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동지(虎婚)’는 한해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날이다. 또한 연중 마지막 세시절기이기도 하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동지는 세시절기다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2021 남산골 세시절기 축제 : 동지’는 ‘위드코로나’ 단계의 전환으로 동짓날과 그 전후로 마련되는 대면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이다.
우선 동짓날인 12월 22일은 액운을 쫓기 위해 행해지는 고사와 길놀이를 결합시켜 동지 고유의 풍습과 뜻을 되새길 수 있는 행사가 펼쳐진다. 한옥마을 정문에서 방문객과 함께하는 동지고사가 정오부터 치러지며, 이후 동지책력 달력과 함께 팥떡 나눔이 진행된다. 동지의 풍습 중 하나인 달력 나눔은 동지 전후인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 7일간 남산골한옥마을 방문객 대상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이승업 가옥 담벼락에서 만날 수 있는 2022년 새해 달력은 임인년 흑호랑이의 해를 맞이하여 세시절기 풍습, 계절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담아 제작되었다. 이와 함께 12월 말까지 이승업 가옥 별채에서는 ‘남산골사진관’을 운영, 세시절기는 물론 겨울의 문턱에서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출연팀으로는 이른바 ‘경기남부재즈류’를 전승받은 이수자를 자칭하는 4인의 재즈밴드 ‘경기남부재즈’와 실험성이 강한 창작국악을 선보이는 ‘더 튠(THE TUNE)’, 대중음악적 구조를 이용해 국악을 재해석하는 퓨전국악밴드 ‘국악인가요’, 프로듀서 겸 DJ로 활동하는 ‘KAYON’이 각 장르에서 엄선된 곡들의 편곡을 맡아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들이 재해석하는 곡 가운데, 근대가요의 대표 격인 <목포의 눈물>을 비롯, 영화 <박열>의 OST곡이자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가 직접 부른 조선 최초의 서양식 가요 <이태리의 정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봄아가씨>, <오빠는 풍각쟁이야>, <유쾌한 시골영감>, <삽살개타령> 등 각 장르를 대표하는 곡들이 소개된다.
이제껏 알던 전통문화예술은 ‘잊어라’, 최신 테크놀로지로 생동감 있게 살아나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마치 내가 줄을 타는 것 같은 아슬아슬함마저 느낄 수 있는 360도 AR ‘줄타기’는 물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동화 애니메이션으로 살아나는 ‘서도소리’와 새롭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지난 6월 오프라인 공연을 시작으로 최근의 기술 개발까지 지속되어온 서울남산국악당의 ‘LIVE남산’은 이어지는 아웃풋을 기다리고 있다.
360도 VR과 결합한 <LIVE남산: 줄타기>는 하이라이트영상과 풀영상이 각각 10월 2일과 11월 2일 한 달 간격을 두고 서울남산국악당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었다. 360도 버튼을 누르면 핸드폰을 돌려가며 직접 줄 위를 걷는 듯한 각도로도 감상이 가능하다. 카메라가 보여주는 영상만 보는 것이 아닌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가옥마당의 전경을 바라보며 자유롭게 줄타기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또한 <LIVE남산: 서도소리>는 AR 동화 리플릿으로 제작되었으며,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배뱅이굿AR’을 검색하여 <설화탐정_서도소리 배뱅이굿>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다. 서울남산국악당 홈페이지에도 동화 리플릿이 업로드되어 있어 손쉽게 내려받아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구동하면, 동화 애니메이션과 음원을 통해 배뱅이굿과 더욱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
첼로가야금은 최근 JTBC 음악 프로그램 ‘슈퍼밴드2’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단장’에서 선보일 공연 <Plug-in(플러그인)>은 팀의 음악적 확장에 대한 실험을 담아 준비되었다. 동서양 두 전통악기의 교차점에서 빚어지는 독자적 사운드로 반향을 일으켜온 첼로가야금은 이번 공연에서 ‘사운드 이펙트’, ‘타 분야 예술인과의 협업’, ‘한국 근대 가요의 재해석’이라는 세 가지 플러그인을 새롭게 선보인다. <Plug-in(플러그인)>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전통음악을 둘러싼 수많은 담론과 음악적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첼로가야금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한편 ‘코리안 집시’를 표방하는 상자루는 지난해 10월 KBS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던 전통음악밴드이다. 이번에 소개될 상자루의 공연 <집시의 자루>는 팀 결성 후 8년간 상자루가 겪어온 청춘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지금껏 ‘전통’이라는 외부적 프레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왔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상자루 멤버들의 내적이고 주관적인 세계관을 관객들과 공유한다. 3명의 젊은 국악창작자들의 음악과 삶을 향한 순수한 열망과 고민, 그리고 ‘젊고 용감한 사운드’와 ‘음악에 대한 원초적 기쁨’을 조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