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 등에서 기악, 가창, 연희를 비롯한 장르를 시연하는 전통음악인은 대개 젊은 세대이고, 해외 진출에 대한 열의가 높다. 당연히 자신들의 창작곡을 30분 이상 시연할 수 있으며, 영어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펼치는 공연은 단독 공연의 분량만큼은 아니지만, 자신들의 음악적 핵심을 엄선한 방식이어서 지향과 개성을 확인하기는 충분하다. 10월 12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린 ‘젊은국악 단장’에서는 춤꾼 김기범, 연희집단 농악천하지대본, 소리꾼 노은실의 공연이 차례대로 펼쳐졌다.
전통예술의 변화상과
미래를 보여준 ‘젊은국악 단장’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 중인 노은실은 이날 기타리스트 알바로 헤란, 대금연주자 백다솜, 사운드를 맡은 해미 클레맨세비츠와 함께 30분의 공연을 수행했다. ‘엠비언트 판-소리’를 내건 노은실의 공연은 제목처럼 자신의 목소리와 연주를 엠비언트 사운드와 결합시켰다. 노은실이 인형을 비롯한 오브제를 무대에 펼쳐놓고 노래할 때, 그의 노래에는 즐거움이나 흥겨움은 배제되었다. 대신 고요와 정적으로 잠입해 그 안에서 유영하는 듯한 소리의 드라마가 이어졌다. 조도를 낮춘 조명 아래에서 기도하듯 이어진 음악의 밀도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흩어지지 않았다. 30분 내내 한결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만큼 곡과 연주, 퍼포먼스는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노은실의 목소리에는 오랫동안 노래해온 이의 원숙함이 배어났다. 서정적이고 극적이며 영적인 기운이 넘쳐나는 공연은 전통음악이 담지한 근원적 신비로움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노은실의 공연은 새롭거나 독창적이지 않았다. 이미 많은 월드뮤직에서 선보였던 방식으로 현악기와 관악기를 연주하면서 공간감을 극대화하고 그 위에 전통음악적인 보컬을 얹는 음악은 유사한 음악들 사이에서 노은실의 음악을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음악이라는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은 음악은 숙련된 퍼포먼스로 공연에 빠져들게 했음에도 해외 델리게이트들에게 얼마만큼의 반향이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