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여름

리뷰 | 서울남산국악당 [남산소리극축제]

김승국
사진제공서울남산국악당
발행일2024.06.12

아픈 자연을
우리 소리로
쓰담쓰담어루만지다

그룹 사부작당의 소리극 <청비와 쓰담 특공대> 5월 15일
 
2024년 5월 15일 특별한 날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기도 하고, ‘스승의 날’이기도 하며, ‘세종대왕 627주년 탄신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별한 날 오후에 사부작당의 <청비와 쓰담 특공대>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무대에 올랐다.
뚝심 있게 국악극을 창작해 온 공연예술단체 ‘사부작당’의 ‘노래하는 동화책’ <청비와 쓰담 특공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객석은 가족 단위로 온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 공연은 5월 8일부터 18일까지 오른 남산소리극축제(예술감독 최용석)의 일원이다. 올해의 주제는 <여설뎐: 싸우는 여자들의 소리>로, 여성의 존재와 목소리를 부각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그룹 사부작당 ⓒ크리즈스튜디오
그룹 사부작당 ⓒ크리즈스튜디오

제주 설화와
환경오염의 문제가 만나다

사부작당은 아동과 청소년을 넘어 전 세대의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고, 더 쉽고 편안한 마음으로 국악에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뜻으로 출범한 공연예술단체로서 현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국악극 ‘노래하는 동화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날 공연은 극적인 부분을 극대화하면서도 국악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연기와 노래를 담당한 다섯 명의 민요 소리꾼과 네 명의 악사(타악기‧대금‧해금‧신디사이저)가 함께 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공연의 주제는 환경오염, 그중에서도 제주도 바다의 환경오염에 대해 다뤘다. 제주도라는 지역적 환경을 살려 제주도 민요를 차용하여 극음악에 전통적인 색채를 더했다. 제주도 설화에 등장하는 ‘영등할망’의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인간의 편리함과 이익으로 인해 희생되고 사라져가는 자연의 환경오염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다. 특히 귀여운 고양이들과 제주도 설화를 인용한 판타지적인 요소를 적절히 사용하여 주요 관객층인 어린이들의 시선에 맞춰 일상에서도 쉽게 환경오염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기획 의도가 엿보였다.
그리고 관객들의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하여 생생한 음향 및 조명디자인을 연출하여 무대라는 장소적 한계성을 넘어 다양한 공간적 특징을 묘사하였고,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무대 배경의 사실성을 부여하였다.
<청비와 쓰담 특공대>
<청비와 쓰담 특공대>
<청비와 쓰담 특공대>
<청비와 쓰담 특공대>
<청비와 쓰담 특공대>
<청비와 쓰담 특공대>

재미와 예술성 그리고 교훈을

또한, 관객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고양이 역이 반복하는 주제곡을 따라 부르는 등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느낌보다는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게 연출되었다. 민요가 가진 구성과 전통이 가진 매력들을 음악과 극적 전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표현하였다. 이번 공연을 지켜보면서 창작 국악극이지만 마치 잘 짜인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출연자들의 율동과 노래가 무대 위를 꽉 채웠다.
무엇보다 전 세대 관객들이 편리함과 즐거움을 위해 희생되는 모든 것들-그것은 극 속에서 기후로 상징되었다-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보고, 일상에서 노력하면 바꿀 수 있는 소소한 습관 및 행동이 무엇일까에 대해 상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재미와 예술성을 두루 갖춘 이 작품은 우리에게 어느덧 교훈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청비와 쓰담 특공대>는 사부작당의 첫 번째 창작 국악극 <향기장수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사부작당은 경기민요와 판소리 소리꾼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부작당이란 단체명은 ‘사부작’거리며 국악에 대한 ‘작당모의’를 한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앞으로 작당 모의 수준을 뛰어넘는 성공 신화를 창조한 공연단체로 성장하기를 기원해 본다.
김승국
월간 <공간(空間)> 기자, (사)전통공연예술연구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을 거쳐 현재 전통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사진제공 서울남산국악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