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장터는 지역의 문물과 이야기, 상품과 놀이가 한자리에 어우러져 펼쳐지는 전통사회 최대의 플랫폼이었다. 사람들은 3일장, 5일장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고, 소식을 주고받았다. 물건을 바꾸고 판매하며 일상의 필요를 충족시켰다. 한양의 육의전과 같은 상설 장터가 아닌 대부분의 지역 장터는 정기시장의 형태를 띠었다. 3일장, 5일장, 7일장. 장마다 찾아다니는 장돌뱅이들은 지역 장터를 다니며 물건을 팔았고, 이야기를 전했다. 봇짐장수와 등짐장수를 통틀어 이르는 ‘보부상’들은 삼삼오오 또는 큰 상단을 이뤄 전국의 장들을 찾아다녔다. 장터는 전통사회 최고의 핫 플레이스였으며, 세상의 모든 정보가 가장 먼저 유통되는 최첨단의 소통 채널이 되기도 했다. 남산골에 야시장을 연다는 것은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로 서울을 찾은 방문객을 끌어들여,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과거 한양 저잣거리 풍경을 연출하여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판매하는 상품은 핸드메이드 공예상품들과 친환경 농산물과 농가공품, 패션소품과 다양한 먹거리로 구성되었으며, 전통연희 공연과 전통놀이 경연 등의 부대행사로 한옥을 배경으로 한 이색 장터가 만들어졌다. 야시장에 참여하는 상인들은 지역주민, 핸드메이드 작가, 외국인 유학생 현대판 보부상들이 참여하여 활기찬 저잣거리를 연출하였다. 친환경 농산물이 판매되는 날에는 전국에서 상인들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남산골 야시장이 열리는 5월~10월의 매주 토요일에 적게는 50명 이상의 상인들 참여하고, 많을 때는 100개 이상의 부스에 2백 명 이상의 상인들이 손님을 맞으며 지난 3년간 남산골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야간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평소 2천 명 미만이 방문하는 야간시간대에만 5천 명 이상의 방문객이 몰려 불야성을 이루었다. 구한말을 지나면서 1900년대 초 일본인 거류민들은 충무로에서 남대문로까지 길을 닦고 서울 최초의 가로등 길을 만들었다. 그때 사람들은 그 가로등이 만들어낸 밤풍경을 ‘불야성(不夜城)’이라고 불렀다. 밤에 불을 밝히며 좌판을 펼치는 야시장은 바로 한옥마을 앞 충무로와 명동길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남산골 야시장은 구한말 한양의 저잣거리 모습과 일본인들이 충무로와 명동 일대에 자리를 잡으면서 만들어진 구한말 야시(夜市)를 재현하여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남산골 야시장은 ‘1890 한양’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1890 한양’은 ‘남산골 한옥마을’을 들여다보는 ‘시대의 창(窓)’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며 만들어진 연출 콘셉트이다. ‘1890년대의 한양’의 창으로 남산골 한옥마을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구한말 ‘남산골 ***’의 명칭을 가진 여러 개의 브랜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남산골 야시장이다. 조선 시대 청계천 남쪽으로부터 남산골까지를 일컫는 남촌 일대는 궁궐과 가까운 입지조건 때문에 수많은 대신들의 집이 자리 잡고 있었고, ‘딸깍발이’라고 불리는 유생들이 모여 살면서 입궐을 꿈꾸며 학문을 연마하던 곳이기도 했다. 흐르는 계곡과 정자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한여름 남촌의 주민들과 선비들의 피서지로 즐겨 찾던 곳이기도 했다. 청학이 노닐었다고 해서 청학동으로도 불렸으며, 한양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삼청동, 인왕동, 쌍계동, 백운동과 함께 한양 5동으로 손꼽혔다고 한다. 구한말을 지나면서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되고 충무로 인근에 조선통감부가 설치되고 필동 일대는 혼마찌(本町)란 이름의 일본인 집성촌이 들어섰는데, 이때부터 명동과 충무로를 중심으로 근대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런 이유로 서울에서도 가장 짙게 왜색이 드리워졌던 이곳 필동은 광복 이후에는 충무로 인근을 중심으로 영화산업의 메카로 대중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이곳 남산골 한옥마을에는 1890년대를 전후로 만들어진 5채의 가옥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구한말의 격동기 1890~1900년대에 대한 역사적 해석은 다양하지만, 이 시기는 고종황제가 대한제국(1897)을 선언하며 해외 열강들과 크고 작은 교류를 시작했던 시기이고 일제 강점기 이전 조선이 개방성 · 주체성 · 역동성을 가지고 제국을 꿈꾸었던 시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1890 한양’을 콘셉트로 만들어낸 ‘남산골’ 브랜드 프로그램은 남산골 밤마실 · 남산골 드라마 · 남산골 바캉스 · 남산골 야시장과 손탁야회 등으로 도심 속에서 만나기 힘든 과거의 문화를 장터와 체험, 공연과 놀이로 복원하고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국내외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120년 전 한양 남산골 마을 주민들의 일상과 축제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산골 야시장은 2020년 Ver 4.0 모델로 ‘보부상’과 ‘전기수’들이 연출해내는 더 재미있는 조선 시대 야시장으로 방문객들을 인도할 예정이다. 전통가옥 일부도 장터의 무대로 활용되어 이색적인 야간 한옥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