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음악은 어떤 음악인가?
즉흥음악에 대한 저마다 다른 기준과 생각이 있어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즉흥음악은 실연자의 음악이라는 것이다. 무대 위의 연주자와 그 공간에 있는 관객으로 완성되는 음악이다. 그래서 현장성과 연주자 간의 반응과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연주하는 순간의 감정은 물론, 생각에 오롯이 집중하고 타인의 소리에 긴밀히 반응하면서 강한 현장감을 만들어 나간다. 작곡가가 따로 있거나, 미리 준비해서 공연 전에 결과물이 완성된 음악과 즉흥음악의 차별성이 여기에 있다. 물론 즉흥음악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협업하는 아티스트의 매칭, 각자의 경험, 공연의 주제에 따라 각양각색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공연 당일에 만나서 한두 번 맞춰보는 게 전부일 수도 있고, 때로는 사전에 만나서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주제에 대해 토론과 교감의 시간을 가진 후 무대에서 바로 음악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즉흥음악을 관객은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즉흥음악 공연은 아티스트의 개성과 음악적 아이디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다. 관객은 내가 잘 알고 있던 아티스트의 진면목과, 때로는 새로운 모습까지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즉흥음악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이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서로 어떻게 대화하고 어울리는지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즉흥음악과 전통음악의 만남인가?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살아있는 음악 축제를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을 토대로 하는 음악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음악은 개별 연주자의 공력을 최대치로 보여주는 음악이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전통음악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악기 소리를 듣고 내가 어떻게 소리를 낼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것은 관현악이나 실내악과 같이 정해진 악곡을 합주하는 음악과는 또 다른 부분이다.
즉흥음악은 연주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어울림을 추구하는 음악이다. 내 목소리가 분명하지만, 타인의 소리를 들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즉흥음악의 이러한 점이 전통음악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한국음악의 발전과 저변 확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