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가을   山:門 PEOPLE

리뷰 | 8월 전통공연예술

발행일2022.09.17

그들을 궁금해해야 하는 이유

라인 업 완료! 음악평론가·음악학자·무용기획자가 안내하는 얼굴들

서울남산국악당의 <젊은국악 단장>은 전통예술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청년 예술가들의 활약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2018년 첫선을 보인 <젊은국악 단장>은 서울시와 제과전문그룹 크라운해태가 체결한 ‘남산국악당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에 따른 청년 지원사업으로, 창의적인 전통예술 기반의 공연예술 콘텐츠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남산국악당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공모를 통해 진행되었던 기존과 달리 올해는 음악평론가(윤중강·송현민), 음악학자(김희선), 무용기획자(장승헌)의 꼼꼼한 현장 검토와 추천으로 출연진을 선발했다. 일종의 ‘전문가 초이스’로 진행되는 이번 <젊은국악 단장>은 현주소를 일궈나가고 있는 활발한 움직임, 예술적 목표와 정체성, 서울남산국악당과의 시너지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견인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꼽았다.

9월과 10월 <젊은국악 단장>에 오를 이들은 연희의 김성현·이정동·정승하, 무용의 김현선·이이슬·최종인, 가야금 연주자 김철진, 가객 구민지다. 이들은 쇼케이스를 선보인 후, 본공연을 갖는다. 우리가 그들을 왜 궁금해해야 하는지,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들이 보여줄 변화는 무엇인지 그들의 소개가 담긴 안내장과 초대장을 펼쳐본다.

김성현 이정동 정성하
(왼쪽부터)

연희자 김성현·이정동·정승하

연희를 위한 새로운 기운의 태동, 요동, 진동

| 9월 29일 쇼케이스/10월 19일 본공연

세 명의 연희예술가를 통해 새 피가 수혈될 예정이다. 먼저 김성현이다. “부모님 두 분이 고성오광대를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집에는 항상 고성오광대 의상과 물품이 있었고 그것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물놀이와 농악을 공부한 후 대학에서 탈춤을 전공한 김성현은 국가무형문화재 고성오광대 전수자이다. 이번 무대에서 춤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정동은 국가무형문화재 봉산탈춤 전수자이다. 각 지역의 탈춤, 연희, 무속춤의 동작을 통해 창작 작업을 하고 있다. “차근차근 성장해서 연희 안무가가 되고 싶습니다. 특히 탈춤의 언어로 여러 표현과 말을 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전해왔다.

이번 무대에 함께 하는 또 다른 이는 정승하다. “지금까지 연희를 전공하면서 많은 것을 접하며 공부할 수 있었다. 그중 움직임과 춤에 관심이 많아 연희춤과 한국무용을 공부했고,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춤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자유롭게 춤 추고 연주도 하는 예술가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여러 경연대회에서 우승과 입상의 영예를 거머쥔 그는 굿 속의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 얼굴의 태동이고, 새 춤의 요동이고, 새 움직임의 진동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연희계의 변화하는 흐름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다시 온몸으로 새로운 변화를 밀고 나가고 있는 세 명의 춤과 움직임을 통해 우리는 전통예술의 새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음악평론가 윤중강)

김현선 이이슬 최종인
(왼쪽부터)

무용가 김현선·이이슬·최종인 

한국춤에 새 길 내고, 새 결을 만드는

| 9월 29일 쇼케이스 + 10월 19일 본공연

김현선은 전통과 창작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시도와 실험적인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수많은 궁중정재와 민속춤을 학습하며 우리춤의 깊은 호흡과 ‘느림의 미학’을 무대에서 소리 없이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스승이 이끄는 복미경무용단의 수석 무용수로 국내·외에서 특유의 춤의 결을 빛내며 존재감을 드러내 관객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가 하면, 프로젝트 그룹 Dance us Project 대표로서 안무 이력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중이다. 이번에 여러 음악가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산조춤>과 신작 창작춤으로 한층 성숙될 것을 기대한다.

안은미컴퍼니 단원으로써의 경험을 구축한 뒤 자신만의 춤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이이슬은 독보적인 캐릭터를 개발하고, 무대에서 스스로 체험한 여러 상황과 순발력, 그리고 자신의 춤의 빛깔을 마치 카멜레온처럼 보여주고 있는 무용가이다. 극한의 호흡과 몸의 진정성을 요청하는 안은미의 요구를 담대하게 수용하면서 자신만의 에너지를 뿜어냈다. 작은 체구의 단점에서 탈피할 만큼 반복적 연습과 춤에 대한 자신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안무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강하게 각인시키는 수작을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다. 춤에 대한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하고 있는 그녀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최종인은 무용계에 돌연변이처럼 등장한 무용가이다. 암울하고 답답한 현실을 예술가의 숙명처럼 안은 채 출범시킨 춤그룹 ‘플레이풀’의 거침없는 질주와 항해는 2020년에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 창작춤의 침체기를 정면 돌파하며 독창적인 춤 작업을 통해 급부상하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의 춤꾼. 그의 독창적인 실험정신과 유쾌한 감성을 빚어낼 메시지와 만날 시간이다. (무용기획자 장승헌)

김철진

가야금 연주자 김철진

시간의 깊이, 균형감 있는 자유와 함께

| 10월 1일 쇼케이스 + 10월 26일 본공연

가야금은 가장 솔직한 악기이다. 예민해서 연주자의 공력, 음악을 대하는 태도, 몸과 마음의 상태까지 다 드러낸다. 현의 터치와 농현 하나 허투루 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니다. 그래서 가야금에서 힘과 마음의 균형은 더욱 중요하다.

25현 가야금과 그 악기가 만들어내는 미학은 어느덧 대세가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묻어나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가야금에 가장 잘 어울린다. 가야금의 예민함을 25현 가야금이 더욱 극대화하는데, 그럴 때 관객은 때로 숨쉬기가 어려워질 때가 있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함께 가야금의 아날로그함, 시간의 깊이, 균형감 있는 자유를 느껴보고 싶다.

김철진은 어려서부터 가야금 산조와 꽤 어려운 현대창작곡 연주에 뛰어난 젊은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실체를 확인한 순간 그의 스승이 떠올랐다. 때로 구도자같이 타협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며 길을 내온 그의 스승처럼 그도 길을 내는 예술가가 될 운명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를 추천한 나는 가야금을 전공하다 엇갈린 운명으로 연주자로 무대에 서는 대신 무대 위에서 연주자들을 소개하고 연주자들을 위한 글을 쓰며 그들의 역사를 기록한다. 가야금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에 가야금을 잘 타는 연주자와 그렇지 않은 연주자를 구별할 줄은 안다. 한때 무대 위의 예술가가 되고 싶었으나, 연구자로 무대와 현장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나는 어긋난 운명을 그를 통해 보상받고 싶어진다. 산조를 가장 잘 담아온 가야금에 허튼가락을 담고, 스승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화음 대신 음색을 담은 가야금 음악을 나와 관객의 마음에 담고 싶다. 미래의 흐름을 바꿀 젊은 청년 김철진을 주목하고 기대하는 이유다. (음악학자 김희선)

구이임

앙상블 구이임

삶과 일상에서, 음악적인 것을 찾는다

10월 2일 쇼케이스 + 10월 29일 본공연

구이임은 구민지(정가), 이채현(건반‧미디어 사운드), 임정완(가야금)으로 구성된 앙상블이다. 2020년, 동인의 성을 따서 결성되었다. 한데 모인 구씨, 이씨, 임씨는 새로운 소재와 감각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스스로 음악을 짓고, 기성화된 음악과 소리를 거부한다. 시어(詩語)의 내면을 살펴 노래적인 것을 찾는가 하면, 현대인의 마음과 일상을 들여다보아 공감의 소리를 빚는다. 이러한 음악 짓기와 음악 하기를 통해 일상의 언어는 설명과 묘사라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시적인 것으로, 노래적인 것으로 다시 태어난다. 여러 공연은 물론 ‘풍경’ ‘나의 바다’ ‘새로운 길’ ‘무서운 시간’ 등의 디지털 싱글도 내고 있다.

이번 <젊은국악 단장>에선 기존 음악을 모으고, 새 음악을 지어 펼쳐낼 예정이다. 그간 하나로 모여 음악적 삼각형을 만들어온 3인이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는 시간이기에 우리는 구씨의 노래를, 이씨의 소리를, 임씨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되어 구이임만의 소리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구이임은 여러 소리와 연출력을 소유한 개인의 숲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공간에 관한 사유를 콘셉트로 잡았다. 그들의 음악으로 인하여 우리의 공간이, 혹은 그들의 음악이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음악평론가 송현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