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소리극축제의 최용석 예술감독은 “20여년간 민간에서 소리에 대한 고민을 해온 단체와 이들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청년 단체를 초대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소리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고 말했다. 세 단체는 이번 축제 기간 동안 공연을 통해 관객과 만났고, <바닥소리 작품으로 만나는 판소리 작창의 세계> <타루의 소리극 창작 워크숍> <반상회-할 말 있는 소리극 동네 사람들> 등 다양한 워크숍으로 예술가들이 교류했다. 축제 기간 동안 이어진 이 자리는 소리극 단체들의 치열한 창작과정을 돌아보면서도, 타 장르의 창작자들과 교류하며 장르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소리꾼이 곧 창작자”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 선 사람들의 투쟁(‘체공녀 강주룡’)을 그렸고, 이질적인 두 존재를 통한 공존(‘아리랑 그리랑’)을 담았다. 조선 최고의 명창(‘진채선’)부터 로미오와 줄리엣(‘판소리, 애플 그린을 먹다’)까지 ‘민간의 소리극’은 일찌감치 소재와 스토리의 확장을 선도했다. 소리극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서양의 고전과 희비극을 과감하게 가져왔고, 세대를 아우르는 동화는 물론 고전, 현대 소설을 통해 신선한 창작세계를 구축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소리극이 꽃 필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꾸준한 창작 욕구 때문이다.
바닥소리와 타루의 창작 세계를 엿보는 것은 두 단체의 지난 20년을 ‘빨리 감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두 단체의 공통점이 있다. 소리꾼 스스로가 창작자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단지 소리극에 출연해 소리와 연기를 하는 ‘소리극 배우’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모두가 작창(作唱, 소리를 짓는 일)에 참여해 “창작자로의 성장”(바닥소리 정지혜 대표)을 도모한다. 이러한 참여가 소리극 성장의 배경이었던 셈이다. 창작은 여러 방식에서 나온다. 작품과 상황마다 달라지겠지만 타루의 창작 방식이 ‘놀이’에 가깝다면, 바닥소리는 ‘연구’에 근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