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겨울

리뷰 ㅣ 서울남산국악당 [2024 한국명작무대제전]

김영희
발행일2024.12.31

세계로 나아갈 전통춤을 응원하다

 
<2024 한국전통춤 유네스코 등재기원 한국명작무대제전>은 한국전통문화연구원(원장 인남순)과 남산국악당이 공동으로 주최‧주관한 공연이었다. 국가무형유산 <처용무>의 전승교육사이기도 한 인남순 원장이 2022년부터 주도적으로 기획했으며, 한국의 전통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하 유네스코)으로 등재되기를 기원하면서 전통춤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올곧은 계승과 원형보존으로 예술혼과 맥을 이어가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올해는 국회의원 배현진이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11월 15일과 16일 양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뿌리와 전승의 내력을 튼실하게

 
15일에 개막축하공연은 <진도북춤>으로 시작을 알리고 1부에 고 강선영(1925~2016)의 춤으로 <태평무> <살풀이춤> <장고춤>을, 2부에 최현(1929~2002)의 춤으로 <고풍> <여울> <신로심불로> <비상>을 올렸다. 16일 공연에서는 김천흥에서 이어진 <무산향>을 심숙경이 추었고, 이예윤은 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진 <태평무>를, 양승미는 한순옥이 구성한 <함경도 검무>를, 유정숙은 김진걸 안무의 <내 마음의 흐름>을, 김수현은 배정혜가 안무한 <흥푸리>를 추었다. 또한 이주희는 강태홍-한순서로 이어진 <승무>를, 정은숙은 배정혜가 구성한 <풍류장고춤>을, 이춤컴퍼니(예술감독 이하경)는 신만종에게 사사한 설장구를 재구성한 <설장구춤 상통>을 추었다(필자는 16일 공연 관람).
진도북춤(11.15)
태평무(11.15)
고풍(11.15)
프로그램 구성에 특색이 있었는데 20세기 한국춤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을 중심으로 소개한 것이다. 그러므로 주요 무용가들의 사승(師承) 관계를 프로그램 노트에 밝히면서 그 제자가 주요작품을 춤추는 구성이었다. 다른 전통춤 공연들과 비교하면 전승의 내력을 밝히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겠다. 이날 무대에 익히 알려진 작품들이 올랐고, 출연진들도 각 작품을 대표할 수 있는 무용가들이었다.
무산향(11.16)
함경도 검무(11.16)
흥푸리(11.16)
마지막 프로그램인 <설장구춤 상통(相通)>이 관심을 끌었는데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우도농악 계통의 신만종, 성윤선을 사사한 이하경이 재구성한 바, 무용 전공자들은 설장구춤에서 대개 치마를 입는데, 이 작품은 설장구의 아랫놀음을 살리고자 농악복으로 바지를 입었다. 농악춤의 동작 특징을 살린 의상 선택이었다. 또 설장구춤을 단일한 군무로 구성하지 않고, 군무 중에 개인놀음을 넣었으며, 농악의 주요 동선들을 섞어서 구성했다. 중간에 대구 달성군의 달성다사농악의 <금회북춤> 솔로를 넣어 시각적 변화도 꾀했다.
설장구춤 상통(11.16)

내년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여러 생각이 떠올랐는데, 한국의 무형유산 중 유네스코에는 22종목이 등재되어 있다. 그중 전통춤 관련한 종목들은 <종묘제례악>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농악> <탈춤>이다. 이중에서 전통춤의 직접 종목은 <처용무>이고, 나머지는 전통적인 굿‧연희‧놀이 등의 종목들로, 이 종목들에 춤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종묘제례악에서 <일무(佾舞)>, 강릉단오제나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서 <무속춤>, 영산재에서 <불교의식무>, 농악에서 <농악춤>, 탈춤에서 <탈춤(가면무)>, 그리고 남사당놀이에서 탈춤이나 농악춤 등이 추어지고 있으며, 각 종목에서 춤은 주요 장르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등재된 우리의 종목들을 보며 춤이 여러 종목에 걸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춤이 교방춤 계열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전통예술 전반에서 춤으로 추어지는 부분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통춤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확대될 것이고, 전통춤의 자산이 풍성하다는 점을 새삼 인식할 것이다.

이 공연이 한국전통춤의 유네스코 등재를 기원하는 기획이라면, 무언가 구체적인 방안이나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전승 현황과 방향성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경로로 적합하지 않으며, 다른 방향성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춤을 계통별로 구분했을 때 이미 탈춤, 농악, 무속춤, 불교의식무인 작법, 제례무인 일무 등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으며, 궁중정재와 교방춤 계통의 춤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이 계통의 춤이라든가 종목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3년간 <한국명작무대제전>에 프로그래밍된 작품들을 보면 20세기 신무용 작품들도 포함되었다. 신무용 작품들은 대략 1960년대까지 만들어진 근대무용 유산이므로, 이는 별도의 부문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전통춤과 신무용의 각 측면에서 일관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전통춤의 역사적 맥락과 전승현황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의 기준과 합치하는지도 의문이므로, 내년의 <한국명작무대제전>은 이런 기획 측면에서 고려할 사항이 있을 듯하다.
2024 한국명작무대제전(11.15)
김영희
전통춤이론가. 역사학과 무용학을 전공했고,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통춤의 다양성과 현장성을 중시하며, 김영희춤연구소 소장, 전통춤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검무전’ 시리즈 I~IV, ‘소고 놀음’ 시리즈 1~4를 주최했다. 『개화기 대중예술의 꽃, 기생』, 『전통춤평론집 춤풍경』 등을 발간했고, 『한국춤통사』를 공동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