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름

리뷰 | 서울남산국악당 [BONANZA]

김승국
사진제공서울남산국악당
발행일2024.06.11

흥미로운 피리밴드 납시오!

 
서울남산국악당 청년공동기획
피리밴드 저클(JC crew)의 <BONANZA> 3월 30일

 
3월의 마지막 주말이자 토요일, 남산골한옥마을에 자리를 잡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을 찾았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피리밴드 저클(JC Crew)’(이하 저클)이 차려 놓은 공연 <BONANZA>(보난자)를 보기 위하여 가족 단위의 관객들과 청년층 관객들이 가득 차 있었다. (오늘 공연은 2024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서울남산국악당 청년공동기획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공연장 측에서 배부한 리플렛을 살펴보았다. 공연의 주인공인 저클에 대한 소개와 공연의 제목 그리고 프로그램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저클은 일상 속에서 음악적 영감을 찾아 다양한 음악 형태로 탈바꿈을 시도하며, 관악기의 장점을 극대화한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신개념 창작집단이다. 국악방송이 주관하는 2022년 제16회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고, 2023년 롯데장학재단이 주관하는 제8회 청춘열전 출사표에서 은상을 받은 실력 있는 국악 관악밴드이다. 남기문‧오영빈‧김유원‧이승한‧김병철‧이안‧김진규‧윤명식이 저클의 멤버이다.
피리밴드 저클(JC crew)
피리밴드 저클(JC crew)

피리만으로 구성된 밴드

아마도 우리나라 피리 연주자로만 구성된 국악 관악밴드는 저클이 유일할 것이다. ‘저클’이라는 이름은 피리 연주자들의 ‘저학년 클래스’ 줄임말로, 전통음악을 처음 수학하던 시절의 호기로움과 생생함을 간직하겠다는 다짐을 의미한다고 한다.
국악 공연임에도 오늘의 공연 제목이 영문인 <BONANZA>가 흥미롭다. ‘BONANZA’는 노다지, 신나는 일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음악을 수많은 원석이 존재하는 광산이라 비유한다면 광산 속 원석들을 발굴하여 보석으로 만든다는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순서는 <무령지Goㄱ> <동네 한 바퀴> <GOT THE FUNK> <날 좀 보 SHOW> <아피리카!> <닭고기> <풍구풍구> <가위바위보!> 순이었다. 레퍼토리 제목부터 재미있고, 흥미롭다.
불이 꺼지고 막이 올랐다. 첫 곡은 <무령지Goㄱ>이다. 전통음악 <대취타>를 모티프로 만든 이 곡은 왕의 행진 때 행하던 음악으로, 저클의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하여 객석 뒤에서 무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연출을 더 하며 <BONANZA>의 시작을 알렸다.
저클의 공연<BONANZA>
저클의 공연<BONANZA>
저클의 공연<BONANZA>

능숙하고, 익살스럽게, 우리를 동심으로

저클은 전통악기인 피리와 다양한 개량 관악기 등을 통해 전통 관악기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관객에게 익숙한 대취타, 전통민요부터 동요부터 더 나아가 미국의 관악밴드 브로큰 브라스(Brass Broken)의 <갓 더 펑크>(Got The Funk), 아프리카 토속 리듬과 미국의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의 <치킨>(Chicken)을 다양한 피리 연주로 편곡하여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익살스러운 창작 연주로 관객을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 함께 즐길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공연이었다.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갓 더 펑크>를 커버한 세 번째 곡이었다. 브라스 밴드가 가지는 관악기 특유의 폭발적인 느낌을 향피리, 대피리, 저피리, 태평소로 연주함으로써 저클이 국악 시장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잘 나타내는 곡이었다. 또한, 각 연주자의 독주 파트로 연주자의 재량도 살펴볼 수 있었다.
저클은 단순히 연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익살스러운 율동과 춤을 가하여 역동적인 연주에 관객들의 흥과 신명을 더하고, 관객들이 박수로 박자를 맞추고 자연스럽게 객석에서 가벼운 율동으로 연주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관객과 출연자들의 접점을 극대화하였다. 한마디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저클의 공연<BONANZA>
저클의 공연<BONANZA>

전통의 색채와 대중성 확보

또한 연주의 소재를 전통음악이든, 서양의 음악이든 구애받지 않고 역동적인 관악 연주로 공연을 펼쳐나가되, 전통음악의 연주 어법, 형식, 리듬 등의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전통의 색을 놓치지 않으려 하였다. 특히 익살스러운 연주와 가벼운 율동이 함께 해 관객들의 재미와 집중도를 높이는 노력, 전통악기인 피리와 여러 개량 피리가 어우러져 다양한 음역을 소화해 나가는 난도 높은 연주, 그리고 폭발적인 사운드를 통한 예술성과 대중성을 확보 등으로 국악 저변의 확장과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연주 중 연주자들의 재미난 연출과 입담도 잊을 수 없다.
김승국
월간 <공간(空間)> 기자, (사)전통공연예술연구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을 거쳐 현재 전통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사진제공 서울남산국악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