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 9호

현장과 온라인 모두 바쁜 시절

정리편집실
발행일2021.11.09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위드코로나’의 도래와 함께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거리두기’로 전환된 가운데, 공연과 축제를 찾는 발걸음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완전히 불안감이 해소된 상황은 아니며 여전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순간을 계속 기다려왔을 것이다. 온라인 역시 공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역시나 수확과 갈무리로 풍성한 계절이다.

낮이 길어지는 기점, 동지 맞이

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동지(虎婚)’는 한해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날이다. 또한 연중 마지막 세시절기이기도 하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동지는 세시절기다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2021 남산골 세시절기 축제 : 동지’는 ‘위드코로나’ 단계의 전환으로 동짓날과 그 전후로 마련되는 대면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이다. 

동지고사 ⓒ 남산골한옥마을

우선 동짓날인 12월 22일은 액운을 쫓기 위해 행해지는 고사와 길놀이를 결합시켜 동지 고유의 풍습과 뜻을 되새길 수 있는 행사가 펼쳐진다. 한옥마을 정문에서 방문객과 함께하는 동지고사가 정오부터 치러지며, 이후 동지책력 달력과 함께 팥떡 나눔이 진행된다. 동지의 풍습 중 하나인 달력 나눔은 동지 전후인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 7일간 남산골한옥마을 방문객 대상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이승업 가옥 담벼락에서 만날 수 있는 2022년 새해 달력은 임인년 흑호랑이의 해를 맞이하여 세시절기 풍습, 계절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담아 제작되었다. 이와 함께 12월 말까지 이승업 가옥 별채에서는 ‘남산골사진관’을 운영, 세시절기는 물론 겨울의 문턱에서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동지고사와 길놀이의 결합 ⓒ 남산골한옥마을

축제와 함께 온라인을 타고

코로나19로 인해 하반기에 놓칠 수밖에 없었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된 축제들로 풍성한 계절이 찾아왔다. 우선 지난 10월, 뜨거운 호응 속에 치러졌던 ‘2021 변신술: 음양오행’의 온라인 송출이 진행된다. 음악이 한옥 안에서 서로 화합하며 상생한다는 의미를 보여주고자 ‘음양오행’ 콘셉트에 따른 색감과 연출을 통해 다섯 팀의 아티스트와 프로그램을 소개한 바 있다.
‘2021 변신술: 음양오행’의 한 장면 ⓒ 남산골한옥마을
11월 10일 소개되는 인디밴드 ‘공중그늘’의 무대는 음양오행 중 ‘목(木)’에 해당된다. 사이키델릭 팝과 록, 레게 등 다양한 장르에 문학적인 가사를 결합시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4인조 밴드이다. 11월 12일에는 ‘돌 하나에도 뜻이 있다’는 의미의 ‘김뜻돌’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아티스트의 무대가 소개되며, ‘토(土)’의 콘셉트로 연출된 현장과 만날 수 있다. 11월 15일에는 ‘화(火)’의 무대로 ‘너드커넥션’이 소개되며, 90년대 브리티시 록에서 영향을 받은 사운드와 서정적인 가사로 공감을 끌어낸다. 11월 17일과 19일은 각각 ‘수(水)’와 ‘금(金)’의 무대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적지 않은 호응을 얻었던 ‘차세대’와 ‘실리카겔’과 만날 수 있다.
‘모단레코드: 근대가요의 재탄생’의 근대재즈의 편곡과 공연을 맡은 경기남부재즈 ⓒ 김명집
한편 서울남산국악당의 근대음악축제 ‘재.재.재: 다시. 또. 한번’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모단레코드: 근대가요의 재탄생’이 11월 13일 서울남산국악당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콘서트로 열린다. 이번 온라인 콘서트는 20세기 초 우리나라의 근대 대중음악을 이끌었던 유행가, 만요, 신민요, 재즈송 등 4가지의 대표적 장르를 통해 근대가요의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만끽할 수 있다.
‘모단레코드: 근대가요의 재탄생’ DJ 카욘 ⓒ 김명집

출연팀으로는 이른바 ‘경기남부재즈류’를 전승받은 이수자를 자칭하는 4인의 재즈밴드 ‘경기남부재즈’와 실험성이 강한 창작국악을 선보이는 ‘더 튠(THE TUNE)’, 대중음악적 구조를 이용해 국악을 재해석하는 퓨전국악밴드 ‘국악인가요’, 프로듀서 겸 DJ로 활동하는 ‘KAYON’이 각 장르에서 엄선된 곡들의 편곡을 맡아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음악으로 재탄생시켰다. 이들이 재해석하는 곡 가운데, 근대가요의 대표 격인 <목포의 눈물>을 비롯, 영화 <박열>의 OST곡이자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가 직접 부른 조선 최초의 서양식 가요 <이태리의 정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봄아가씨>, <오빠는 풍각쟁이야>, <유쾌한 시골영감>, <삽살개타령> 등 각 장르를 대표하는 곡들이 소개된다.

‘모단레코드: 근대가요의 재탄생’ 의 만요와 가요 장르의 편곡과 공연을 맡은 국안인가요 ⓒ 김명집

전통예술, 실감형 콘텐츠로 더욱 생생하게

이제껏 알던 전통문화예술은 ‘잊어라’, 최신 테크놀로지로 생동감 있게 살아나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마치 내가 줄을 타는 것 같은 아슬아슬함마저 느낄 수 있는 360도 AR ‘줄타기’는 물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동화 애니메이션으로 살아나는 ‘서도소리’와 새롭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지난 6월 오프라인 공연을 시작으로 최근의 기술 개발까지 지속되어온 서울남산국악당의 ‘LIVE남산’은 이어지는 아웃풋을 기다리고 있다.

2021 온오프라인통합콘텐츠 [LIVE남산: 줄타기] × VR 360도 ⓒ 서울남산국악당
온·오프라인 통합콘텐츠 ‘LIVE남산’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다양화된 관객의 경험에 부응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특히 전승 위기의 국가긴급보호무형문화재인 줄타기, 발탈, 가사, 서도소리를 현장 공연과 함께 온라인으로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도록 진행해왔다. 오프라인으로는 6월 줄타기 신동 남창동의 공연을 시작으로, 7월에는 발탈 전승 교육사 정준태, 10월에는 가사 전수자 노정은과 배뱅이굿 이수자 김유리의 공연이 소개되었다. 이중 김유리의 서도소리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고, 풀영상과 음원이 유튜브를 통해 11월 10일 공개된다. 이와 함께 온라인으로는 360도 VR을 비롯하여 AR(동화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3D 아바타 기반의 가상현실 플랫폼 제페토 등과 결합한 실감형 콘텐츠로 공개되고 있다.
2021 온오프라인통합콘텐츠 <LIVE남산: 서도소리> 배뱅이굿AR 동화 리플렛 시민 이벤트 참여자 ⓒ 서울남산국악당

360도 VR과 결합한 <LIVE남산: 줄타기>는 하이라이트영상과 풀영상이 각각 10월 2일과 11월 2일 한 달 간격을 두고 서울남산국악당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었다. 360도 버튼을 누르면 핸드폰을 돌려가며 직접 줄 위를 걷는 듯한 각도로도 감상이 가능하다. 카메라가 보여주는 영상만 보는 것이 아닌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가옥마당의 전경을 바라보며 자유롭게 줄타기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또한 <LIVE남산: 서도소리>는 AR 동화 리플릿으로 제작되었으며,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배뱅이굿AR’을 검색하여 <설화탐정_서도소리 배뱅이굿>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다. 서울남산국악당 홈페이지에도 동화 리플릿이 업로드되어 있어 손쉽게 내려받아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구동하면, 동화 애니메이션과 음원을 통해 배뱅이굿과 더욱 친근하게 만날 수 있다.

AR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결합한 2021 온오프라인통합콘텐츠 <LIVE남산: 발탈> ⓒ 서울남산국악당
2021 온오프라인통합콘텐츠 <LIVE남산: 가사> 제페토 맵 ⓒ 서울남산국악당
그 외에 <LIVE남산: 발탈>은 AR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의 결합을 통해, 발탈과 함께하는 한옥마을 유람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할 ‘발탈 IN NAMSAN’ 앱 출시가 11월 29일 예정되어 있다. <LIVE남산: 가사>는 제페토에 맵을 구성하여 새롭게 소개된다. 제페토 유저들과 함께 맵에 들어와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준비되고 있으며, 12가사 중 황계사 노래를 뮤직비디오로 제작하여 서울남산국악당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11월 27일 공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객석보다 더 가까이에서 언제든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공연의 확장성을 더욱 북돋을 수 있도록 기대해본다.
2021 온오프라인통합콘텐츠 [LIVE남산: 서도소리] × 배뱅이굿AR 리플렛 ⓒ 서울남산국악당

젊은 무대의 저력과 비상

미래의 국악을 가늠해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무대가 펼쳐진다. 서울남산국악당 전통기반 청년예술가 인큐베이팅 사업 ‘2021 젊은국악 단장 4기’ 창작공연 발표회가 11월 17일과 19일 양일간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막을 올린다. ‘젊은국악 단장’은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총 16팀이 선발되어 단계별 창작 준비과정 지원을 통한 무대화를 실현하면서, 젊은 전통예술 창작자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유의미한 계기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4기의 무대는 신선한 예술세계로 주목받고 있는 두 창작팀 상자루와 첼로가야금의 쇼케이스 형태를 넘어선 창작공연과 실험으로 기대감을 자아낸다.
월드뮤직 듀오 첼로가야금 ⓒ 천유신

첼로가야금은 최근 JTBC 음악 프로그램 ‘슈퍼밴드2’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단장’에서 선보일 공연 <Plug-in(플러그인)>은 팀의 음악적 확장에 대한 실험을 담아 준비되었다. 동서양 두 전통악기의 교차점에서 빚어지는 독자적 사운드로 반향을 일으켜온 첼로가야금은 이번 공연에서 ‘사운드 이펙트’, ‘타 분야 예술인과의 협업’, ‘한국 근대 가요의 재해석’이라는 세 가지 플러그인을 새롭게 선보인다. <Plug-in(플러그인)>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전통음악을 둘러싼 수많은 담론과 음악적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첼로가야금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준다. 

상자루의 세 멤버 ⓒ 천유신

한편 ‘코리안 집시’를 표방하는 상자루는 지난해 10월 KBS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던 전통음악밴드이다. 이번에 소개될 상자루의 공연 <집시의 자루>는 팀 결성 후 8년간 상자루가 겪어온 청춘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지금껏 ‘전통’이라는 외부적 프레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왔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상자루 멤버들의 내적이고 주관적인 세계관을 관객들과 공유한다. 3명의 젊은 국악창작자들의 음악과 삶을 향한 순수한 열망과 고민, 그리고 ‘젊고 용감한 사운드’와 ‘음악에 대한 원초적 기쁨’을 조명하고자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

대체 불가한 독보적 소리꾼 추다혜의 <짓-사자의 언어>가 서울남산국악당을 찾아온다. 12월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서도소리를 기반으로 보이스 퍼포밍, 바디 퍼커션을 접목시킨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퍼포머들은 자신의 몸으로 낼 수 있는 소리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간의 민요 작품들이 콘서트나 소리극의 형태로 발표되어왔던 것과 거리를 두면서, 이번 공연은 목소리(민요)와 몸소리(바디퍼커션)를 재료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추다혜만의 실험을 선보인다. 이 작품에서 퍼포머들의 소리와 움직임에 전통 어법을 모티브로 제작된 전자 사운드를 더하여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에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이번 ‘2021 서울남산국악당 남산초이스’ 기획을 통해 민요에서 무가로, 다시 민요로, 흔치 않은 ‘소수적인’ 음악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선사하는 추다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2021 서울남산국악당 남산초이스 <짓-사자의 언어> ⓒ 장인화
한편 팬데믹의 여파로 타격을 입은 공연예술계에 위로를 건네는 서울남산국악당의 주제공모형 기획대관 ‘남산, 위로(WE:路)’가 그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다. 선정된 5개 공연 단체 중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거꾸로프로젝트, 원초적음악집단 이드, 창무회, 예술숲의 무대가 소개되었다. 오는 12월에 17-18일에는 연희집단 THE 광대의 대표이자 최고의 재담꾼인 안대천의 <연희땡쇼>와 만날 수 있다. 이른바 ‘연희 땡처리쇼’로서 연희의 모든 볼거리를 풍성하게 펼치는 옴니버스 전통연희 쇼이다.  
안대천의 <연희땡쇼> ⓒ 연희집단 THE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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