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가을

프리뷰 | 9~11월 전통공연예술

장혜선
발행일2022.09.14

국악과 함께, 다정한 낮과 청명한 가을밤으로

서울돈화문국악당 <낮잠콘서트> & <야광명월>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종로구 국악로 초입에 자리 잡았다. 창덕궁 돈화문에서 종로3가역까지 연결되는 800미터가량의 길을 ‘국악로’라고 부른다. 국악인들의 집결지였던 이곳을 걷다 보면 낡은 간판의 국악학원이나 한복 상점이 종종 보인다. 서울시는 낙후됐던 국악로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2016년에 서울돈화문국악당(이하 돈화문국악당)을 건립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작지만 응집력 있는 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자체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해왔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우리 삶에 침투한 코로나 때문에 돈화문국악당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전염병 때문에 공연 강행이 어려워진 상황이 오래도록 지속됐지만, 돈화문국악당은 온라인 생중계로 관객과의 약속을 지켜 나갔다. 조금씩 주요 극장이 활기를 찾고 있는 흐름을 타 돈화문국악당 역시 코로나 기간 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본연의 기획공연들을 재정비해 선보인다.

돈화문은 청아한 단청색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낮도 좋고, 조명이 환히 밝혀진 선선한 저녁에도 아름답다. 국악로의 낮과 밤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간대의 두 공연 <낮잠콘서트>와 <야광명월>을 주목해 보자.

다정한 낮이 좋다면, <낮잠콘서트>

가을바람이 부는 날, 궁궐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돈화문국악당의 <낮잠콘서트>를 놓치지 말길.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돈화문 국악로 일대에서 ‘돈화문, 전통과 신통을 잇다!’란 주제로 <서울국악축제>가 펼쳐진다. 이 기간 동안 돈화문국악당은 국악로와 창덕궁, 익선동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공연 <낮잠콘서트>를 선보인다. 지친 현대인에게 휴식 같은 국악 공연을 선사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연은 2회 차로 진행된다. 9월 30일에는 ‘프로젝트 그리고’가 출연해 국악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킨 공연을 선보인다. ‘프로젝트 그리고’는 단어, 문장 등을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쓰는 접속 부사 ‘그리고’처럼 장르에 관계없이 음악으로 연결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결성된 팀이다. 생황연주자 김현진과 대금연주자 채화정이 주축이 되어 팀을 이뤘으며, 전통음악부터 창작음악까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1일에는 해금연주자 김민정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한양대에서 해금을 전공한 김민정은 서울시청소년국악단과 청주시립국악단 단원으로 활동해오다가 2010년 세상을 향해 작지만 의미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음반 <사이 between>을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민요를 바탕으로 과거를 노래하고, 지금의 감수성으로 현재를 채우고, 미래를 향한 모던함이 깃든 음악 세계로 호평을 받은 그가 어떠한 무대를 채울지 기대를 모은다.

청명한 가을밤이 좋다면, <야광명월>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동안 제한됐던 야외 길거리 공연 또한 다시금 일상으로 찾아온다. 9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매주 금·토·일에는 돈화문국악당의 국악마당과 돈화문로 일대에서 <야광명월>이 펼쳐진다.
 
국악로로 지정된 돈화문로 일대에서 거리 공연을 개최해 국악로 부흥을 꿈꿨던 초창기 목표를 되새기는 작업이기도 하다. 많은 시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저녁 퇴근 시간인 오후 6시와, 주말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일요일 오후 5시에 펼쳐지는 공연으로, 대중적인 국악 밴드가 매번 다른 공연을 선사한다.
 
9월 30일 창작그룹 ‘동화’의 공연이 <야광명월>의 처음을 장식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옛 서정시의 노랫말에 감미로운 국악을 선율을 가미한 선율을 들려준다. 10월 1일에 출연하는 ‘버드(bud)’는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로 이루어진 앙상블이다. 생명체와 자연 등을 소재로 한 창작곡으로 무장한 버드는 우리에게 지구의 소중함을 일깨어줄 음악을 선사한다. 10월 2일은 일요일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음악을 즐겨도 좋은 이 시간에 ‘모던판소리 공작소 촘촘’과 만나보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우리는 동화 속으로, 옛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다.
 
10월 7일은 2019년 21C한국음악프로젝트 금상을 수상한 ‘삐리뿌’가 참여한다. 피리 고유의 소리에 ‘일레트로닉’하고 ‘팝’스러운 사운드를 더한 세련된 국악 팀이다. 8일을 장식하는 ‘힐금’은 가야금, 거문고, 해금으로 이루어진 세 명의 예술가가 모여 결성한 단체로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음악으로 가감 없이 목소리를 내어보고자 한다. 9일에 서는 판소리 3중창 그룹 ‘심풀’은 2020년 21C한국음악프로젝트 장려상을 수상한 팀으로, 대중적인 판소리를 만들어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고 있다.
21일에는 첼리스트 김 솔 다니엘과 가야금연주자 윤다영이 함께 하는 ‘첼로가야금’이 무대를 꾸민다. 22일에는 개성 넘치는 3인의 가야금 연주자로 구성된 ‘헤이스트링’이 무대를 꾸미는데, 이들은 공동작곡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화려한 기량의 팀이다. 23일 ‘줄헤르츠’는 가야금, 거문고, 아쟁으로 구성된 앙상블로, 국악현악기의 매력을 선보인다.
 
28일에는 2017년 21C한국음악프로젝트 금상을 받은 ‘원초적음악집단 이드’가 경쾌한 공연을 선사한다. ‘이드’는 본능·쾌감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쾌감 원리’를 뜻하며, 이러한 쾌감 본능을 국악으로 해소시키고자 창단된 팀이다. 29일에는 2021년 청춘열전 출사표에서 금상을 수상한 ‘메탈리즘’이 국악의 색다른 음색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메탈리즘’은 국악에서의 ‘금속성’이라는 음색탐구를 시도하는 팀. 30일에는 2014년 21C한국음악프로젝트 대상을 받은 ‘정가앙상블 soul지기’가 참여해 정가의 음색과옛 시조를 노랫말로 한 새로운 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11월 4일에는 2018년 가야금의 하수연, 거문고의 황혜영이 결성한 ‘달음’이 전통음악에 현대적 해석을 더한 흡입력 지닌 음악을 연주한다. 다음 날인 5일에는 세 명의 여성 타악 연주자로 구성된 ‘Groove&’가 다양한 타악기의 세계로 초대한다. 6일에는 데뷔 25주년 맞이한 ‘월드뮤직그룹 공명’이 흥겨운 리듬으로 재해석한 우리음악으로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낮잠콘서트>와 <야광명월>은 모두 무료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티켓 예매나 발권 등의 번거로움 없이 일과 중 잠깐의 휴식 시간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예로부터 돈화문로는 궁중예술과 민속예술이 교차하는, 문화예술이 꽃 피었던 곳이었다. 이곳에서 젊은 국악인들은 꿈을 키우며 전통을 일궜다.
 
우리의 소리가 일상에 스며들도록 노력하고 있는, 동시대 국악인들에게 다양한 무대를 제공하고 있는, 돈화문국악당의 이러한 작은 움직임 덕분에 국악로에 새로운 숨결이 스며들고 있다.
 
 

 

 

장혜선
대학에서 비올라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월간 <객석> 수석기자로 재직 중이며 문학과 연극, 이야기와 음악, 새로운 각색과 연출, 공간과 사람이 만나는 공연예술 현장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