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봄   山:門 REVIEW

리뷰 | 서울돈화문국악당 [일소당 음악회]

웹진 산:문 편집부
발행일2023.02.21

그들은 추억이라 했고,
우리는 역사라 불렀다

이동규(2일·가곡), 최경만(3일·피리 태평소),
김광숙(9일·서도소리), 김청만(10일·고법)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지난 2일 4개의 공연으로 선보인 ‘일소당 음악회’ 시리즈(예술감독 송현민)는 이동규(가곡), 최경만(피리·태평소), 김광숙(서도소리), 김청만(고법) 명인들의 ‘연주’와 ‘이야기’가 흐르는 시간이었다.
일소당(佾韶堂)은 국립국악원이 종로구 운니동 후원 인근에 있을 적에 그 안의 부속 건물이었다. 춤을 뜻하는 일(佾), 풍류를 일컫는 소(韶)처럼, 일소당(佾韶堂)에는 여러 공연들이 올려졌다. 당시 일소당이 있었고, 지금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있는 종로는 이처럼 국악사 속의 중요한 텃밭이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이러한 역사를 공연과 교육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데 예전의 ‘운당여관’이 그러했고, 작년부터 일소당 음악회가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4명의 명인이 함께 한 이번 공연에도 그들의 이야기와 추억, 그리고 음악이 흘렀다. 공연을 관람한 공연기획자 김성주, 음악인류학자 김희선, 공연칼럼니스트 김일송의 후기와 함께 일소당 음악회를 돌아본다.
 

기예에는 엄격,
추억과 이야기에는 편안함을

2일의 이동규(국가무형문화재 가곡 보유자)는 남창 우조 초수대엽, 남창 우조 언락, 계면조 태평가를 선보였다. ‘역사가 된, 가객 가문 이야기’라는 공연명처럼 자신의 삶에 녹아 있는 선대의 이야기도 관객과 나눴다. “이동규 명인은 선친인 두봉 이병성과의 일화를 회상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우리 음악의 명맥을 잇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무대 양옆에 사진과 신문 기록 등이 투사되어 관객들은 어렵지 않게 당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김일송)”
이동규 명인
이처럼 일소당 음악회는 성장 배경과 학습 환경 등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관산융마, 수심가, 연평도난봉가, 화룡도 등 서도소리를 선보인 김광숙(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보유자)의 9일 공연도 그러했다. “엄마 손에 이끌려 갔던 시장에서 약장수를 보고 음악에 빠진 어린 시절 추억,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몇 날을 시위해 어렵게 국악예술학교(현 국립전통예술고)에 진학하게 된 무용담, 서도소리 명창 오복녀 선생을 만나 사사하게 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공연장을 채웠다. 김광숙은 오복녀의 애제자로, 스승을 인자하신 어머니라 말하며 돈독했던 과거를 회상했다.(김일송)”
김광숙 명인
명인들이 추억과 사진첩을 들여다볼 때는 역사와 웃음이 흐르는 시간이었다. 3일 공연의 최경만(서울특별시무형문화재 삼현육각 보유자), 10일 공연 김청만(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보유자)도 그러했는데, 자신들의 기예 앞에서 엄격하게 살아온 그들이 추억을 소환할 때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편안함이 관객석으로 전달되었다. “작년에 비해 많이 편안해진 분위기와 솔직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대담에서도 후배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에 방점을 두었다. 과거 일소당이나 돈화문 인근 종로의 국악사, 그리고 이와 연관된 국악인들과 음악을 굳이 연결하지 않으면서도 종로 일대와 돈화문 인근에 배어 있는 국악사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예술감독의 진행을 통해 명인이 간직한 사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여유를 만들어주었다.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이러한 분위기의 공연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김성주)”
최경만 명인
김청만 명인

재미와 의미가 있는 시리즈로
거듭나기를

일소당 음악회에서 명인의 이야기는 음악과 음악 사이에 배치된다. 혹은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 음악이 배치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명인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이해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공연에 몰입도가 높았다. 특히 구(舊)세대의 명인과 젊은 세대 예술감독이 무대 위에서 만나 펼치는 대화가 옛 시간을 추억으로 소환하면서도 다큐멘터리처럼 무겁게 흐르게 하지 않고 편안한 예능처럼 감상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김희선)”
작년과 올해 일소당 음악회는 2월에 진행되었다. 다른 달에 비해 공연이 없는 시기다. 김성주는 “공연이 많지 않은 연초에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예비 관객을 유입하는 홍보전략으로서의 기획이다”며, “스승의 옛이야기가 궁금한 제자와 지인들의 유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전략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한다.
김희선은 “이야기와 음악, 젊은 세대의 예술감독과 노장의 명인이 만나는 구성과 진행의 이점을 잘 살려 일소당 음악회는 장기적으로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상징적인 기획공연으로 가능할 거라 생각된다”라고 한다. 더불어 “명인이 지닌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예능보유자가 아니더라도 명인급 예술적 기량을 갖춘 이들도 만날 수 있도록 보다 열려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일소당음악회의 후기와 사진은 서울돈화문국악당 공식 블로그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아래를 클릭하여 이동.
▶ 2일 이동규 편과 3일 최경만 편
▶ 9일 김광숙 편과 10일 김청만 편
웹진 산: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