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 6호   山:門 CHOICE

아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편집실
발행일2021.05.11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남산골한옥마을의 프로그램도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새롭게 마련되는 프로그램은 물론 기존의 프로그램 또한 포스트 코로나를 의식하며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아직 일별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어든 기미가 없지만, 백신 수급의 기대감과 함께 계절을 타고 방문객도 늘어나는 중이다. 이럴 때일수록 남산골한옥마을은 경계의 고삐를 바싹 조이고 더욱 강화된 방역 조치와 함께 현장 운영을 하고 있다.

전통가옥과 새롭게 만나는 방법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축소되었던 서운함을 달래듯, ‘전통가옥’을 모티브로 더욱 풍성하게 업그레이드된 남산골한옥마을의 전통체험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4월 13일(화)부터는 현장에서도 가능해졌다.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라는 콘셉트로 온라인과 현장 모두를 아우르는 기존의 전통체험 외에, 또 다르게 전통가옥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기획 또한 선보이고 있다.

바로 영상을 통해 남산골한옥마을을 답사하는 기획이 그것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남산골한옥마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남산골한옥마을 전통가옥탐방’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남산골한옥마을을 관람할 수 있는 비대면 시대 맞춤형 콘텐츠이다. 남산골한옥마을의 역사와 그 조성 배경은 물론 남산골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통가옥 5채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물 총 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위해 남산골한옥마을의 조성 과정에 참여한 건축가 김원(광장 건축환경연구소 대표)의 인터뷰를 비롯해 역사소설가 정명섭과 함께하는 영상 답사가 포함되었다. 신분과 직책이 달랐던 5인의 가옥을 쉽고 흥미로운 해설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영상으로, 각 가옥이 갖는 특징과 그곳에 살았던 인물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조선 시대 구한말 한양 사람들의 주거문화까지 다루고 있다.

2화.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이외에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주춤했던 ‘남산골 전통혼례’도 한층 더 강화된 방역과 함께 찾아온다. 남산골한옥마을이 휴관이었던 시기에도 빈틈없는 방역수칙 준수로 무사히 혼례를 치르는 한편, 온라인 생중계로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혼례를 선보인 바 있다. 2021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치사항을 준수하며 정기소독 등 방역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여 안전한 예식을 이끌어나갈 예정이다. 100여 년 전 사대부가 혼례 방식을 따르는 남산골 전통혼례는 신혼부부는 물론 결혼기념일, 부모님 기념일 행사로도 적합하며 전통혼례 체험 또한 가능하다. 관훈동 민씨가옥에서 야외혼례로 진행되며, 계절을 만끽하는 차별화된 이벤트를 원하는 이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는 자세

개항과 함께 시작된 신문물의 시대, 1890년 근대역사에서 나타나는 ‘주체성, 역동성, 개방성’을 재발견하고, 그 시대정신을 접목해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문화예술 공간 ‘살롱 1890’이 서울남산국악당에 조성된다. ‘살롱’문화는 17~18세기 프랑스에서 성행한 귀족이나 문인들의 사교 모임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대저택의 응접실을 대신해 서울남산국악당의 1890 전시관에서 전통문화예술과 공연을 중심으로 전통과 동시대의 접점을 찾는 다양한 인문학적, 예술적 취향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살롱1890, 공연연계 프로그램 ‘경계인 박지원, 세상을 바꾸다’가 진행 중인 서울남산국악당 1890 전시관 ⓒ 서울남산국악당

1890 프로그램 카테고리는 공연연계형 인문, 예술 프로그램, 지역연계형 공공 전시 프로그램, 풍류형 주제 프로그램으로, 풍류형 주제 프로그램은 1890의 근대를 키워드로 한 독자적인 소규모 공연과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연 관람은 다소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은 언택트 시대를 넘어 관객과의 다양한 소통의 접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헤아려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상주단체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열하일기>의 공연과 연계하여 박수밀(고전문학자)의 ‘경계인 박지원, 세상을 바꾸다’가 4월 29일 2회(오후 5시, 6시 반) 진행되었다. 연암 박지원이라는 인물을 조명하고 폭넓은 해석을 시도했다. 5월 프로그램은 유성기 음반으로 소리의 원형을 찾아가는 전병훈(소리꾼)의 ‘100년 증수(百年增壽)’(5월28일 저녁 7시반)가 준비되어 있다. 사람의 입을 통해 후대로 전해지던 옛 노래를 그 시대에 기록된 음원으로 근원을 탐구한다는 역사적인 의미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유성기로 즉석에서 참여자가 직접 소리를 녹음하고 들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살롱1890, ‘경계인 박지원, 세상을 바꾸다'를 강연 중인 인문학자 박수밀 ⓒ 서울남산국악당
7월은 ‘13개의 탈 이야기’라는 주제로 무형문화재에 등재된 13가지 탈춤을 경험해보는 워크숍이 열린다. 이와 함께 중구 일대 충무로 신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발굴하여 전통을 소재로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전시도 소개된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를 통해 추후 공고될 예정이다.
‘2021 남학당: 온택트 창작역량강화’ 프로그램의 일부는 한옥 내부에서 진행된다. ⓒ 서울남산국악당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통기획의 비전을 제시하는 2021 청년국악기획자 양성과정 ‘남학당: 온택트 창작역량강화’가 4월 29일부터 5월 29일까지(총 15회)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진행된다. 청년 국악인재 양성을 위해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2017년부터 실시되어 분야별 전문가들의 사례 중심 수업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에는 기존 사례 중심의 수업에 기획서 작성 및 영상콘텐츠 제작 그리고 편집 등의 실습수업이 추가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전통예술공연 기획의 지형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공연예술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5G, VR 등 신기술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 온라인 플랫폼, 공연예술 영상화에 관한 전문가도 강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어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공연 생태계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미래 가치에 대해 생생한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본 과정을 성실히 이행한 수강자에게는 하반기 인턴으로 선발하여, 온‧오프라인 통합콘텐츠 제작 및 전통예술 기반 프로젝트 수행 기회를 제공한다.

더욱 폭넓게, 더욱 신선하게

: 2021 젊은국악 도시락(樂)

2019 젊은국악 도시락(樂)
주중 낮 시간 남산골한옥마을 및 서울남산국악당을 방문하는 직장인, 주민, 관광객에게 사랑을 받아온 무료 상설공연 ‘젊은국악 도시락(樂)’이 스펙트럼을 넓혀 다시 찾아온다. 5월 12일(수)부터 6월 2일(수)까지(매주 화·수, 12시) 서울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젊은 전통예술가들의 신선한 감각을 더욱 더 폭넓게 접할 수 있도록 저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7개 단체로 구성되었다.
‘2021 젊은국악 도시락(樂)’에 선보이는 ‘모던가곡’의 공연 장면 중 ⓒ 모던가곡

여기에는 전통음악을 근간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단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우선 ‘월드뮤직밴드 도시’(5월 12일)는 전통악기와 밴드사운드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제시하는 월드뮤직밴드이다.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된 한국음악의 새 얼굴로, 전통악기 본연의 자유성과 특성을 바탕으로 독특한 사운드를 연주한다. 특히 기존 창작국악에서 쉽게 듣기 힘든 음악적 민첩성과 기교적인 면이 특징이다. 신진으로 구성된 ‘국악듀오 두은(Do_Eun)’(5월 18일)은 대중들이 국악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딱딱하고 지루한 국악이 아닌, ‘듣고 싶은’ 국악, ‘중독성 있는’ 국악을 지향한다. 또한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으로 말하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며, 이번 공연에서는 작곡가 이예솔과 함께한다. ‘그루브앤드(groove&)’(5월 19일)는 2017년 창단된 여성 타악앙상블 팀으로, 여성의 섬세함을 더욱 꼼꼼하고 탄탄한 짜임새로 무대 위에서 발현시켜 나가고자 한다. ‘모던가곡’(6월 2일)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한국의 소리로, 모던한 이미지에 담아 소통하는 창작국악팀이다. 2017년 창단되어 한국의 창작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현대의 감수성을 다감각적으로 풀어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21 젊은국악 도시락(樂)’에 소개되는 ‘첼로가야금’의 공연 장면 중 ⓒ 첼로가야금

그중에는 특히 전통 현악기와의 결합이 독특한 단체들이 눈에 띈다. ‘FROM310’(5월 25일)은 “해금과 드럼에서 시작된 모든 음악”이라는 모토로 2018년 창단,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으로 공연·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쉼과 회복을 얻게 하고자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게스트 재즈피아니스트 안은진과 함께할 예정이다. ‘달음(DUO DAL:UM)’(5월 26일)은 2018년 가야금의 하수연, 거문고의 황혜영 두 연주자가 모여 결성한 팀으로, ‘달음’이란 어떤 행동의 여세를 몰아 계속해나가는 모습을 의미한다.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두 현악기 가야금, 거문고의 아름다운 울림 안에 강렬한 에너지를 조화롭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한편 ‘첼로가야금’(6월 1일)은 오스트리아 출신 첼리스트 김솔 다니엘과 한국 출신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이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 결성한 듀오다. 한국 전통음악이 지닌 레퍼토리와 전통악기가 지닌 특수성, 그리고 첼로가 가진 고유의 매력과 특색이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과 창작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서양의 이색적인 어울림을 선사하는 음악으로 창단 이래 유럽 현지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

고즈넉한 서울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서 펼쳐지는 이번 ‘2021 젊은국악 도시樂’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신선하고, 특색 있고, 점심시간의 여유로움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정리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