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에 개막축하공연은 <진도북춤>으로 시작을 알리고 1부에 고 강선영(1925~2016)의 춤으로 <태평무> <살풀이춤> <장고춤>을, 2부에 최현(1929~2002)의 춤으로 <고풍> <여울> <신로심불로> <비상>을 올렸다. 16일 공연에서는 김천흥에서 이어진 <무산향>을 심숙경이 추었고, 이예윤은 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진 <태평무>를, 양승미는 한순옥이 구성한 <함경도 검무>를, 유정숙은 김진걸 안무의 <내 마음의 흐름>을, 김수현은 배정혜가 안무한 <흥푸리>를 추었다. 또한 이주희는 강태홍-한순서로 이어진 <승무>를, 정은숙은 배정혜가 구성한 <풍류장고춤>을, 이춤컴퍼니(예술감독 이하경)는 신만종에게 사사한 설장구를 재구성한 <설장구춤 상통>을 추었다(필자는 16일 공연 관람).
프로그램 구성에 특색이 있었는데 20세기 한국춤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을 중심으로 소개한 것이다. 그러므로 주요 무용가들의 사승(師承) 관계를 프로그램 노트에 밝히면서 그 제자가 주요작품을 춤추는 구성이었다. 다른 전통춤 공연들과 비교하면 전승의 내력을 밝히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고 하겠다. 이날 무대에 익히 알려진 작품들이 올랐고, 출연진들도 각 작품을 대표할 수 있는 무용가들이었다.
마지막 프로그램인 <설장구춤 상통(相通)>이 관심을 끌었는데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우도농악 계통의 신만종, 성윤선을 사사한 이하경이 재구성한 바, 무용 전공자들은 설장구춤에서 대개 치마를 입는데, 이 작품은 설장구의 아랫놀음을 살리고자 농악복으로 바지를 입었다. 농악춤의 동작 특징을 살린 의상 선택이었다. 또 설장구춤을 단일한 군무로 구성하지 않고, 군무 중에 개인놀음을 넣었으며, 농악의 주요 동선들을 섞어서 구성했다. 중간에 대구 달성군의 달성다사농악의 <금회북춤> 솔로를 넣어 시각적 변화도 꾀했다.
여러 생각이 떠올랐는데, 한국의 무형유산 중 유네스코에는 22종목이 등재되어 있다. 그중 전통춤 관련한 종목들은 <종묘제례악>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농악> <탈춤>이다. 이중에서 전통춤의 직접 종목은 <처용무>이고, 나머지는 전통적인 굿‧연희‧놀이 등의 종목들로, 이 종목들에 춤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종묘제례악에서 <일무(佾舞)>, 강릉단오제나 제주칠머리당영등굿에서 <무속춤>, 영산재에서 <불교의식무>, 농악에서 <농악춤>, 탈춤에서 <탈춤(가면무)>, 그리고 남사당놀이에서 탈춤이나 농악춤 등이 추어지고 있으며, 각 종목에서 춤은 주요 장르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등재된 우리의 종목들을 보며 춤이 여러 종목에 걸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춤이 교방춤 계열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전통예술 전반에서 춤으로 추어지는 부분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통춤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확대될 것이고, 전통춤의 자산이 풍성하다는 점을 새삼 인식할 것이다.
이 공연이 한국전통춤의 유네스코 등재를 기원하는 기획이라면, 무언가 구체적인 방안이나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전승 현황과 방향성은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경로로 적합하지 않으며, 다른 방향성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춤을 계통별로 구분했을 때 이미 탈춤, 농악, 무속춤, 불교의식무인 작법, 제례무인 일무 등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으며, 궁중정재와 교방춤 계통의 춤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이 계통의 춤이라든가 종목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3년간 <한국명작무대제전>에 프로그래밍된 작품들을 보면 20세기 신무용 작품들도 포함되었다. 신무용 작품들은 대략 1960년대까지 만들어진 근대무용 유산이므로, 이는 별도의 부문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전통춤과 신무용의 각 측면에서 일관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전통춤의 역사적 맥락과 전승현황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의 기준과 합치하는지도 의문이므로, 내년의 <한국명작무대제전>은 이런 기획 측면에서 고려할 사항이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