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산중하에’의 분위기는 메탈로폰의 청아한 공명으로 시작한 최수안의 ‘소춘향가’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소춘향가를 한껏 감상하고 나니, 온갖 새들이 뛰노는 곳으로 이끄는 듯한 최주연의 ‘제비가’가 들려왔다. 산림 속 자연의 리듬들과 꿋꿋한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아늑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순간이었다.
필자 또한 소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관객과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공연장의 소리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소리꾼의 떨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의 감상이 얼마나 귀한 자리인가. 그들의 떨림 또한 하나의 매력이기에, 그것이 옛 선조들이 즐겼던 사랑방 음악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오늘날의 잡가
민요는 민중의 음악으로 백성들의 삶을 노래하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다. 그러한 민요의 한 갈래로서 잡가 또한 포용되어 왔다. 잡가는 전문 소리꾼들에 의해 가창되는 소리로 맥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여전히 전문 소리꾼들이 가창하는 소리의 하나이며, 옛 문학을 토대로 한다. 그렇기에 현대의 감성과는 조금은 뒤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반주하는 악기도 장구뿐이다. 그렇기에 다른 곡들에 비할 때 단조롭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경기민요가 대변하는 ‘화려’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생각하고 이 공연을 보았다면 ‘내가 알던 경기소리가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대가 거듭될수록 경기소리의 또 다른 면모가 느껴졌던 게 <서울소리:잡가雜歌>의 매력이기도 했다. 화려하고 경쾌함 속에서 우직하고 견고히 다져진 세 소리꾼의 소리는 오랜 세월 경기소리가 주는 단단함과 굳건함을 느끼게 했다.
‘적벽가’에서 최주연‧성슬기‧최수안은 노래 중간마다 한자어들을 풀어가는 아니리로 그들만의 소리를 풀어갔다. 가창을 위한 ‘문학’이기도 한 잡가를 듣는 이로 하여금 더욱 편안하게 했기에 이러한 해석이 낯설지 않았다. 12잡가 중 ‘적벽가’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노래이자 이날 함께 한 거문고(이재하)의 중후함과 가장 잘 어울리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거문고와 소리가 함께 하는 ‘적벽가’는 <서울소리:잡가雜歌>의 예술감독을 맡은 강효주의 ‘경기 12잡가 음반’(악당이반, 2009)에 수록되었고, 그 외 다른 소리꾼(필자 포함)에 의해서 연주되고 불리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거문고와 소리로 구성된 버전을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타악기와 함께 하며 그 역할이 든든하여 입체적이고 풍성한 무대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