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을

프리뷰│서울돈화문국악당 [2023 실내악축제]

이소영
발행일2023.08.07

경기가야금앙상블 이해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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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야금앙상블은 2000년 10월에 창단되었다. 앙상블은 현재 한진(고문), 이해정(대표), 이가희(사무총장), 그리고 단원 김귀진‧김은정‧허나래‧고아영‧이가현으로 구성되었다. 경기가야금앙상블은 여러 작곡가에게 위촉과 초연을 통해 가야금 앙상블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만들어 가며 새로운 현주소를 써가고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2023 실내악축제'에서는 그간 쌓아온 대표적인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우리에게 친숙한 경기민요와 산조를 토대로 한 곡들이다. 공연이 오르기 전, 앙상블의 탄생부터 다양한 활동 내력을 이해정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경기가야금앙상블
경기가야금앙상블을 소개한다면?
경기가야금앙상블은 가야금 중심의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연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창기부터 경기민요를 바탕에 둔 가야금 합주곡을 재해석한 1집 음반 ‘가야금으로 듣는 우리노래’을 비롯해 5종의 음반을 발매했다. 또한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전통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이를 통해 전통음악의 발전은 물론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하며, 한국음악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경기가야금앙상블1집-가야금으로 듣는 우리 노래
경기가야금앙상블4집-산조탐닉
주로 가야금 합주에 바탕을 둔 실내악곡들을 위촉‧초연해왔다. 중요 작품들을 소개하고, 이 작품들이 현 실내악계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초연한 작품이 32곡이다. 그중 대표작은 가야금 4중주곡 ‘옹헤야’(임준희 작곡), ‘금을 위한 일승월항’(지원석), ‘월하정인’(한진), ‘청춘연가’(유태환), ‘훨훨이’(계성원), 강태홍 산조 테마의 가야금 4중주와 타악기를 위한 ‘…안에서Ⅱ’(박영란) 등을 꼽을 수 있다. 2022년에 ‘중광지곡’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했는데, 작곡가 백영은‧김광희‧김은혜‧박윤경‧유태환이 함께 했다. 가야금 앙상블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가야금 합주곡을 연주할 때 특별히 주의할 점과 돋보이게 해야 할 음악적인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
가야금 합주곡은 독주곡에 비해 음악적인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여러 연주자가 함께 하기에 다양한 소리와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주곡은 여러 연주자가 함께 하기에 ‘조화’가 중요하다. 그래서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는지가 중요하다. 경기가야금앙상블의 멤버들은 서로의 연주를 이해‧협력하고,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 다양한 음악적 표현과 감정도 이러한 가운데 나오는 것이다.
 
경기가야금앙상블만의 고유성과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2000년 창단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은 창단 초기의 구성원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중간에 새로운 연주자를 영입하긴 했지만, 그래도 함께 해온 합의 시간이 그 어느 앙상블보다 길다. 전통음악에 대한 재해석, 8명의 멤버들이 이루는 다양한 소리와 표현력이 우리의 고유성과 장점이다.
 
가야금앙상블 활동을 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아카데믹한 음악을 발표할 때는 대중의 관심을 끌거나, 모객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정기연주회마다 우리를 아끼는 분들의 응원으로 공연들을 잘 치러나가고 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경기가야금앙상블은 공연마다 5곡 이상의 신작을 발표하기에 창작지원금이 필요하다. 23년 동안 이같은 방향 속에서 성장해왔는데, 아직도 공연을 준비할 때마다 이러한 지원을 받기 어려울 때가 있다. 우리가 한국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연주자들에게는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잘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다. 앞으로도 전통음악을 이용한 현대적인 재해석,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 교육과 홍보, 해외 진출 등 힘쓸 예정이다.

경기가야금앙상블 레퍼토리 미리 보기

경기민요를 토대로 창작된 초창기 작품 4곡과 가야금산조를 토대로 한 1곡을 선보인다. 친숙한 민요와 산조의 선율을 재해석하여 가야금 스물다섯 줄에 얹었다.
 
가야금을 위한‘옹헤야’(임준희 작곡)
민요 ‘옹헤야’의 선율을 토댈 메기고 받는 독특한 형태, 다양한 리듬의 변주, 4대의18현 가야금을 통한 음역의 확장,음색의 대비를 담았다.
 
‘월하정인’(한진 작곡)
신윤복의 회화‘월하정인(月下情人)’은 인적 끊긴 밤길, 두 남녀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초승달빛 아래 정을 나누는 모습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한 회화로, 회화로부터의 감정을 가야금 중주곡으로 표현했다.
 
양금과 가야금을 위한‘용두레 용두레’(계성원 작곡)
인천 강화군에서 전승되는 들노래 중 ‘용두레질 소리’를 모티프로 했다. 경기 지역 전승 노래지만, 서도지역 음계와 닮은 노래로 역동적 표현을 위해 리듬을 통해 강한 대비의 효과를 노려보았다.
 
가야금4중주와 타악기를 위한‘…안에서Ⅱ’(박영란 작곡)
‘…안에서I’이 피리, 가야금 등 관‧현악기의 음색적인 대비를 표현했다면, ‘…안에서Ⅱ’는 강태홍류 가야금산조(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의 음악적이고 음색적인 특징 강조하도록 가야금 4중주로 진행되는 곡이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불안한 이들의 감정이나 절망적인 심리 상태, 하지만 그러한 현실을 헤쳐나가려는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이소영
음악평론가,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 교수다. 저서 ‘나는 다르게 듣는다’(1999), ‘생존과 자유’(2005), ‘한국음악의 내면화된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2005), ‘20세기 한국음악의 혼종적 음악하기’(201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