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의 다원성을 보여주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농악은 과거 농민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풍농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기 위해 행했던 공동체적 제반 문화 활동으로, 무속신앙, 마을축제, 세시놀이, 민간연희 등 한국인의 삶 속 여러 부분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농악천하지대본은 농악이 지닌 다원성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관객들에게 그 신명과 희망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무대 위에 세워진 농기를 보면서 곧 등장할 연주단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들은 예상과 다르게 관객석의 뒤편에서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복을 받기 바란다”라는 축원의 외침과 함께 나타나 관객의 옆으로 다가가며 공연을 시작했다. ‘덩덕 쿵쿵’거리는 타악 장단과 힘차게 울려 퍼지는 태평소 선율에 이어 펼쳐지는 상모돌리기, 연풍대는 판굿의 흥과 보는 재미를 더했고, 색색의 큰 고깔과 화려한 의상은 세련되어 패셔너블했다. 이 농악의 다양성 표출에 일조했다.
이번 공연은 최근의 창작 국악이나 민속공연의 현대화 과정에서 종종 보이는 미니멀리즘적인 요소-절대적 간결함과 단순함의 부여-대신 농악의 요소들을 보태고 쌓아 관객에게 농악이 지닌 여러 면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다음 것을 기대하는 설렘을 선사한 공연이었다.
홑과 겹,
‘따로’ 또 ‘같이’ 만들어 가는 음악
<홑 : 겹>이라는 다소 난해하게 생각되던 제목은 무대 위의 공연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깨닫고 느낄 수 있었다. 연주자마다 각기 모양과 소리가 다른 악기를 두드리고, 그 울림도 때론 느리고 때론 빠르지만, 그 다름 하나에 또 다른 것이 하나씩 더해지면서 점점 조화롭게 합쳐 “겹”을 이루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