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서에서는 두 베테랑 연주자, 피아니스트 박창수와 기타리스트 민영석이 각각 그랜드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 앞에 앉은 채 만났다. 피아니스트는 종종 의자에서 일어나, 한 손으로는 피아노 몸체 안의 현을 여러 방식으로 제어하고 다른 한 손으로 건반을 누르거나 주먹으로 침으로써, 전형적 건반 주법으로는 낼 수 없는 종류의 어택(attack)과 릴리즈(release)를 만들어 상대에 내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손으로 소리를 내고 다른 한 손으로 그 소리의 방식을 조절하는 것은 마치 가야금의 주법을 연상시키는 일이며, 건반악기 속에 본디 내재한 현악기로서의 속성을 꺼내고 강조하는 일이다. 전자기타 역시 부가적 변조 장치(이펙터)를 외부에 달지 않은 채 악기 자체의 조건과 가능성 안에서 나오는 소리 즉 (연주자들의 표현으로) ‘생톤(生-tone)’을 갖고 대화에 임하였다. 그 결과 두 몸, 두 현악기 사이의 단출하고 나지막한 대화로 읽히는, 그러면서도 전형‧관습‧역사에 ‘얽매이지 않음에 관한’ 감상과 사유의 순간을 낳았다.
즉흥과 정형성 사이에서
-서정민☓심은용☓이선재
두 번째 순서는 색소포니스트 이선재와 가야금 연주자 서정민,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의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