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다시피 1+1의 정답은 ‘2’다. 이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수식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무대 위의 1+1은 반드시 2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서울돈화문국악당이 기획한 <일무일악(一舞一樂)>은 한 명의 춤꾼과 한 명의 악사가 함께 만들어낸 작품을 선보이는 공연으로, 지난 7월 17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각기 다른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영문 안내서에 표현된 ‘Harmony Notes and Moves’라는 제목처럼, 무수한 음과 움직임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낼지 기대를 모은 공연이었다.
공연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필자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먼저, 악사의 음악적 역량이다. 일반적으로 춤을 반주하는 음악은 여러 명의 연주자가 참여하고, 대부분의 음악에 타악기(장구)가 포함된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단 한 명의 악사가 홀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는 연주자(혹은 소리꾼)로서 음악적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으로, 음악 구성 방법과 에너지가 무척 궁금했다.
두 번째는 춤꾼과 악사 간의 시너지다. 춤은 춤대로, 음악은 음악대로 장단에 맞춰 그저 흘러가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았다. 춤꾼이 음악적인 움직임을, 악사가 동작과 밀착된 음악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리하여 두 예술인이 만나는 수많은 호흡 속에 관객이 매료되어 몰입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기대되었다.
이러한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둘째 날(19일) 공연을 관람하였으며, 작곡가의 시선에서 공연의 흐름을 따라가 보았다.
김현우(무용)와 김보미(해금)가 선보인 <정재 타령춤>은 기존 정재를 확장하여 재창작한 작품이다. 무박, 타령, 잦은 타령, 자진모리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해금의 운궁법을 통해 장단의 리듬감이 생성되어 장구의 부재를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다. 또한 해금의 섬세하고도 단단한 음색은 무대를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 다만 전통적인 가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전체적인 무대가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박인수(탈춤)와 김소라(장구)가 선보인 <첫먹승춤>은 정읍우도농악의 장단 위에 황해도 탈춤의 제례성과 춤사위를 극대화하여 만든 작품이다. 특히 우도농악의 오채질굿 장단을 탈춤에 사용한 점이 매우 신선하고 고무적이었다. 일반적으로 탈춤은 균등한 박의 장단 위에서 펼쳐지지만, 2박과 3박이 혼합된 불균등한 오채질굿 장단을 바탕으로 춤사위가 펼쳐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타령에서는 춤꾼과 악사의 조화가 무척 좋았으나 장단의 에너지가 강하여 음양의 기운이 적절히 배분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자진모리에서는 악사와 춤꾼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관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악사가 춤꾼의 발 움직임과 완전히 일치하는 리듬을 구사하여 두 예술가의 합일이 느껴졌다.
배민지(무용)와 정선겸(아쟁)이 선보인 <나르디>는 동래권번의 방 안에서 구슬픈 음에 취해 춤을 추는 예기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유금선 명창의 <온천재건가> 음률을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했으며, 활의 질감을 변화시키거나 피치카토 주법을 사용하는 등 아쟁의 다양한 성음을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중중모리에서 아쟁의 활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장단의 리듬감을 잘 드러냈다. 한편 후반부에는 춤꾼이 장구를 메고 장구춤을 선보이며 자연스럽게 아쟁과 장구의 2중주가 형성되었고 풍성한 사운드로 무대를 더욱 흥겹게 만들었다.
전반적으로 아쟁의 다양한 연주 기법과 자진모리에서의 에너지 넘치는 가락 전개 등 악사의 기량이 인상적이었지만, 춤의 리듬과 음악적 리듬이 일치하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서로 간의 움직임과 음악이 더 깊이 소통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김진아(무용)와 민은경(소리)이 선보인 <범피창파>는 판소리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의 서사와 죽음을 앞둔 심청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두 명의 심청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몸짓과 소리로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흥타령의 ‘꿈이로다’를 호소력 짙게 표현하여 관객을 몰입시켰다.
소리꾼은 노래와 함께 고수의 역할을 맡아 노래의 반주 뿐만 아니라, 노래가 없을 때 북을 활용한 분위기 조성으로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심청이 물에 빠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적 전환이 매우 감각적이고 매끄러웠으며 완급 조절도 뛰어나 한 순간도 눈과 귀를 떼기 어려운 몰입감을 선사했다. 또 판소리의 매력과 높은 예술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다만, 춤보다는 소리에 시선이 많이 머무르게 되어, 춤과 음악 사이의 균형을 더욱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1+1의 결과가 언제나 2에만 그쳐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공연장을 찾는 이유가 단순한 정답을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정답을 넘어서는 다른 무언가, 그 너머를 경험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통과 전통을 나란히 맞대어 놓는 것을 넘어, 서로의 예술이 깊고 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공연이 춤과 음악의 협업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