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여름   山:門 REVIEW

리뷰│서울돈화문국악당 [산조대전] 1

정창관
발행일2023.04.14

산조라는 우주. 그 팽창의 시간 1

서울돈화문국악당 산조대전(散調大全) 3월 9~26일
 
<산조대전>은 2020년에 처음 기획되었지만, 당시 코로나 사태로 연기되어 2021년부터 3년간 열린 공연이다. 산조의 음악적 가치를 조명하고 감상자들이 산조의 울림과 감동을 만나게 해 준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대표적인 기획공연이 <산조대전>이다. 2021년 첫 공연에는 44명의 연주자가 46개의 유파를 선보였고, 2022년에는 30명의 연주자가 30개의 유파를, 2023년 3번째 공연에는 22명의 연주자가 17개의 유파를 연주하였다.(※ 2023년 <산조대전> 리뷰는 정창관과 김준영이 바라본 두 개의 시선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3 산조대전 메인포스터

<산조대전>의 성과와 아쉬움

3월 9일부터 26일까지 22명의 연주자가 참여한 <산조대전>은 허윤정 서울대 국악과 교수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하여 진행되었다. 올해의 화두는 <산조대전>을 일단락 지으면서 연주자의 기량에 무게중심을 두는 ‘성음’(聲音)이었다. 허 예술감독은 “산조는 득음(성음)한 명인들이 자신들의 가락을 짜고, 녹여내고, 정화시키는 음악작업으로 아무리 좋은 가락도 성음이 좋지 않으면 좋은 산조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산조는 부단히 노력하여 성음을 득하는 것이다”라는 명제 하에 감상자들이 성음을 마음껏 즐기도록 공연을 구성하였다.
<산조대전> 허윤정 예술감독
첫 주에는 젊은 연주자들이 8개의 산조로, 둘째 주에는 중견 연주자들이 6개의 산조로, 마지막 주에는 명인들이 9개의 산조를 연주하였으며, 가야금산조 8개, 대금산조 4개, 아쟁산조 4개, 해금산조 3개, 거문고산조 3개로 구성되었다. 산조의 구성과 연주자는 자문회의를 거쳐 예술감독이 최종결정하였다고 한다.
국악 전공자들을 위한 지성자, 김일구 명인의 마스터 클래스도 공연과 연계된 가치있는 기획이었다. <산조대전>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마스터 클래스는 명인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인 철학이나 산조에 대한 생각을 직접 말로써 전공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공연 프로그램북의 수록된 이소영 평론가의 <산조의 두 얼굴: 창작과 연주>와 윤중강 평론가의 <대한민국 산조 연주사: 을지로에서 돈화문까지>는 성음과 산조를 이해하는 관람객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필자는 첫 주와 둘째 주에 각각 1개씩, 셋째 주에 2개의 공연 밖에 보지 못 했지만, 매번 꽉 찬 객석과 관객들의 추임새를 통해 <산조대전>에 대한 기대와 열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산조대전> 3월 26일 공연. 김일구 명인
<산조대전>의 마지막 공연(3월 26일)에서 최옥삼류 가야금산조를 선보일 안옥선 연주자가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이날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연주한 김일구의 산조도 일품이었고, 앙코르로 선보인 적벽가 중 <장승타령>도 기억에 남는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보였다. 프로그램북에 연주자들의 간단한 이력과 수상뿐만 아니라 연주할 산조에 대한 설명도 있고, 자세한 경력과 사사에 대한 기록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산조대전>은 악기 연주자와 함께 하는 고수가 빛나는 장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이태백이 22개 공연 중 13개를 맡아 자타공인의 고수임을 보여주었다. 산조의 다양한 유파와 연주자만큼이나 다양한 고법을 구사하는 여럿 고수가 있는데, 이들이 본 마당에 설 수 있도록 다양하게 기용하는 것도 차후 <산조대전>의 묘미를 살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명고수에 대한 집중 조명은 물론 차세대 고수에 대한 발견과 등단도 잘 이뤄졌으면 한다.

<산조대전>의 다음 시즌을 바라며

3년간의 대장정이 ‘시즌 1’이었다면, ‘시즌 1’은 산조를 깊이 판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산조의 영역을 넓힐 ‘시즌 2’가 필요하다. 이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산조가 더 젊어져야 한다. 고등학생이 연주하는 산조이다. 영상 공모를 통하거나 명인들의 추천을 받아 구성할 수 있으면 고수는 또래의 친구이거나 스승인 명인들이 직접 해도 좋다. 풋풋한 산조를 듣고 싶다.

둘째, 무반주산조이다. 지금도 경연대회에서는 반주 없이 산조 경연이 진행되기도 한다. 어느 가야금 연주자가 산조 연주를 위해 TV 녹화에 갔다가 반주자가 코로나 검사 양성 반응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반주자 없이 산조를 녹화한 적도 있었다. 전혀 어색함이 없이 그 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서양음악에 카덴차(cadenza)라는 것이 있다. 공연에서 연주자가 악보에 구애됨이 없이 자기만의 화려한 기교를 뽐낼 수 있는 부분을 지칭하는 말이다. 산조 연주에서도 반주자의 장단에 메이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조정하며 연주회장 분위기에 따라 카텐차(즉흥연주)를 넣을 수 있는 산조를 만나보았으면 한다. 연주자는 연주에 몰입할 수 있고 감상자는 악기가 가는 길을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연과 연주에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요하지 ‘딱딱 떨어지는 장단’이 우선은 아닐 것이다. 이는 중견 연주자 이상이면 가능하다.
 
셋째, 2중주 산조나 3중주 산조도 듣고 싶다. 지금도 산조 합주나 두 대 이상의 악기가 함께 하는 산조가 있다. 그런데 정말 만나보고 싶은 산조는 원장현류 대금산조와 김일구류 아쟁산조가 만나는 것처럼 새로운 시도와 만남을 실험하는 산조다. 많은 연구와 시도가 있어야겠지만 산조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이제 3년간의 <산조대전>은 막을 내렸다. 산조를 한 자리에 모았고, 산조의 깊이를 더한 장으로써 그 역할은 충분히 하였다고 본다. 이제 또 다른 ‘대전’(大全)을 기대한다.
정창관
국악애호가. 2019년 애호가로는 처음 문화훈장을 수훈하였다. 세계최대 국악음반 웹사이트 <정창관의 국악CD음반세계>를 운영하며, ‘정창관의 아리랑’ 유튜브 채널에서 이 세상에 나온 음반 속의 아리랑들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