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었다. 이로써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무형유산은 총 21개 종목이 되었다. 등재 종목의 숫자를 가지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정 종목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결정은 우열을 따져 1등의 무형유산을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의 기쁨과 자랑스러움은 경쟁에서 승리한 자의 우쭐댐이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21개의 등재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우리의 특정 공동체가 전승하는 무형유산의 가치를 유네스코 인정하고 세계 인류와 공유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21개의 종목을 살피다 보면, 마땅히 있어야 할 종목이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그 가치를 공유할 만한 무형유산 가운데 한국의 탈춤은 없는 것이다. 판소리, 줄타기, 농악, 아리랑, 줄다리기, 씨름 등이 등재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상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무형유산에서 탈춤이 갖는 위상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의외의 사실이다. 이미 탈춤이 등재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한국의 탈춤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탈춤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어울리지 않는 어떤 결격 사유라도 있는 것인가?
자신들이 전승하고 있는 무형유산의 가치를 세계인과 공유하고자 하는 국내 공동체는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네스코의 규정상 2년에 1종목만 신청할 수 있기에, 2019년에 국내 예비 심사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 탈춤 전승 공동체를 포함한 32개 종목의 전승 공동체가 참여했다. 그리고 2019년 12월 탈춤이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탈춤이 선정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탈춤 전승 공동체가 하나의 대오를 갖추어 참여했다는 점에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3개 탈춤 전승 공동체가 한 목소리를 냈다. 시도 지정 탈춤 종목까지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문화재청의 권고 사항이 덧붙여지기는 했지만, 탈춤 전승 공동체의 정리된 의견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탈춤의 가시성 증대와 전승 활성화를 위한 미래 전망에 대한 정리된 의견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참여예술로서의 탈춤은 관중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때, 그 공연이 완성된다. 때로는 야유하고, 때로는 동조하는 관중과 함께 출렁거리는 공연이 탈춤이다. 우리의 탈춤 전승 과정에서 나타난 젊은이들, 특히 대학생들의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참여는 세계 무형유산의 전승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마당극, 대동제, 그리고 창작연희로 전개되는 창조적 계승의 양상 역시 창의성의 원천으로서 작용하는 무형유산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 탈춤이 세계인과 공유하려는 것이 바로 이 주목점들이다. 우리가 경험한 탈춤 전승의 경험을 세계인과 공유해보려는 것이다.
사실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다고 해서 생기는 물질적 이익은 거의 없다.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무형유산이라 명예만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명예가 함축하는 의미는 적지 않다. 한국의 탈춤이 전 인류 차원에서 공유하고 함께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전승 활동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우리의 경험이 다른 무형유산 전승에 참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탈춤을 통한 우리 식의 자유와 보편적 평등 지향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고, 전 인류가 그 노력에 연대하고 함께 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충분히 기뻐하고 자랑할 만한 일이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 이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