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이한 남산골은 가족과 함께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 있다. 우선 온·오프라인을 통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남산골 전통체험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 10월 31일(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마련되어, 전통과 함께 한옥을 새롭게 느껴볼 수 있다. 온라인의 경우, 11월 20일(토)까지 상시로 참여 가능하다.
특히, 남산골한옥마을 전통혼례 이벤트 ‘회혼례: 결혼 60주년 기념, 내가 부모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다면’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하는 잔치가 마련된다. 이번 이벤트는 서울시에 거주 중이며 결혼 60주년 이상인 부부 또는 가족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모집 및 선정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10월 10일(일), 가을이 무르익는 민씨 가옥 안채에서 가족끼리 오롯이 함께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부모님의 회혼례 이벤트를 경험해보자.
추석 명절 또한 가족의 돈독함을 다지는 데 빼놓을 수 없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가족 간의 교류가 자제되는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아쉽다면, 소소하게나마 추석을 느끼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남산골 추석네컷’에 참여해보자. 추석과 관련된 네 가지 콘셉트에 따라, 구한말 촬영국에서 사용한 소품들로 연출된 옛 사진관이나 어린 시절 할머니 방처럼 꾸며진 한옥 등을 배경으로, 다양하게 추석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포토존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전통놀이와 함께 혁필 커스텀까지 만날 수 있다. 혁필화는 넓은 쇠가죽 붓으로 한자와 도상화된 문양을 결합한 그림으로, 이를 부채에 적용한 아이템을 제공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변신술’이 찾아왔다. 전통 가옥이 클럽으로 변신하는 ‘변신술’의 매력은 한옥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생중계 송출로 급전환했지만, 만 명이 넘는 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열띤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올해는 지난해 공연 현장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을 떨치기 위해, 영상 촬영은 물론 현장 진행을 병행한다. 한옥 내에서의 공연과 함께, 마당에 부대프로그램과 체험 및 이벤트를 마련하여 즐거움을 배가시키고자 한다.
‘2021 변신술’은 ‘음양오행’을 콘셉트로 소개된다. 우주를 이루는 하늘과 땅, 그리고 동서남북을 설명하는 ‘음양오행’이 잘 표현된 사례는 <일월오봉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해와 달’은 ‘음양’을 표현하고 ‘다섯 봉우리’는 ‘오행’을 뜻한다. 올해 3회를 맞는 변신술은 이러한 다섯 개의 봉우리와 오방색을 통한 색감을 연출하며 펼쳐지게 된다. ‘다섯 팀’의 아티스트와 프로그램에 각각의 상징과 색깔을 부여하며, 음악과 한옥 안에서 서로 화합하며 상생한다는 의미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변신술은 남산골한옥마을 전통 가옥을 무대로, 오는 10월 4일(월)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팀별 각 1시간씩 약 5시간 동안 진행된다. 관객 모두가 헤드셋을 착용하여 최상의 음질과 더불어 한옥 공간의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구한말의 종로, 일제 강점기의 충무로 그리고 현재의 남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화예술이 공간에서 시간을 타고 탄생하고 잊혀졌다. 최근 레트로 열풍 탓에 조금은 익숙해진 듯도 하지만 여전히 낯선 근대의 음악이 이번 ‘살롱 1890’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그간 공연 및 전통문화예술과 연계한 다양한 주제 특성화 프로그램을 선보여온 ‘살롱 1890’이 하반기에 선보이는 ‘재.재.재: 다시. 또. 한번’을 통해, 현대 뮤지션들의 시각으로 재발견한 근대 음악을 재해석하고, 시공을 초월하는 현대적 콜라보레이션으로 재탄생시킨다.
그중에서도 ‘기언방: 근대음악의 재해석’은 강연 프로그램으로, 근대 대중문화와 음악에 관해 다루면서 문화적 정체성과 동시대적 접점을 질문한다. ‘말을 나누는 방, 말씀방’이라는 의미의 이번 ‘기언방’은 10월 1일(금) 서울남산국악당 체험실에서 진행되며, <근대가요의 지속과 변모>의 저자이자 ‘근대가요 다시 부르기’ 디지털 싱글 5집까지 제작한 장유정 교수와 함께한다.
이어서 11월 13일(토)에는 온라인 공연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서 펼쳐지는 ‘모단레코드 : 근대가요의 재탄생’은 시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별한 레코드회사 ‘모단레코드’를 가상으로 설정하여, 20세기 초 음반 판매의 선두를 차지했던 노래부터 금지된 노래까지 들어본다. 특히 ‘모단레코드’의 쇼케이스 콘서트는 경기남부재즈, 더 튠, 국악인가요, DJ카욘, 네 팀의 근대가요 재해석과 만날 수 있다. 만요, 재즈송, 신민요, 유행가 등 근대가요의 다채로운 면모를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한 근대를 거치면서 새롭게 탄생한 악기를 모티브로 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10월 11일(월) 서울남산국악당 체험실에서 진행되는 ‘농옥전: 근대국악기의 재발견’에서는, 남사당패 줄타기 명인이었던 김영철이 1943년경 기타를 응용해 고안한 근대 국악기 ‘철현금’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왼손에 ‘농옥’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춤을 추듯 줄을 문지르며 소리의 깊이를 표현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인 철현금 연주자 유경화 교수의 연주로 국악기의 새로운 모습을 재발견해보자.
‘살롱 1890’의 또 다른 공연 연계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은 ‘모두의 탈춤’이다. 상주단체 천하제일탈공작소와 함께하는 이번 강의 시리즈는 2022년 탈춤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기원 프로젝트로, 전국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3개의 탈춤을 지금까지 지키고 이어오고 있는 탈꾼들이 전하는 탈춤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전국의 현역 탈춤꾼들을 통해 탈춤의 몸짓과 언어로 들여다보는 이번 프로그램은 9월 26일(일)부터 10월 24일(일)까지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 서울남산국악당 연습실, 야외마당, 체험실에서 펼쳐진다. 자세한 일정 및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전통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최신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LIVE 남산’의 하반기 프로그램은 10월 8일(금) <가사>와 22일(금) <서도소리> 공연으로 이어진다.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온·오프라인 통합콘텐츠 ‘LIVE 남산’은 상반기 <줄타기>와 <발탈> 공연을 진행했으며, 당초 9월에 예정되었던 <가사>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잠시 멈추었다가 10월로 변경되었다. 이 4가지의 공연들은 모두 전승위기 종목으로 지정된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전승 위기를 타개하고 대중적인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첨단 기술과 결합해 제작하고 있다.
이번에 모션그래픽 기술과 결합되는 ‘LIVE 남산: 가사’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예능 보유자 이준아 선생의 해설을 통해 가사 전수자 노정은 여창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가사(歌詞)는 조선 후기의 지식인 계층이 풍류방이라는 공간에서 향유하던 전통성악의 한 갈래로, 오늘날 불리는 12가사는 당시 선비들이 추구했던 아정함에 바탕을 두면서도 민속 음악적인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다. 한편, ‘LIVE 남산: 서도소리’는 연희자가 대사와 소리를 통해 해학적인 서사를 풀어가는 서도소리 중 하나인 배뱅이굿에 AR(증강현실)이 접목된다.
서울남산국악당의 하반기 공연 시즌을 맞이하여, 여성국극의 전통적 형식을 빌려 지금의 관점과 감각으로 신화를 재해석한 <당곰이야기>가 찾아온다. 전통예술계 여성 아티스트들의 영역을 확장하고 고정된 성역할 관념을 허무는 작업을 시도했던 프로그램 ‘남산초이스’의 콘셉트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 서울남산국악당 공연 콘텐츠의 브랜드화 추진을 통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창작집단푸른수염’의 레퍼토리에 서울남산국악당이라는 창작 플랫폼의 역할을 더해 전통예술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확보하고, 더욱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공들여 준비한 ‘신개념 판소리극’이다.
<당곰이야기>는 우리에게 ‘삼신할매’로 알려진 출산의 신 ‘당곰’ 신화를 주체적인 여성의 시각에서 새롭게 재편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야금 병창이 가진 서사, 다큐멘터리적 영상 등 여러 장치를 활용한 새로운 연극적 포맷의 실험은 물론, 판소리와 민요, 힙합 등 여러 음악과 역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판소리극을 구현한다. 오는 10월 26일(화)–30일(토) 크라운해태홀 무대에 오르는 <당곰이야기>는 여성들만의 출연진 구성, 신화 해체 작업과 결합하여 여성국극을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동시대의 이슈와 트렌드를 반영하는 현대적 감각과의 접목을 통해 전통예술은 그 어느 때보다 새로움과 동시대성을 추구하며 대중적으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가을을 맞이하여 더욱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