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 5호   山:門 CHOICE

온·오프, 유연하게 즐기기

정리편집실
발행일2021.03.09

팬데믹의 여파로 그간 폐쇄와 개방을 반복해오면서 남산골한옥마을은 좀 더 유연하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백신 접종이 이제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이전과 같은 삶의 궤도에 진입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만큼, 어떤 상황이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갖춰두는 것이다. 이처럼 2021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전을 그리며 전통을 감싸안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집에서 집으로, 골라서 체험하는 맛

그간 온라인을 통해서도 많은 호응을 얻어온 ‘남산골전통체험’이 업그레이드되어 새롭게 찾아온다. 한옥마을 내 자리한 건축가의 집인 이승업 가옥, 무관의 집인 김춘영 가옥 등 각 가옥별 스토리에 따라 전통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프로그램이 소개된다. ‘2021 남산골 전통체험 -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 제시하는 ‘가가호호(家家好好)’라는 콘셉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그리고 남산골 한옥마을 전통 가옥이라는 또 다른 ‘집’을 의미하며, 2021년도에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 집에서 남산골 한옥마을 집으로 놀러 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집집마다 ‘남산골 전통체험’이 기분 좋은 선물로서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남산골 한복입기 체험 장면 ⓒ 남산골한옥마을
프로그램은 더욱 다양하게, 고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주요 프로그램 가운데 현장 체험형으로 진행되는 ‘남산골 호위무사’는 마치 사극의 한 장면에서처럼, 다모와 함께 김춘영 가옥에서 벌어진 도난사건의 범인을 수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 외에도 한복입기, 전통다례 체험, 떡 만들기, 전통한옥 지어보기, 온돌 만들어보기 등이 현장형으로 마련되었다. 온라인과 병행해서 체험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전통매듭, 한옥 만들기, 활 만들기, 전래놀이(전통팽이, 미니 베짜기, 고누놀이 등), 단청공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체험은 3월 16일(화)부터 11월 20일(토)까지, 오프라인은 4월 6일(화)부터 10월 31(일)까지(혹서기 7, 8월 제외)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전통공예관, 새로운 접합 시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로 지난 1월 19일부터 남산골한옥마을의 전통가옥은 물론 전통공예관 내 카페도 개관 및 개점을 재개했다. 2021년 들어서서 한옥마을 내 전통공예관은 ‘카페1890’과 ‘여행자라운지’를 새롭게 선보이며, 기존 공간의 모습과 성격은 유지하되 내용과 방식은 변화를 꾀하면서 유동적인 운영을 시도한다. 그릇은 같으나 담기는 재료와 모양새가 달라진다고 할까.

로컬 재료로 만든 전통차 메뉴. ‘카페1890’은 1890년대의 문화적 개방성과 역동성, 다양성을 담아
친환경적 방식으로 풀어가고자 한다 ⓒ 남산골한옥마을

그럼 카페1890과 여행자라운지는 전통공예관 방문객들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우선 카페의 기본 메뉴 외에 전통가옥의 이미지에 걸맞은 전통차류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로컬의 재료로 만든 국내산 과자를 새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래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예키트 제품을 상시적으로 비치해 소개하고 판매하는 코너도 마련해두고 있는 한편, 시민들이 국내 관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지역의 여행 정보와 공예, 특산품 등 로컬브랜드를 소개하는 지역협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올해는 봄부터 가을까지 코로나19 관련 정부정책 지침을 따라, 또 계절에 따라 카페1890과 여행자라운지 운영시간을 유동적으로 정하는 한편, SNS 등 시민들의 이용도가 높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점 정보와 상설 콘텐츠 및 이벤트 프로그램의 내용을 상시로 게재하니 관심 있는 이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코로나 블루를 떨칠 공연과 만나다

지난해를 거쳐 ‘코로나19’는 우리의 삶 전반은 물론 문화예술 생태계도 뒤흔들어놓았다.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이 가능해지더라도 변이 바이러스는 물론 나아가 잠재적인 또 다른 감염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극장 기반의 예술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다. 

서울남산국악당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다각도의 모색을 시도하며,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통합콘텐츠 개발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젊은국악 단장’이나 온택트기반의 창작역량강화를 위한 ‘청년국악기획자 양성과정’ 등 기존의 전통 공연예술 창작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나 청년국악 생태계 조성의 화두를 품으면서, 더욱 미래지향적인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펼쳐가고자 한다. 이외에도 서울남산국악당의 부대공간(야외마당, 1890전시관, 체험실 등) 활성화를 통한 문화예술복합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극장 관람 이외의 전시, 대담 등 기획공연과 연계한 소규모 대면 사업을 도모하는 방향도 눈에 띈다. 그리하여 ‘젊은국악 도시樂’ 같은 야외공간을 활용한 기존 프로그램을 지속함은 물론(5월 11일-6월 1일, 매주 화,수)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살롱1890’이라는 커뮤니티 공간을 새롭게 조성한다.

2020 젊은국악 도시樂 <오쇼! 상담소>의 한 장면 ⓒ 서울남산국악당
공연 프로그램의 경우, 그간 ‘코로나19’의 확대로 인한 타격을 ‘위로’하면서 출발하고자 한다. 지난해 공연 개막 및 상연은 2019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그나마도 무관중으로 진행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공연예술계의 위기 속에서 서울남산국악당은 2020년도 하반기부터 대관료 일부를 면제하는 등 예술인 지원사업 연장선에서 공연 단체와의 협력관계를 더욱 다지면서 전통 공연의 저변을 확대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주제공모형 기획대관 공모사업 <남산, We:路>’를 통해 예술인에게는 다시 무대에 오를 기회를, 코로나로 지친 관객에게는 다시 볼 만한 공연 작품을 즐길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다. 총 66개 단체가 지원하여 거꾸로프로젝트, 원초적음악집단 이드, 창무회, 예술숲, 연희집단 THE 광대 등 5개 공연 단체가 선정되었다.
거꾸로프로젝트, <만담콘서트 칙칙폭폭 민요유람> ⓒ 거꾸로프로젝트
그 첫 번째 공연은 3월 13일 무대에 오르는 거꾸로프로젝트의 <만담콘서트 칙칙폭폭 민요유람>이다. ‘조선인의 웃음, 만담 그 맥을 잇다’를 주제로 하는 이번 공연은 1920년대 경성역과 경성방송국의 개국을 배경으로, 전국 팔도의 대표적인 민요들을 만담과 엮어 풀어가는 이 시대의 민요 만담극이다. 민요의 탄생 배경과 저마다의 기구한 사연을 품은 전국 팔도 명창들의 이야기를 만담꾼의 재치 있는 입담과 사투리, 익살스러운 연기와 함께 풀어간다. 전통 민요의 발굴 및 재해석을 통한 전통음악의 새로운 예술적 패러다임을 제시함은 물론, 모두가 힘든 시기에 한바탕 웃음으로 위로를 전하고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 공연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2020 한옥콘서트 ‘춘영 콘서트’, 원초적음악집단 이드 <쿨콘: Cool-Con> ⓒ 서울남산국악당
이어서 원초적음악집단 이드가 ‘Bon Voyage’를 선보인다. 5월 5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 오르는 이 공연은 이드의 자유분방한 여행기를 경쾌한 음악으로 담아,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에 제한적인 관객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의 맛과 활력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여행 잘 다녀오세요!’라는 뜻의 제목이 붙은 이 공연은 창단 이후부터 이드가 국내외 여행 경험에서 받은 자연적, 문화적, 음악적 영감을 한국 전통창작음악의 표현 방법과 틀을 확장시켜 창작한 음악으로 구성된다. 남해안과 동해안 일주, 러시아 횡단, 홋카이드 일주 등 이드의 여행기를 통해 어떻게 그들만의 색깔이 담긴 음악을 끌어낼지 기대된다. 쾌감 본능의 충족을 국악 퍼포먼스로 해소시키고자 하는 이드 특유의 발랄한 에너지와 흥을 선사하는 무대로 마련될 것이다.

전통 창작 생태계의 신진을 기다리며

젊은 전통예술인의 창작 역량을 발굴하고 진작시키기 위한 서울남산국악당의 대표적인 창작 플랫폼인 ‘젊은국악 단장’이 2021년 또 다른 참신한 감각과 만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2018년부터 그간 3기까지 총 14팀이 선정되어 창작과정 지원을 통해 작품을 발전시키고 소개하여 신선한 반향을 일으켜왔다.
밝몽키 <손님네요>, 2020 젊은국악 단장 쇼케이스 ⓒ 서울남산국악당
올해는 기존과 동일한 지원 형태로 4기 단장 2인을 선발하는 한편, 1-3기 중에서 작품 제안을 받아 1작품을 선정하여 제작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이는 3년 동안 이어져온 ‘젊은국악 단장’의 대표 레퍼토리를 발굴하고자 하는 차원이다. 4기 단장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순수창작 공연콘텐츠 창작이 가능한 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통예술 전공자나 연주자에 국한되지 않고 연출, 극작, 안무, 작곡, 연주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에게 열려 있어 타 장르와의 협업 시도가 가능하도록 문턱을 넓혔다는 특징이 있다. 참여를 원하는 청년 아티스트는 3월 23일(화)부터 4월 11일(일)까지 접수가 가능하다. 또한 1-3기 제작공연 지원은 3월 18일(목)부터 4월 11일(일)까지 접수하며,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지원할 수 있다.

탈춤으로 보는 열하일기

천하제일탈공작소가 탈춤으로 풀어내는 올해의 또 다른 고전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이다. 그간 탈춤이 동시대 관객과 만나는 한 방법으로 고전의 탈춤화를 시도해왔으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기반한 <오셀로와 이아고>(2018), 염상섭의 소설을 탈춤의 거뜬함으로 풀어낸 <삼대의 판>(2019)을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이번 4월 29일(목)부터 5월 1일(토)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박지원의 작품과 탈춤의 접속을 도모하는 <연암백희>가 소개된다.
천하제일탈공작소, <삼대의 판>의 한 장면 ⓒ BAKi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1780년(정조 4년) 청나라 황제를 만나기 위한 사절단으로 압록강을 건너 열하를 거쳐 다시 조선으로 오는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박지원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독특한 형식에 담은 기행문으로 당시 사대부들에게 열렬한 호응과 격렬한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이 책을 대중적으로 알린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열하일기>에 대해, ‘친숙함과 낯섦의 끝없는 변주, 여행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이 탈춤의 변화무쌍한 유희를 통해 어떻게 또 다른 경지에 새롭게 도달할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가장무도 - 일상을 위한 일탈>, 2021, 허창열,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중 문둥북춤 ⓒ BAKi
한편 천하제일탈공작소는 탈춤의 저변 확대를 위해 ‘허창열의 일상탈춤’ 워크숍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천하제일탈공작소 공동대표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이수자인 허창열의 탈춤 입문 과정(6-7일) 및 심화 과정(13-14일)이 서울남산국악당 연습실 및 야외마당에서 펼쳐진다. 코로나로 지친 일상을 짜릿한 탈춤의 맛으로 새롭게 채워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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