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호(대금연주자)와 이태원 음악감독(작곡가)의 협업이 고물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중요해 보인다. 협업 유지와 단체 지속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공연의 모든 과정은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그래서 ‘음악동인’이기도 하다. 사실 어느 때는 피곤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공연과 색깔을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주로 음악감독이 곡을 만들고, 연주자들이 기본적으로 다양한 걸 구사한다. 예를 들어 전공 악기 외 각종 타악기와 노래, 현대적 기법 등을 구사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고물 공연의 볼거리로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원동력은 함께 보낸 시간이다.
고물의 공연은 국악계 주류에 대한 문제 의식을 토대로 비판적 메시지를 던진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일단 고물의 공연은 여러 형태로 나뉜다. 국악을 전공하며 들었던 의문과 질문을 다큐멘터리나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문제 제기를 하는 방식이다. 이를 우리는 ‘음악다큐멘터리’라고 명명한다. 공연을 통해 설명하기 어려운 점들을 녹음된 나래이션으로 틀고, 연주자들이 실시간으로 연주하는 방식이다. 사실 고물이 던지는 메시지보다 음악 자체가 재밌다는 관객도 많다. 진지한 공연이든, 풍자와 재미를 담은 공연이든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것이다. 그 외 다른 형태로는 타 장르와의 협업이다. 이러한 공연은 연습실 연주회 같은 작은 공연부터, 무용, 전시, 영화, 패션쇼 등과 협업하며 기반을 넓히고 있다.
수많은 퓨전 국악 실내악단과 앙상블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국악기로만 구성된 고물이 지닌 ‘실내악적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고물도 퓨전국악을 많이 만들고 연주한다. 국악기만으로 구성된 음악도 있고, 서양 악기나 전자 음향이 들어간 음악도 있다. 구성원은 국악기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됐지만, 음악을 만들 때는 항상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고 많은 악기를 고려한다. 고물의 ‘실내악적 가치’를 찾는다면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창작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전통음악은 평균율과는 다른 방식의 음조직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음악인데, 이러한 전통음악의 순수성을 드러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평균율 음악과의 다름을 인식하고 전통음악을 보다 더 자유롭게 연주하려고 노력한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그 둘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그러면서 한 곡에 섞는 방식의 창작과 연주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동인들이 국악기, 각종 타악기, 노래, 음향을 통해 직접적인 음악의 내용과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러한 것들을 다루는 점이 고물만의 ‘실내악적 가치’를 담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