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와 판소리를 통한 해학성 탐색
경쾌하게 포문을 연 작품 ‘춤의 향기가 만리를 넘다’는 민요에 춤을 얹은 최준명의 댄스드라마이다. 1950년대 명동거리의 분위기를 익살스럽게 재현하면서 20세기 초반 대표적 춤꾼 배구자(1995~2003)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창부타령’, ‘양산도’, ‘노들강변’ 등을 편곡해 엮으며 재즈풍을 넘나드는 고현경의 보컬과 이성순의 타악, 강희수의 아코디언이 큰 역할을 한다. 김향과 손미정이 젊은 날의 배구자 역을 맡아 찬조 출연했다. 바람이 이끄는 대로 날아간 최준명이 과거의 시간 속 배구자를 만나 함께 춤을 춘다. 춤사위는 황무봉류, 대본은 한정원이다.
이어지는 김수현의 ‘박씨전, 추어지다’ 역시 한국춤이 극장예술로서 예술성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흔히 배제해온 해학성을 크게 수용한다. 지금은 맥이 끊긴 판소리 ‘박씨전’을 최교익의 대본, 서정금의 소리로 복원했다. 막간극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갖춘 완성도를 갖추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형식은 소극(笑劇), 즉 웃음거리극이다. 안무자 김수현은 박씨부인 역을 춤으로 소화하고, 국립창극단 단원 서정금은 시아버지, 남편, 해설자 역할을 소리와 아니리로 넘나든다. 천하박색으로 독수공방하던 박씨부인이 신묘한 도술로 집안을 일으키면서 금슬이 좋아지는데, 이 과정에서 재치 있는 소품 활용과 노골적인 과장으로 골계미를 극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