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 5호   山:門 REVIEW

세시절기 맞이, 체험에서 온라인화까지

서울남산국악당 상임예술전문위원한덕택
발행일2021.03.09

절기의 변화를 기억하고 느끼는 고유한 방식에 대해, 한옥이라는 공간을 관통하며 음미하는 기회란 흔치 않다. 남산골한옥마을은 그런 기회를 만들어오면서 잊혀져가는 전통적 세시행사에 오늘날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로 전통체험은 온라인화라는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명절 모임도 감염의 후폭풍을 겪어야 하는 지금, 온라인은 임시적 대안을 넘어서 전통문화 콘텐츠의 접근성에 대한 더욱 생산적인 발상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전통체험의 되-돌아보기, 다시-보기를 통해 그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남산, 세시풍속 체험의 명소로 자리 잡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전통문화는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우리의 삶과 멀어지기 시작했고 이제 박물관이나 책을 통해서 간접 체험을 하게 되었다. 서울시는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체험을 위해 남산골한옥마을을 조성하고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의 역할을 하도록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통문화 체험의 주제를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으로 정해 입춘, 설날, 정월 대보름, 추석, 동지 등 절기와 명절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설축제, 길놀이, 2018 ⓒ 남산골한옥마을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진행한 명절 축제와 세시풍속을 돌아보며 방문객들의 관심과 만족도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 개발의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최근의 행사를 중심으로 기획 의도와 사업 내용을 살펴볼까 한다.

흔치 않은 입춘첩, 달집태우기의 체험

입춘첩 붙이기 행사, 2021 ⓒ 남산골한옥마을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을 맞이하는 입춘 행사는 남산골한옥마을의 새해 첫 행사로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 -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 편집자 주)을 쓴 입춘첩(立春帖)을 붙이는 행사다. 사전에 시민들의 사연을 공모해 당선된 가족이 직접 고운 한복을 입고 서울시민을 대표해 입춘첩을 붙이며 한 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행사로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 신청자도 늘고 있어 시민참여라는 취지를 살리고 있다.

입춘을 전후해 설날 행사가 이어지는데 다양한 민속놀이를 비롯해 전통예술 공연도 함께 즐기며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진행하고 있다. 남산골한옥마을 중정(中庭)의 가마솥에 떡국을 끓여 떡국을 나누며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하고 고향에 가지 못한 분들을 위해 공동 차례상을 차려 조상님들께 차례를 올릴 수 있게 했다. 아쉽지만 떡국 나눔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되었고 차례상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달집 태우기, 2018 ⓒ 남산골한옥마을
설 명절이 지나면 바로 정월 대보름 행사가 이어진다. 전통사회에서 가장 큰 마을 축제인 대보름엔 풍물패의 길놀이와 지신밟기가 진행되고, 절식(節食)인 오곡밥과 나물을 차리고 함께 강강술래를 하며 공동체의 안녕과 화합을 다지는 자리로 진행된다. 또한 겨우내 접수받은 소원지를 달집에 매달아 함께 태우는 달집 태우기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산골한옥마을에서만 진행되는 행사로 대보름 행사의 절정을 이루며 장관을 보여준다.

한옥 안에서 더욱 새롭고 풍성한 계절

삼복(三伏)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이면 한옥마을 대청에서는 낮잠 체험으로 피로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시원한 화채를 한 그릇 비우고 대청마루에 깔아놓은 돗자리에 누워 죽부인을 안고 더위를 식히는 낮잠 체험은 한옥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체험으로 시민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도 신기해하며 참여하는 여름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남산골 바캉스, 낮잠 체험, 2017 ⓒ 남산골한옥마을

들판에 벼가 누렇게 물드는 가을이 되면 남산골한옥마을은 추석 준비로 바빠진다. 설 명절과 함께 많은 시민들이 찾는 축제이며 다양한 민속놀이와 탈춤과 풍물 등 신명 넘치는 전통예술 공연이 진행되며 송편 만들기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과 함께 팔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팔도 전(煎) 페스티벌’이 진행되어 추석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다.

동지 고사, 2019 ⓒ 남산골한옥마을
겨울이 시작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하순이면 동지 행사로 남산골한옥마을의 한 해도 마무리된다. 팥죽을 쒀서 한옥 곳곳에 한 그릇씩 바치고 동지 굿을 하며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빌어본다. 동지에도 남산골한옥마을 중정의 가마솥에 팥죽을 끓여 함께 나누는 팥죽 나눔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 프로그램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되었다.

전통에 현재의 감수성 담아내기

이처럼 남산골한옥마을의 한 해는 우리의 전통 세시풍속과 명절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시민들이 즐기는 축제로 사랑받고 있다. 남산골한옥마을의 전통문화 체험 행사는 간접 체험보다는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에 참가하는 능동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으며 시민과 지역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입춘 행사의 주인공을 시민 중에 선발하고 온라인을 통해 한문투가 아닌 현대어로 입춘 문구를 공모하는 등 시민참여의 장을 넓히고 있다. 또한 봄과 가을에 주말 장터로 진행되는 ‘남산골야시장’에서는 필동 지역의 상인들과 점포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해 지역과의 상생과 협력을 도모하고 있으며 지역상권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2019 돼지의 설 ⓒ 남산골한옥마을
연간 15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그중 40% 가까이가 외국인 관광객이기에 남산골한옥마을의 체험과 축제는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대표 프로그램인 동시에 역사와 전통이 현대와 조화를 이루는 도시 서울에 대한 호감을 주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의 가치는 지키면서 오늘날의 감수성을 담아 누구나가 즐겁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기획과 운영을 하고 있다.

전통체험의 온라인화, 제한인가 초월인가

2021년 온라인으로 진행한 제2회 남산골 입춘문예(立春文藝) 당선작 ⓒ 남산골한옥마을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남산골한옥마을의 체험프로그램과 절기행사, 축제 등도 계획에 차질을 빚고 규모가 축소되거나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2021년 역시 계획과 달리 방역단계에 따라 행사의 규모와 내용이 변경될 소지가 다분하기에 유튜브와 다양한 SNS를 통해 비대면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모일 수 없어 영상이나 비대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단계가 아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산골 야시장, 2018 ⓒ 남산골한옥마을
이를 위해서는 외국어 서비스는 물론이고 영상을 통해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온라인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품격과 재미가 어우러져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하나씩 대안을 만들고 실행하며 보완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남산골한옥마을의 전 직원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도전은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하기에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서울남산국악당 상임예술전문위원 한덕택
현재 서울남산국악당 상임예술전문위원, 수원문화재단 비상임 이사, 문화재청 2021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활용을 통해 당대적 가치 찾기와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전통예술 공연 기획, 전통문화 축제, 공간 운영 등의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