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을

프리뷰│서울돈화문국악당 [2023 실내악축제]

이소영
발행일2023.08.07

음악동인고물 고진호 인터뷰


서울돈화문국악당 ‘2023 실내악축제’ 중 음악동인고물│ 8월 20일 서울돈화문국악당
▲ 클릭해서 공연 정보로 이동

음악동인고물(이하 고물)은 이태원(음악감독), 고진호(대금), 홍예진(가야금), 배승빈(피리)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이다. 고진호에 의하면 음악동인으로서의 창단과 성장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2000년대 초, 작곡 공부도 하고, 곡 분석도 해보는 모임으로 시작되었고, 2009년쯤 본격적인 공연으로 발전시켰다. 공연의 방식은 남달랐다. 구성원들이 평소 갖고 있던 국악에 관한 질문들을 공연에 녹여 넣었던 것. 이러한 물음과 의문은 이제 고물만의 정체성이 되었고, ‘국악에 관한 세가지 논쟁’을 비롯해 20여 편의 기획공연이 그 결과물이 되었다. 이외 연습실 음악회를 통해 고물만의 음악과 국악기 소리를 음향기기의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자리도 꾸준히 갖고 있다. 타 장르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물론 음반, 음원, 영상 등의 기록 작업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고물의 진면모를 8월 20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만날 수 있다. 다음은 고진호와 나눈 대화다.
음악동인 고물
고진호(대금연주자)와 이태원 음악감독(작곡가)의 협업이 고물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중요해 보인다. 협업 유지와 단체 지속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공연의 모든 과정은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그래서 ‘음악동인’이기도 하다. 사실 어느 때는 피곤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공연과 색깔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주로 음악감독이 곡을 만들고, 연주자들이 기본적으로 다양한 걸 구사한다. 예를 들어 전공 악기 외 각종 타악기와 노래, 현대적 기법 등을 구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고물 공연의 볼거리로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원동력은 함께 보낸 시간이다.
 
고물의 공연은 국악계 주류에 대한 문제 의식을 토대로 비판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일단 고물의 공연은 여러 형태로 나뉜다. 국악을 전공하며 들었던 의문과 질문을 다큐멘터리나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문제 제기를 하는 방식이다. 이를 우리는 ‘음악다큐멘터리’라고 명명한다. 공연을 통해 설명하기 어려운 점들을 녹음된 나래이션으로 틀고, 연주자들이 실시간으로 연주하는 방식이다. 사실 고물이 던지는 메시지보다 음악 자체가 재밌다는 관객도 많다. 진지한 공연이든, 풍자와 재미를 담은 공연이든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것이다. 그 외 다른 형태로는 타 장르와의 협업이다. 이러한 공연은 연습실 연주회 같은 작은 공연부터, 무용, 전시, 영화, 패션쇼 등과 협업하며 기반을 넓히고 있다.
 
수많은 퓨전 국악 실내악단과 앙상블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국악기로만 구성된 고물이 지닌 ‘실내악적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고물도 퓨전국악을 많이 만들고 연주한다. 국악기만으로 구성된 음악도 있고, 서양 악기나 전자 음향이 들어간 음악도 있다. 구성원은 국악기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됐지만, 음악을 만들 때는 항상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고 많은 악기를 고려한다. 고물의 ‘실내악적 가치’를 찾는다면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창작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전통음악은 평균율과는 다른 방식의 음조직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음악인데, 이러한 전통음악의 순수성을 드러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평균율 음악과의 다름을 인식하고 전통음악을 보다 더 자유롭게 연주하려고 노력한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 둘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그러면서 한 곡에 섞는 방식의 창작과 연주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동인들이 국악기, 각종 타악기, 노래, 음향을 통해 직접적인 음악의 내용과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것들을 다루는 점이 고물만의 ‘실내악적 가치’를 담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악동인고물(유튜브) ☞클릭해서 유튜브로 이동
고물의 많은 곡은 작곡가인 이태원 음악감독의 작품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그의 ‘정체성’에 의해 고물의 성격이 좌우된다는 느낌이 있다. 이와 더불어 단원들이 창작과 작곡 능력을 발휘하는 단체로도 알려져 있다. 실질적인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실제적인 연습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이태원 음악감독의 정체성이 고물 음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다. 멤버들도 그 역할의 중요성을 잘 알며, 그것이 고물의 정체성은 물론 보다 큰 가치로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고물의 창작은 음악감독의 지시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동시에 연주자들의 ‘창작연주’도 중요하다. 음악을 만들 때 음악감독이 큰 틀을 짜고, 그 안이 내용과 음악은 멤버들의 창작역량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E플랫 중심음인 경토리를 놓고, 4분의 4박자를 기준으로 삼고, 64마디에 걸쳐 창작연주를 하는 식이다. 연주자들이 정형화된 경기민요 선율을 피하며 이 같은 방식으로 연주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대금을 불며 동시에 말을 하기도 하고, 더불어 그러한 연주를 무용수의 움직임에 맞추어 실현하기도 한다. 자신의 전공악기 외 타악기를 연주하고, 높은 난이도의 전통가곡이나 민요를 부르기도 하고, 평균율에 기반한 합창을 구사하는 등 이 모든 것이 고물의 음악을 위한 일종의 자산이라 할 수 있겠다. 음악감독의 지시사항과 연주자만의 창작방식으로 가득 찬 고물의 노트에는 이러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음악계와 창작국악계에서 고물은 어떤 역할로. 또 어떤 메신저로 남길 원하는가.
전통음악계에서 ‘공리’(일반 사람과 사회에서 두루 통하는 진리)로 인식되는 것 중 몇 가지가 재논의되고 재정립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를 들어, 전통음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향악(鄕樂)이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으로 추출된 음과는 별개라는 점 등 궁금한 것을 논하고, 설령 그것이 잘못되었다면 바꾸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음악다큐멘터리’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고물은 전통음악에 부여된 의미와 가치를 구체적이고 명료한 ‘말’과 ‘음악’에 담아 얘기하려 한다. 물론 우리는 학자가 아니다. 단지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의 ‘2023 실내악축제’에 오를 무대와 공연의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히 그런 것은 없다. 다만 고물이 수많은 공연을 통해 선보였던 음악 중 ‘감상용’으로 고르고 편집한 것들이니 부담 없이 보고 들으면 좋겠다.
이소영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교수다. 저서 ‘나는 다르게 듣는다’(1999), ‘생존과 자유’(2005), ‘한국음악의 내면화된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2005), ‘20세기 한국음악의 혼종적 음악하기’(201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