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내용과 소리꾼의 삶이 겹쳐지며
연습 과정에서 사설의 이해와 소리 구현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그들의 일화와 부를 사설의 내용을 연결 짓는 이야기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졌다. 이러한 ‘간(間) 텍스트적 해석’을 통하여 자신이 어떠한 정서와 태도로 부를 대목을 소화할 것인지를 명시적으로 전달하는 순간들이 감상의 흥미와 몰입도를 더하였다. 더불어 기량 위주의 소리하기 및 듣기에 매이곤 하는 어린 소리꾼이나 평자들에게 ‘기실 소리연행의 본질은 기교 이전에 악곡의 해석’이라는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이 여럿 있었다.
세 문하생의 출연 뒤에 무대에 올라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흥보가를 선보인 민혜성은 2007년부터 프랑스, 벨기에 등의 여러 나라에서 판소리를 가르쳤으며, 그중 가장 뛰어난 문하생들이 본 무대에 섰다며, 다음 공연에는 더 많은 문하생을 한국 무대에 데려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였다. 판소리 저변의 국제적 확대를 보여주는 그러한 공연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들이 이번 공연처럼 다양한 눈대목을 보여주기보다 각자의 성음과 스타일을 찾아 자기만의 소리를 보여주는, 질적인 측면에서 ‘다음 단계’의 공연이 보고 싶어졌다. 웨일스 출신의 폴 포츠가 이탈리아어로 된 오페라(그것이 곧 이탈리아의 판소리가 아니겠는가)를 공부하여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듯,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이 판소리를 공부하여 자연스럽게 무대에 서고, 어쩌면 그중 프로 수준의 소리꾼들이 나타나 감동을 주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기다리며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