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조선시대 남산골 ‘서생 윤(중강)씨’의 율방(律房)에 들러 거문고 한 자락 듣고 가시지요.” 보슬보슬 봄비가 처마 아래로 도르르 떨어지고 서울 남산의 나무들이 초록 물기를 잔뜩 머금은 4월 26일. 서울남산국악당이 시민국악강좌로 선보일 <남산 율방>의 윤중강 예술감독을 만났다. <남산 율방>의 기획 의도를 묻자 윤 감독은 순식간에 시간을 넘어 남산골의 ‘서생 윤씨’가 되어 있었다. “평론가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라면서 “이렇게 비가 오는 날 나막신은 살 돈이 없어 짚신을 신고 다니면서도, 사랑방에는 가장 좋은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가 걸려 있는 선비가 되어 이 여정을 안내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남산 율방>은 부모와 아이가 참여하는 전통공연 및 놀이체험 프로그램이다. 추천대상은 부모와 어린이(5~7세 내외). 부모는 조선시대 사랑방 문화였던 풍류의 가(노래)·무(춤)·악(음악)을 감상하고, 아이는 전래동요와 놀이를 체험한다. 기획 과정에서 윤 예술감독은 “어른들은 음율(音律)을 느끼고, 아이들은 율희(律戱)를 즐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고 한다. 강좌의 제목으로 ‘율방’을 제안한 것도 그 맥락에 있다. “음악(音樂)은 실은 일제강점기 국민학교 음악 교과서에서 나온 말”이라며 1930년대의 유성기 음반에서도 전통음악 <영산회상>을 ‘음율’이라는 명칭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따라서 음악이라는 용어보다는 ‘음율’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 <남산 율방>이라 지었다.
음율에 심취하는 부모,
음율과 노는 아이
<남산 율방>에는 세 명의 율객(律客)이 함께 한다. 거문고 연주자 김준영(6월 3일), 정가와 민요를 부르는 김보라(6월 17일), 궁중무용을 선보일 송영인(7월 1일)이다. 악기 하나로 들을 수 있는 여운,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노래, 홀로 추는 정재(궁중무용). 단출하면서도 가장 전통적인 음율을 느낄 수 있는 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