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겨울   山:門 PEOPLE

인터뷰 │ 대금연주자 유홍

김상욱
발행일2022.12.10
이 시대의 새 화두 즉흥을 위한 장을 준비하며
서울남산국악당‧서울돈화문국악당 2023년 제1회 한국즉흥음악축제
 
2023년 2월, 새롭게 선보일 축제가 준비 중이다. 바로 제1회 한국즉흥음악축제이다. 축제의 기획자이자 예술감독을 맡은 유홍이 어떤 생각으로 준비 중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금연주자 유홍은 서울대 졸업 후 영국 런던대(SOAS) 민족음악학과에서 연주학을 전공했다. 이후 독일에서 아시안아트앙상블을 시작으로 현대음악과 즉흥연주로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했다. 현재는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발히 연주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에너지 넘치는 연주자다.
 
어떤 배경과 동기로 한국즉흥음악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2010년부터 독일 베를린을 베이스로 현대음악계에서 활동하면서 즉흥연주를 할 기회가 많았다. 대금을 위한 현대음악 레퍼토리가 많이 없었던 시기에 즉흥음악은 연주자로의 존재감의 발현과 다양한 만남, 새로운 시도와 기회를 가능하게 했었다. 이런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즉흥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즉흥음악은 세계 시장에서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예술 장르이다. 현대음악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전통음악가들이 즉흥음악 씬에서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수많은 즉흥음악축제가 열릴 뿐만 아니라, 개별 단체나 예술가들이 직접 기획하는 시리즈 공연도 많이 있다. 유럽 학교 중에는 독립적으로 즉흥음악을 위한 학과를 운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전통음악가들이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면서 즉흥음악까지 영역을 넓혀왔다. 나는 한국즉흥음악축제가 이렇게 흩어져 있는 즉흥음악 관련 예술가와 관객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이 됨으로써 서로 교류하고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즉흥음악축제는 어떻게 구성되나?
서울남산국악당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는 각기 다른 콘셉트로 이틀간 공연이 진행된다.
서울남산국악당은 메인 공연으로 회당 2~3개 앙상블의 공연을 볼 수 있다. 특히 메인 공연을 비롯하여 낮과 늦은 저녁에는 한옥 공간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즉흥음악에 경험이 있는 기성 예술가들이 중심이 될 것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는 즉흥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공연을 선보인다. 신진 예술가뿐 아니라 기성 예술가 중에서도 새롭게 즉흥음악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역시 환영이다.
 
현재 라인업은 어떻게 구상중인가?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견 및 젊은 예술가를 중심으로 섭외하려 한다. 음악가들의 개성과 즉흥음악에 대한 경험, 그리고 매칭되었을 때의 시너지 효과도 고려 중이다. 그리고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강태환 선생을 우선적으로 모시려 한다. 1세대 프리뮤직 아티스트로서 역사적 의미와 음악을 축제 안에 담고 싶기 때문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는 프린지 공연도 진행된다.
프린지 공연은 즉흥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예술가들을 위한 무대로, 일단 10~15명의 예술가를 공개 모집할 생각이다. 그렇게 구성된 이들이 나와 함께 워크숍을 하고, 앙상블을 이루어 무대에 오른다. 이틀간 총 2회, 각 회당 2개 팀이 오른다. 프린지 공연을 따로 준비한 이유는 새로운 실험을 꿈꾸는 예술가들에게 자기의 음악적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이번 네트워킹을 통해 협업을 위한 지속적인 연대를 형성해주기 위해서다.
 
앞서 말한 프린지 공연을 위한 워크숍은 어떤 형태로 진행될 예정인가?
멘토링이나 강의 같은 교육보다는, 참가자 개개인이 독립된 예술가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 나는 이 과정이 원활할 수 있도록 나의 경험과 지식으로 보조할 것이다. 창작과 공연의 과정을 함께 경험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즉흥음악은 어떤 음악인가?
즉흥음악에 대한 저마다 다른 기준과 생각이 있어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즉흥음악은 실연자의 음악이라는 것이다. 무대 위의 연주자와 그 공간에 있는 관객으로 완성되는 음악이다. 그래서 현장성과 연주자 간의 반응과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연주하는 순간의 감정은 물론, 생각에 오롯이 집중하고 타인의 소리에 긴밀히 반응하면서 강한 현장감을 만들어 나간다. 작곡가가 따로 있거나, 미리 준비해서 공연 전에 결과물이 완성된 음악과 즉흥음악의 차별성이 여기에 있다. 물론 즉흥음악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협업하는 아티스트의 매칭, 각자의 경험, 공연의 주제에 따라 각양각색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공연 당일에 만나서 한두 번 맞춰보는 게 전부일 수도 있고, 때로는 사전에 만나서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주제에 대해 토론과 교감의 시간을 가진 후 무대에서 바로 음악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즉흥음악을 관객은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즉흥음악 공연은 아티스트의 개성과 음악적 아이디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다. 관객은 내가 잘 알고 있던 아티스트의 진면목과, 때로는 새로운 모습까지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즉흥음악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서로 어떻게 대화하고 어울리는지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즉흥음악과 전통음악의 만남인가?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살아있는 음악 축제를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을 토대로 하는 음악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음악은 개별 연주자의 공력을 최대치로 보여주는 음악이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전통음악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악기 소리를 듣고 내가 어떻게 소리를 낼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것은 관현악이나 실내악과 같이 정해진 악곡을 합주하는 음악과는 또 다른 부분이다.
즉흥음악은 연주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어울림을 추구하는 음악이다. 내 목소리가 분명하지만, 타인의 소리를 들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즉흥음악의 이러한 점이 전통음악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한국음악의 발전과 저변 확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첫 회의 축제이다. 혹시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많은 사안이 있었는데 먼저 축제명을 짓는 데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한국즉흥음악축제로 선택한 이유는 ‘전통음악을 토대로 하는 음악가 중심’이며, ‘한국의 다양한 예술의 포용’이라는 두 가지 정체성을 가져가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즉흥음악이라는 매개체로 한국음악의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축제가 이제 첫발을 떼는 단계이고 즉흥음악 분야가 아직 생소하기에,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도 고민 중이다. 축제의 브랜딩, SNS를 통한 홍보 등 여러가지 측면을 공연장 기획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제 첫걸음을 떼는 한국즉흥음악축제는 내실을 잘 다져서 지속가능하도록 하고, 후에는 국제적으로 확장하여 세계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준비 중인 축제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와 응원으로 동참해주면 좋겠다.
 
김상욱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미국 매네스 음대(석사)와 산타크루즈대(박사)에서 수학했다. 미국 환태평양 음악제,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한국창작음악 페스티벌 등에서 작품을 발표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음악이론과 작곡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2022 실내악축제>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