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영상을 통해 남산골한옥마을을 답사하는 기획이 그것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남산골한옥마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가옥탐방’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남산골한옥마을을 관람할 수 있는 비대면 시대 맞춤형 콘텐츠이다. 남산골한옥마을의 역사와 그 조성 배경은 물론 남산골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통가옥 5채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물 총 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위해 남산골한옥마을의 조성 과정에 참여한 건축가 김원(광장 건축환경연구소 대표)의 인터뷰를 비롯해 역사소설가 정명섭과 함께하는 영상 답사가 포함되었다. 신분과 직책이 달랐던 5인의 가옥을 쉽고 흥미로운 해설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영상으로, 각 가옥이 갖는 특징과 그곳에 살았던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조선 시대 구한말 한양 사람들의 주거문화까지 다루고 있다.
1890 프로그램 카테고리는 공연연계형 인문, 예술 프로그램, 지역연계형 공공 전시 프로그램, 풍류형 주제 프로그램으로, 풍류형 주제 프로그램은 1890의 근대를 키워드로 한 독자적인 소규모 공연과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연 관람은 다소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은 언택트 시대를 넘어 관객과의 다양한 소통의 접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헤아려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상주단체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열하일기>의 공연과 연계하여 박수밀(고전문학자)의 ‘경계인 박지원, 세상을 바꾸다’가 4월 29일 2회(오후 5시, 6시 반) 진행되었다. 연암 박지원이라는 인물을 조명하고 폭넓은 해석을 시도했다. 5월 프로그램은 유성기 음반으로 소리의 원형을 찾아가는 전병훈(소리꾼)의 ‘100년 증수(百年增壽)’(5월28일 저녁 7시반)가 준비되어 있다. 사람의 입을 통해 후대로 전해지던 옛 노래를 그 시대에 기록된 음원으로 근원을 탐구한다는 역사적인 의미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유성기로 즉석에서 참여자가 직접 소리를 녹음하고 들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통기획의 비전을 제시하는 2021 청년국악기획자 양성과정 ‘남학당: 온택트 창작역량강화’가 4월 29일부터 5월 29일까지(총 15회)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진행된다. 청년 국악인재 양성을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2017년부터 실시되어 분야별 전문가들의 사례 중심 수업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기존 사례 중심의 수업에 기획서 작성 및 영상콘텐츠 제작 그리고 편집 등의 실습수업이 추가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전통예술공연 기획의 지형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공연예술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5G, VR 등 신기술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 온라인 플랫폼, 공연예술 영상화에 관한 전문가도 강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어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공연 생태계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미래 가치에 대해 생생한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본 과정을 성실히 이행한 수강자에게는 하반기 인턴으로 선발하여, 온‧오프라인 통합콘텐츠 제작 및 전통예술 기반 프로젝트 수행 기회를 제공한다.
: 2021 젊은국악 도시락(樂)
여기에는 전통음악을 근간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단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우선 ‘월드뮤직밴드 도시’(5월 12일)는 전통악기와 밴드사운드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제시하는 월드뮤직밴드이다.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된 한국음악의 새 얼굴로, 전통악기 본연의 자유성과 특성을 바탕으로 독특한 사운드를 연주한다. 특히 기존 창작국악에서 쉽게 듣기 힘든 음악적 민첩성과 기교적인 면이 특징이다. 신진으로 구성된 ‘국악듀오 두은(Do_Eun)’(5월 18일)은 대중들이 국악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딱딱하고 지루한 국악이 아닌, ‘듣고 싶은’ 국악, ‘중독성 있는’ 국악을 지향한다. 또한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으로 말하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며, 이번 공연에서는 작곡가 이예솔과 함께한다. ‘그루브앤드(groove&)’(5월 19일)는 2017년 창단된 여성 타악앙상블 팀으로, 여성의 섬세함을 더욱 꼼꼼하고 탄탄한 짜임새로 무대 위에서 발현시켜 나가고자 한다. ‘모던가곡’(6월 2일)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한국의 소리로, 모던한 이미지에 담아 소통하는 창작국악팀이다. 2017년 창단되어 한국의 창작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현대의 감수성을 다감각적으로 풀어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중에는 특히 전통 현악기와의 결합이 독특한 단체들이 눈에 띈다. ‘FROM310’(5월 25일)은 “해금과 드럼에서 시작된 모든 음악”이라는 모토로 2018년 창단,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으로 공연·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쉼과 회복을 얻게 하고자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게스트 재즈피아니스트 안은진과 함께할 예정이다. ‘달음(DUO DAL:UM)’(5월 26일)은 2018년 가야금의 하수연, 거문고의 황혜영 두 연주자가 모여 결성한 팀으로, ‘달음’이란 어떤 행동의 여세를 몰아 계속해나가는 모습을 의미한다.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두 현악기 가야금, 거문고의 아름다운 울림 안에 강렬한 에너지를 조화롭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한편 ‘첼로가야금’(6월 1일)은 오스트리아 출신 첼리스트 김솔 다니엘과 한국 출신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이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 결성한 듀오다. 한국 전통음악이 지닌 레퍼토리와 전통악기가 지닌 특수성, 그리고 첼로가 가진 고유의 매력과 특색이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과 창작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서양의 이색적인 어울림을 선사하는 음악으로 창단 이래 유럽 현지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고즈넉한 서울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서 펼쳐지는 이번 ‘2021 젊은국악 도시樂’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신선하고, 특색 있고, 점심시간의 여유로움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