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 모티프를 포착한 참신한 시선
<올려다본 내려다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널 판 위에서의 시선이다. 상승과 하강이란 널뛰기 운동의 궤적과 힘의 균형을 인간관계의 긴장감으로 투영하려는 의도이다.
무대 위 중앙 널 판에 도시인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영상으로 투사되며 널뛰기가 놀이적 기능 이상의 관계로 조망될 것임을 내비친다. 널판과 짚단이 무대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춤꾼 4인의 동선은 널 주변에서 서성이거나 걷다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춤사위로 변주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거문고의 연주에 이어 노동요 같은 구성진 소리에 춤꾼들은 굽이굽이 산을 넘듯 널판과 동행한다.
소리의 결에 부응하며 오르락내리락 묵직하게 딛기도 하고 경쾌한 속도로 춤사위를 펼치는 장면들이 희로애락 인생사를 은유하는 것 같다. 흥미로운 점으로 김기범은 널판을 이용한 춤 구성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널뛰기의 놀이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반면 널뛰기의 도약과 하강 행위에서 ‘균형감’이란 요소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국내외 창작의 한 트렌드인 스포츠나 아크로바틱에 내재한 극한의 운동성과 휴머니즘으로 표현의 맥락을 확장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널뛰기의 역학적인 힘쓰기에서 추상적인 모티브를 포착한 김기범의 시선은 참신하다.
정서적 쾌감은 아쉬움으로
전통 놀이에서 추출할 풍부한 재료인 놀이성과 자율성이란 고유 기능을 전환한 작품 자체는 흥미로운 테마이다. 그러나 시종일관 널판을 중심으로 상대와의 관계만을 주시할 뿐 다른 복선이나 서사로 확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널 위에서 중심을 잡는 행위 위주의 견제나 대치에 비해, 널뛰기의 신나는 경관을 잊을 만큼 다른 정서적 쾌감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 맹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