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단 ‘99아트컴퍼니’의 예술감독 장혜림은 한국 동시대 춤계에서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내며, 가장 주목받는 안무가 중 한 명이다. 한국춤 어휘를 토대로 컨템포러리적 안무 구성을 시도하고 사회정치적 문제를 둘러싼 상실‧애도‧슬픔‧숭고 등의 감정을 전달한다.
어쩌면 이는 그동안의 한국 창작춤에서 종종 다룬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안무가 장혜림의 고유성은 그 정동을 만드는 방식에 기인한다. 극적이고 과장된 감정 표현보다는 고요하고 차분한 정서가 공유되고, 유려하게 흐르는 춤사위 속에 있는 강인함, 절제되고 집중된 에너지는 관객의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깊은 파장을 일으킨다.
<회랑(回廊)에서; 총체성으로의 회귀>를 통해 안무가는 정동을 만드는 자신만의 방법론이 한국 전통춤이 추구했던 악‧가‧무 일체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진술적 발화이자 곧 수행적 발화 행위였다. 왜냐하면 99아트컴퍼니의 10주년을 기념하며 단체의 시작과 궤적을 반추하는 동시에 앞으로 이러한 자신의 안무법을 보다 분명히 구체적으로 탐구하게 될 것임을 선언하는 자리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