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을

프리뷰│서울돈화문국악당 [2023 실내악축제]

송현민
발행일2023.08.10

예술감독 김상욱 &
참여 작곡가 강하은 인터뷰

작곡가들의
소리와 생각이 담긴
실내

 
2021년부터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선보이고 있는 ‘실내악축제’는 실내악이 쌓인 곳간의 문을 여는 시간이다. 올해도 작곡가, 앙상블, 연주자들이 ‘실내악’이라는 명분 아래 모인다. 작곡가 이성천(1936~2003)이 쌓은 실내악의 ‘전통’을 돌아보고, 음악동인고물과 경기가야금앙상블이 실내악의 ‘현재’를 선보인다. 작곡가들은 신작으로 실내악의 ‘미래’를 점친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여러 초연곡이 오른다
작년부터 축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김상욱은 작곡가이다. 실내악 발전에서 작곡가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올해도 작곡가들이 실내악 문화와 결합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강하은도 이번 축제에 신작을 내놓는다. 보다 넓어진 축제의 넓이와 깊이를, 두 작곡가와 얘길 나누며 가늠해보았다.
김상욱(예술감독‧작곡가)
강하은(작곡가)

실내악 명곡부터
실내악단과 작곡가가 축제로 모이다

 2022년과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김상욱올해는 작곡가에 방점을 찍었다. 국악 실내악 역사에서 작곡가들의 존재와 업적은 이 분야를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성천을 기리는 공연 이성천-Retrospective’(8.18)가 눈에 띈다.
김상욱그는 수많은 국악실내악곡을 작곡했다. 한 때는 새로운 국악을 만들어내는 젊은 기수였고, 이제는 실내악 작곡의 명인으로 기억되고 기록된다. 때마침 올해가 서거 20주년이었다. 기념을 위한 충분조건이 되었다. 생전에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기에 현재 서울대 석‧박사 과정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SNU 앙상블과 이지영 서울대 교수(가야금)가 6곡을 연주하는 무대다. 그가 작곡한 ‘쥐구멍에 볕 들었어도’는 지금도 해금 연주자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곡이다.
 
음악동인고물(8.20)경기가야금앙상블(8.23)의 공연도 오른다. 일종의 초청 기획인데, 이들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인가?
김상욱실내악을 주종목으로 한 단체이고, 실내악을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단체들이다. 그들의 움직임이 실내악계 현주소와 정의를 새롭게 써가고 있는 중이다. 실내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두 앙상블의 색채는 완연히 다르다. 음악동인고물은 이태원 작곡가를 중심으로 멤버들이 치밀하게 음악을 일구고, 정밀하게 연주한다. 그들 특유의 반복적이고 미니멀한 음악적 성격도 국악실내악계의 다양성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기가야금앙상블은 단체명처럼 가야금만으로 구성된 앙상블이다. 가야금으로 통일되었지만, 가야금만 있는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꾸준한 작품 위촉을 통해 동종(同種) 악기 앙상블의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을 시도 중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앙상블 유지라는 지속성일 것이다. 일단 살아남아야 새로운 현주소 쓰기가 가능할 게 아닌가.
2022년 서울돈화문국악당 실내악축제
2022년 서울돈화문국악당 실내악축제
축제는 모음과 모임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고, 예술감독이 그들을 위한 여러 관계망을 형성해준다. 이러한 것이 반영된 것이 페스티벌 앙상블 공연(8.2527) 같다. 2회의 각기 다른 공연을 갖는다.
김상욱서울돈화문국악당 실내악축제의 ‘꽃’은 페스티벌 앙상블일 것이다. 한국과 서양 악기가 만드는 하이브리드적인 감수성으로 기획했다. 2017년에 미국에서 열린 환태평양 음악제에 참여한 적이 있다. 세계 각국의 작곡가들이 빚은 작품을 교두보 삼아 동‧서양의 악기와 음악가들이 만난 장이었다. 이러한 음악제에 대한 경험과 ‘기억’이, 이번 축제와 페스티벌 앙상블 ‘기획’에 주춧돌이 되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실내악의 다양성과 확장이 실현되고, 곧 관객의 확장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 한국과 서양의 악기와 음악가들이 함께 하듯, 객석의 비율도 두 세계의 관객들이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내악사()
젊음으로 디자인하다

김상욱 예술감독이 밝혔듯이 이번 축제에는 ‘작곡가’들에 방점이 찍히는 순간이다. 특히 2회에 걸친 페스티벌 앙상블의 공연이 더욱 그러하다. 8월 25일 공연에는 김유리‧임준희‧최우정‧김상욱‧이고운의 작품이 오른다. 국악기와 양악기가 이들의 작품을 교두보 삼아 만난다.
27일 공연은 김상욱 예술감독이 엄선한 젊은 작곡가 5인의 신작으로만 꾸려졌다. 김 예술감독의 선정 이유를 정리하면 이러하다. 강하은은 이야기의 집을 잘 짓는다(가야금‧거문고‧피리 ‘온화한 폭풍’). 김영상의 작품에는 ‘에너지’가 돋보인다(거문고‧해금‧타악 ‘놀음Ⅲ’). 서여정의 ‘GRAY’(가야금‧대금)에는 평범함을 뒤집는 섬세함이 녹아들어 있다. 최지운은 ‘똑똑’하게 ‘똑똑한 곡’을 써낸다(피리‧아쟁‧타악 ‘녹연(綠煙)’). 제2회 K-ARTS 국제작곡콩쿠르(2022) 입상자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앤드류 필슨은 ‘Shattered(산산조각)’(대금‧해금‧타악)을 발표한다.
 
실내악이 다른 장르와 구분되는 충분필요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상욱│국악관현악과 비교한다면 친밀함이 아닐까. 작은 규모지만, 촘촘한 관계성이 잘 드러나는 것이 실내악이다. 연주자들의 태도도 다르다. 관현악은 단원들이 지휘자의 음악적 명령을 받는 기능인으로 움직인다. 반면 실내악에 임하는 연주자들은 능동적이고 자율적이다. 교감의 과정을 드러내고, 친밀함을 돋보이게 한다. 따라서 음악(작품)과 함께 음악가(연주자)들의 주관과 개성이 드러나고 돋보인다.
강하은실내악의 매력은 섬세함과 다채로움이라 생각한다. 관현악은 풍부하고 웅장한 사운드로 구성되었지만, 실내악은 악기들의 표현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 연주자들의 기법과 호흡도 보다 선명하게 섬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가야금거문고피리가 함께 하는 실내악곡 온화한 폭풍은 어떤 곡인가?
강하은매일 감정의 파도와 폭풍 속에서, 그 폭풍이 우울, 분노, 콤플렉스, 행복, 사랑 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곡이다. 이 폭풍 가운데서 우리는 평화를 찾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형식적으로는 가야금‧거문고‧피리가 잘 조합되고, 선율의 흐름이 잘 흐르도록 고민하며 작곡했다.
2022년 제이국악오케스트라 제2회 정기연주회-강하은‘시간의 몰락’
작곡할 때, 우선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악기의 특성, 제목, 대중적인 재미와 흥미, 생각의 흐름 등등.
강하은처음은 ‘어떤 영감’으로부터 늘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악보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국악기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관객에게 이 소리가 어떻게 다가갈까 등이다. 그중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은 악기의 특성과 표현이다.
 
이번 실내악축제가 작곡가로서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은가?
강하은실내악축제는 작곡가에게 도전의 시간이고, 큰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완성된 작품이 연주자들과 소통하며 작곡 외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은 또 다른 영감의 시간이기도 하다. 적나라하게 작품의 부족한 점이 드러나는 순간이고, 차기 작품은 어떤 방법과 표현으로 다듬어야 할지 많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곡가로 성장하리라 본다.
 
현재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어떤 작곡가로 살아가고 싶은가?
강하은지금은 있는 그대로 느끼고, 나를 투영시킬 수 있는 곡들을 많이 쓰고 싶다는 바람뿐이다. 누군가가 나의 곡을 들었을 때, “아! 이 곡은 강하은의 작품이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 말이다. 이러한 성장을 통해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
송현민
음악평론가.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고, 충실한 ‘기록’이 미래를 ‘기획’하는 자료가 된다는 믿음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