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겨울   山:門 REVIEW

리뷰 │ 서울돈화문국악당 [야광명월(夜光明月)]

장혜린
발행일2022.12.10

서울 밤에, 국악으로 낭만을 띄우다

 
가을 저녁 서울 도심 속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서울돈화문국악당 야외 음악회 <야광명월(夜光明月)>(이하 <야광명월>)이 마무리되었다. 지난 9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15개의 팀이 출연한 이번 공연은 “피로사회 대한민국에 바치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선물”이라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홍보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가을 저녁, 바쁜 일상 속에서 지친 이들은 우리의 음악을 들으며 빽빽한 시간에 느슨한 여유를 불어넣었다. 관객뿐만 아니라 음악가들도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야외공간인 서울돈화문국악당 국악마당을 비롯하여 인근 돈화문갤러리에서 연주하며 색다른 추억을 쌓고 서울의 가을 공기와 만났다.
휴식 같은 국악 공연을 선보인 여섯 팀을 공연 후에 만나보았다. 동화, 버드, 심풀, 이드, 촘촘, 힐금이다.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짓고 연주하는 팀들로 이번 <야광명월>을 통해 음악뿐만 아니라 휴식과 쉼이 있는 음악을 나누는 법을 느꼈다고 한다. 인터뷰 끝에는 <야광명월>의 분위기와 여운을 느껴볼 수 있는 참가 팀들의 대표곡도 넣었으니 꼭 들어보기를.
 
동화
버드
서울돈화문국악당 <야광명월>에 참여한 소회는 어떤가요?
동화│<야광명월>의 첫 순서(9.30)를 맡게 된다는 게 많이 설레었어요. 막상 공연장에 도착하니 첫날 특유의 분주함과 분위기에 긴장도 되었는데요. 가을밤 달빛 아래에서 관객과 가까운 자리에서 만난다는 게 너무 행복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에 임했던 것 같아요.
버드│공연 당일(10.1) 맑은 날씨만큼 관객의 표정이 밝았고 큰 호응도 받았어요. 덕분에 버드도 큰 에너지를 얻으며 연주할 수 있었어요.
심풀│이번 공연의 기획 의도가 마음을 풀고 채우는 음악을 만드는 우리 팀의 음악적 가치관 딱 맞아떨어지는 주제였어요. 마침 공연 날이 한글날(10.9)이라서 한글을 가사로 하는 곡들을 중심으로 구성해보았는데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운치와 잘 어우러졌던 것 같습니다. 공연 당일 아쉽게도 비가 정말 많이 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시간 동안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면서 심풀의 음악을 즐겨 주신 관객분들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드│감사하게도 온도, 습도, 조명 등 모든 것이 아주 완벽했던 공연이였어요.
촘촘│7~9월 시즌의 야외 공연은 언제나 소나기와 비라는 변수가 있어요. 아쉽게 공연 당일(10.2)에 비 소식이 있었지요. 그런데 저희 노래가 뒤로 갈수록 점점 흥겨워지는 순서이다 보니 점차 굵어지는 빗줄기가 연주와 이어져 날씨와 함께 흐름을 타는 듯 했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힐금│서울돈화문국악당 국악마당에서 공연한 다른 팀들과 다르게 힐금 공연은 ‘돈화문갤러리’에서 진행되었는데요. 덕분에 관객들을 가깝게 만날 수 있었어요. 관객과 거리가 가까워서 음악을 듣고 난 후 관객의 반응을 현장에서 바로바로 느낄 수 있어서 연주하면서 큰 힘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관객 대부분이 힐금의 음악을 처음 접한 분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어오시기도 하고, 공연 홍보를 보고 오신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보고 나서 이런 아티스트를 알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칭찬해주시고, 행복한 얼굴로 집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촘촘
힐금
<야광명월>은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야외 공간인 국악마당과 인근에 위치한 돈화문갤러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음악가들에게도 이색적인 장소가 남다르게 다가왔을 텐데요. 특별히 초점을 두고 연주한 부분이 있을까요?
동화│기존 레퍼토리보다는 최근 새롭게 만든 곡들, 대중적인 곡들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동화가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곡도 좋지만, 우연하게 그 자리를 찾은 분들과 함께 우리를 아는 분들이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곡 말이지요. 그래서 전통과 창작, 대중음악을 최대한 다양하게 들려드리고자 관객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가고자 선곡했어요. 그리고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인 만큼 주변에서 들려오는 도심의 소리들도 하나의 음악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버드│특별히 색다른 연주를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한옥 중정의 느낌을 잘 살린 서울돈화문국악당 국악마당 덕분에 오히려 공연 당시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풀│한국적인 장소인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그리고 한글날이라는 기념일에 공연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으서져라> <이별가> 등 한글 가사로 쓰여진 곡을 중심으로 고려하였고, 관객들이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편안한 음악으로 무대를 준비하고자 노력했어요. 악기도 과하지는 않으면서 전통적인 특징은 들어갈 수 있게 구성하여 눈과 귀가 편안하고 힐링 될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해보았어요.
이드│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강렬한 사운드의 곡, 반대로 감상하며 들을 수 있는 편안한 곡 두 가지로 준비했어요. 그래야 궁금해서 한 번 더 쳐다보시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요. 현장의 관객들이 귀 기울여 감상할 수 있는 음악. 그리고 유동 인구를 잠재적 관객으로 붙잡아 놓을 수 있도록 치밀한 전략을 세웠어요.
촘촘│서울돈화문국악당 국악마당은 무척 아늑하면서도 특별한 공간이예요. 아담한 단층 한옥이 둘러싸고 있어 나지막한 기와 담장과 극장 지붕으로 운치가 있고, 한옥에는 카페가 자리하여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공연을 즐길 수도 있지요. 실내 공연장과는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고 관객과 아티스트가 가까이 소통할 수 공연이다 보니 우연히 지나가던 관객의 발을 붙들고자 더욱 신나게 연주했습니다.
힐금│이번 공연을 이전의 다른 공연들과 다르게 기획했던 점은 곡과 곡 사이마다 충분한 토크 시간을 넣었다는 점이에요. 돈화문갤러리는 도로변에 위치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구역이기 때문에, 평소에 국악이나 공연을 자주 접하지 않거나, 우연히 공연장에 들어온 관객분들 모두가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연주하는 악기에 설명이나 저희가 곡을 작곡한 의도와 배경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들려드릴 수 있게 노력했어요. 이런 대화가 공간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져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공연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풀
이드
<야광명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언제였고, 준비하고 공연하는 동안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버드│공연을 마치고 정리를 하고 있는데 관객 한 분이 오셔서 “<Black whale>을 듣고 감정이 벅차올라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라고 말씀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아요.
촘촘│공연 중반쯤,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세차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관객분들께서 저마다 우산과 우비로 무장한 채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었어요. 마침 “빗소리처럼 시원하게 감도네”라는 후렴 가사를 반복하며 피리 소리를 빗소리로 표현한 곡 <만파식적>이 있었는데요. 아마도 이 노래를 연주할 당시 관객들과 우리 모두 같은 감정을 교류하고 감명을 느꼈을 것 같아요.
심풀│맞아요. 심풀도 공연 일주일 전부터 공연 당일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팀원들과 함께 일기예보가 틀리길 바랐지만(웃음), 공연 당일 아침부터 야속하게 비가 쏟아졌어요. 그렇게 공연이 시작됐는데 관객들이 눈도 제대로 못 뜰 정도로 비가 많이 오더라고요. 우비를 입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자리를 지켜준 관객들께 죄송하고도 감사한 마음에 계속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공연을 이어나갔던 것 같아요. 굵은 빗줄기 속에서의 호응과 박수, 추임새를 넣어주시던 관객분들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 할 거예요.
이드│이드의 공연은 다행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저녁에 진행되었어요. 국악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보고 듣는 정겨운 모습들이 눈에 선해요. 무대 위의 거리감이 아닌 그 옛날 사랑방에서, 마당에서, 장터에서처럼 관객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것. 그 ‘연결의 순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힐금│돈화문갤러리에 준비된 객석이 다 차서 서서 보는 분들, 그리고 바닥에 앉아 보는는 분들까지 예상보다 훨씬 많이 함께 해주셔서 연주하는 내내 모두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연주를 마친 뒤에는 관객석에서 여러 번 '와!'하는 탄성이 들렸는데 그 탄성에 관객분들의 진심이 담겨있어서 뿌듯했어요. 결국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관객들의 애정인 것 같네요.
 
<야광명월>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1순위곡은 무엇인가요?
동화│<별 헤는 밤>일 것 같아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밤하늘을 보며 별들에 이름을 붙이거나 지나간 연인들과 추억들을 떠올리는 장면과 공연의 모습이 <야광명월>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창작그룹 동화 &lt;별 헤는 밤&gt;
버드│먼 우주에서 봤을 때 작은 점처럼 보이는 지구를 표현한 <Blue Marble(블루 마블 혹은 지구)> 곡이 있어요. 공연 막바지에 날이 어두워지면서 밤하늘에 달이 떴는데, 그 모습이 마치 <Blue Marble>에서 지구를 묘사하는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느껴졌거든요. 우리는 직접 우주에 갈 수 없으니 달을 바라보면서 좀 더 음악에 몰입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어요.
 
버드 &lt;Blue Marble&gt;
심풀│모든 곡이 <야광명월>의 취지와 잘 맞는 곡들이라고 생각하는데요.(웃음) 그중 하나를 고른다면 <나빌레라>를 꼽고 싶네요.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꽃밭과 같은 세상을 위해 과거에 끊임없이 날개짓을 해준 분들을 위해 쓴 곡입니다. <야광명월>에서 불렀을 때 더 아름다우면서 더 슬프게 와 닿으면서 여운이 길게 남았던 것 같아요.
 
심풀 &lt;나빌레라&gt;
이드│<야광명월>의 공연 콘셉트가 너무 좋아서 모든 곡이 다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중 꼽는다면 1집 앨범에 수록된 <가든>입니다. 어렸을 적 공원에서 뛰어놀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작품인데요. 정적이면서 그 안에 흥이 가득한 야광명월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이드 &lt;가든(garden)&gt;
촘촘│옛 여성들이 부른 토속 민요를 바탕으로 만든 <꿩 노래>를 꼽겠습니다. 시집살이를 꿩에 비유한 가사가 재미있어요.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들으시면 속이 아주 후련해지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모던판소리공작소 촘촘 &lt;꿩 노래&gt;
힐금│<Utopia>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각자의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내용을 그린 곡인데, 공연을 올리고 난 후 관객들의 환호와 응원을 통해 아티스트로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다는 점에서 <야광명월>을 마친 우리의 마음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아요.
 
힐금 &lt;Utopia&gt;
장혜린
공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문화예술 애호가이자, 이 분야의 기획, 홍보, 교육, 경영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전문기관, 예술가, 시민의 관계를 예술이라는 매개체로 연결하고 소통하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