진 단체가 많지 않아요. 중견 단체나 중견 소리꾼은 많죠. 이자람 씨나 박인혜 씨처럼 독보적인 분들이 많긴 한데, 이들을 이을 청년 세대나 단체는 많지 않더라고요. 잘한다 싶은 사람들은 국공립단체에 들어가다 보니 민간단체에 남아 소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판소리 트레블러는 자신들이 이야기를 창작해서, 극에 음악이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능력이 뛰어나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제작의 시간을 공유하기도

“바닥소리와 타루, 두 단체 모두 20년 넘게 활동하며 소리극 운동을 펼쳐온 민간단체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두 단체를 소개하는 자리도 가져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한편으로 두 단체의 워크숍을 두 단체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좌담회를 통해 지금 소리극을 하시는 분들이나 앞으로 소리극을 하고 싶은 예비 예술가들과 20년의 세월을 돌아보고, 앞으로는 전망하는 자리를 가져보고 싶어요. 그래서 현장 예술가들이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고 모아내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생각으로 ‘2023 남산소리극축제’를 준비 중입니다.”

이번 ‘2023 남산소리극축제’에는 2회의 워크숍과 1회의 좌담회가 예정되어 있다. 먼저 타루는 3시간 동안 소리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며 소리 하나를 완성하는 창작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리고 바닥소리는 작창을 중심으로 판소리 노래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에 따르면 이론을 학습하는 자리보다는 실질적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한다. 또한,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대등한 관계 안에서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될 거라 한다. 그리고 워크숍 못지않게 중시하는 게 좌담회라며 그는 말을 보탰다. 그의 마지막 말이 이번 ‘2023 남산소리극축제’를 한 마디로 소개하는 한 줄이라 생각하며, 그의 말로 갈무리한다.

“배우, 소리꾼, 작곡자, 연출가, 스태프, 기획자들 등 분야를 막론하고 소리극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오셔서 온갖 목소리를 다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서로 한마디씩 응원의 말과 비판의 말을 보태다 보면 이쪽에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도 길을 제시를 해주는 실질적인 자리가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번 ‘2023 남산소리극축제’를 실제 무대에 서는 사람들,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축제로 가져가 보고 싶습니다.”
김일송
책공장 이안재를 운영하면서 희곡, 평론 등 연극 관련 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공연문화월간지 [씬플레이빌] 편집장과 서울무용센터 웹진 [춤 :in]  편집장 , 공연예술국제교류 정보플랫폼 [더아프로] 편집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