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은 처음 등장할 때 자신들을 ‘창작타악그룹’이라 칭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명 이름 앞에 ‘월드뮤직그룹’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타악그룹이라는 한정된 수식어 대신 월드뮤직이란 더 넓은 표현을 붙인 것이다. 이는 곧 전통음악 그룹이라는 범주 혹은 선입견을 벗어나겠단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분명 그들의 음악은 전통음악이라는 틀에만 두기엔 더 넓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공명은 26년 전부터 고민하고 실행해왔다.
<Deep Sea>는 그 근거로 내세울 수 있는 좋은 앨범이었다. 그리고 그간의 역사와 변화가 담겨 있는 앨범이기도 했다. 초창기 타악기와 대금 정도에 머물렀던 음악은 이제 훨씬 더 다양한 악기를 통해 폭이 넓어졌다. 선율이 있었고, 에너지가 있었고, 무드가 있었다. 말하자면 좋은 감상용 앨범이기도 한 것이다. 단순히 현장의 에너지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장의 디스크 안에 자신들의 세계를 담아낸 것은 공명의 특별함이었다. 이는 앞서 말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하는 팀들이 모두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공명은 좋은 앨범을 갖고 있으면서 현장의 에너지까지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팀이 되었다. ‘쌈싸페’ 때 공명이 객석의 호응을 끌어낸 데는 음악의 매력도 있었지만, 그들이 무대 위에서 연출한 퍼포먼스도 있었다. 이 무대 위에서의 힘은 수많은 해외 페스티벌과 아트 마켓의 프로그래머들을 매료시켰다. 더없이 집중케 하는 힘이 있었고, 모두를 즐겁게 하는 유쾌함이 있었다. 무대 위에서도 그들은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90분간의 쇼를 그들은 완전하게 책임질 수 있게 되었다.
서울 돈화문 앞에
공명의 바다가 펼쳐지다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선보이는 <With Sea> 공연은 이미 몇 차례 선보인 공명의 대표 레퍼토리다. 음반 <Deep Sea>로 들려줬던 것처럼 공명은 바다를 비롯한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많이 표현해왔다. 이는 지구와 인류에 대한 이야기로 점점 더 확장해간다. <With Sea>는 1995년 유조선이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면서 원유 유출 피해를 본 전라남도 여수 소리도를 배경으로 창작한 공연이다. 공연에는 기름 유출의 아픔도 있고, 바다의 아름다움도 있고, 큰 파도가 주는 위압감도 있고, 알 수 없는 바다 깊은 곳 저 심연의 세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