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성기: 근간에는 국악을.
시대적 감각으로 무장하다
‘그림’은 위에서 말한 장르가 한창 활성화되던 시기에 창단됐다. 국악기 녹음에 관심이 많았던 신창렬 대표가 후배 음악인들과 함께 작곡 소품을 공유하던 활동이 확장돼 단체가 만들어졌다. 그림의 음악은 앞서 결성된 선배 단체들의 그것과 같이 국악을 음악의 근간에 두고 대중의 귀에 익숙한 화성적이고 선율적인 음악을 전개함으로써 국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어 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월드뮤직적인 접근, 음악 외적인 감각 요소들의 결합으로 작품에 차별성을 두었다. 이미지적인 사운드,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의 결합 등 지금에야 흔한 말이 되었지만 그야말로 융복합 형태의 창작 작업이 바로 그림의 방식이었다.
성장기: 팀명처럼,
시각적인 것과 만나다
신 대표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하나, ‘그림’이라는 팀명 때문이라도 이들은 작업 시 시각적인 것과의 결합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견 그것이 그들의 성장을 견인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계층의 문화적 성장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중화’를 성공시키는 키(key)는 결국 소비층에게 얼마나 잘 소구하는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 시절 청년층으로서 대중적 문화를 주도한 사람들은 1980년대 MTV로 시청각을 동시 경험하는 데에 익숙한 세대였으며, 20세기 말 뮤직비디오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하며, 음악 표현과 함께하는 시각적인 연출력을 갖추는 것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니 다양한 감각과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의 활동은 단순 음악 그 이상의 것으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안정기: 대표작을 탄생시키다
‘그림’은 서울아트마켓(2006 PAMS) 우수공연 예술단체로 선정돼 주목받은 후 2016년 의정부음악극축제 ‘음악극 어워드 대상’에 이어, 2017년 KBS국악대상 단체상과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즈음 ‘그림’은 대중과의 접점을 그림(圖)에서 나아가 음악극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는데, 우리가 기억하는 여러 작품이 이때부터 하나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김홍도의 화첩기행을 다룬 ‘환상노정기’, 동화 콘서트 ‘자라는자라’, 어린이 음악극 ‘거인 앙갈로’, 한국화와 음악을 동기화한 ‘블랙무드’ 등이 대표적. 이중 ‘자라는자라’는 2019년 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단체육성사업 신작공연, ‘거인 앙갈로’는 2020‧2021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어린이 창‧제작 지원사업, ‘환상노정기’는 2021년 국립민속국악원 제3회 대한민국 판놀음의 우수공연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재단장한 ‘블랙무드’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펼쳐졌다. 지난 9월 1~8일까지 전시(야외마당‧체험실)와 공연(체험실)으로 진행된 ‘블랙무드’는 지난 2년간 서울남산국악당 상주단체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는 공연과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