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무대는 마치 국악에서 본 곡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러 상황을 조율하는 의미로 연주하는 ‘다스름’처럼 관객과 무대를 함께 조율하는 것 같은 무대였다. 강효지가 섬세한 페달링과 강렬한 타건으로 만들어 낸 밀도 높은 긴장감은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주었고, 강렬하게 그려낸 파장이 잦아들 때까지 침묵하던 3명의 관악 연주자는 청중과 연주자 모두의 숨이 하나가 되었을 때, 마치 호흡하는 법을 다시 알려주듯, 차분히 숨을 내뱉으며 여백을 함께 채워갔다. 이들의 연주는 다시 수많은 여백을 만들었고 그 여백을 관객의 생각으로 스스로 채우게 했다. 반대로 빼곡한 소리가 엉켜서 고조될 때는, 청중이 스스로 여백을 만들어 소화하도록 만들었다. 이렇듯 숙련된 즉흥연주는 능동적인 사유를 이끌어 낸다. 본질적인 메시지 외에도, 노련한 거장들이 평생을 갈고닦아 만들어 낸 본인들만의 특별한 주법은 축제를 처음 방문한 관객들의 마음 또한 사로잡았다.
음악가들의 능동성과 운동성이 만든
즉흥의 순간②
이어서 김유리(바이올린), 신예훈(전자음악), 심성현(대금), 이아름(여창), 장문희(거문고)로 이루어진 두 번째 무대는 음악가들의 탄탄한 연주력을 기반으로 동시대성을 잘 담아낸 무대였다. 클래식, 현대음악, 그리고 국악이라는 장르 간의 간극을 선형적인 서사와 전개로 풀어내어 거부감 없게 전달했고, 여창이 함께 연주했던 타악기 핸드팬을 비롯한 전자음의 다채로운 소리 질감들이 부드럽게 어우러졌으며, 전개에 따라 극장 기술진들의 능동적이고 적절한 해석으로 더해진 조명과 음향 연출이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무대였다.
공연의 세 번째 순서는 필자(이한빈/피아노)가 속했던 팀으로, 김지은(해금), 노은실(판소리), 원정현(가야금), 최민준(철현금)으로 구성되었다. 무대를 준비하며 악기가 가진 고유성과 주법 등을 비트는 시도보다는, 선율과 화성 체계를 활용한 음악적 구성을 목적으로 합심하여 무대를 준비했고, 첨예한 해석으로 만들어 내는 긴밀한 호흡과 즉흥연주로 만들어 내는 의외의 서정적인 음악 분위기로 공연을 한차례 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