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평가하기에는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고 누구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재난의 상황에 극장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그 누구에게 물어도 어려운 질문이다. 지난해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예술의 때가 아닌 것 같다.’ 말 그대로 재난 상황이었다. 공연을 해야 하는 극장이 구휼이라는 눈으로 예술가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겠다 생각했다. 삶을 살아갈 수 있게 고르게 문을 넓히고 찬찬히 그들을 보듬을 수 있는 방법도 있겠다 싶었다.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었다. 돈을 나눠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공연을 만들 때도 입장을 가질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이제 큰 강을 건넌 것도 같다. 예술가들 간의 간극이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다.”
“공공극장으로서 시 지침에 따른 운영 기준 적용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남산국악당은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기획공연에 참여하거나 대관하는 예술단체 입장에서도 어려운 시기들을 함께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전례 없는 난국을 맞닥뜨려 서울남산국악당이 “선제적, 적극적 대응”을 보였다는 평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서울남산국악당의 상황에 따른 운영 매뉴얼이 잘 갖추어져 있고, 서울남산국악당이 행정편의 또는 운영편의적 측면보다는 민간예술인들의 성장과 지원, 활용에 대해 좀 더 많이 생각한 측면도 보였다.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의 운영 사례를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여 타 서울시 산하 문화기관이나 공연장 운영에 참고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라는 의견도 덧붙여졌다.
한편 비대면의 국면에서 “서울남산국악당이 제작한 다양한 콘텐츠는 수많은 반향을 일으키며 시청자를 미디어 앞으로 불러 모았다”라고 하면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다수의 대면 공연들이 취소되기도 했지만, 발 빠른 대응으로 온라인 비대면 공연콘텐츠로 전환하여 의외의 성과를 거둔 경우들도 있었다. 특히 2020년 4월에 진행된 혜원/민희의 <남창가곡>의 경우 대면 공연에서 네이버 공연 라이브로 전환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에서 더욱 확장성을 갖는 음악적 특성과 단체의 개성이 잘 어필되어 이후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라고 평가되었다. 이러한 온라인으로의 전환 시도의 노력 및 성과와 함께, 오프라인 공연의 유지 노력에도 주목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여타의 공연장과 차별화되는 부대공간, 야외공간의 활용도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도 되었다고 보인다.
“‘유행’처럼 국·공립 공연장과 예술단이 온라인 콘텐츠 기획·생산에 집중할 때, 서울남산국악당은 최대한 오프라인 공연을 유지하려 하며 공연에서 중요시되는 ‘현장감’을 제공하려 한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을 섭외하여 새롭게 기획된 프로그램과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한 비대면 콘텐츠보다, 서울남산국악당과 부대 공간을 원배경으로 하여 공연현장을 최대한 충실하게 보여주었다. 누군가는 영상 시대에 기획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 비판할 수도 있겠으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공연장의 기능이 원래대로 복귀되었을 때, ‘영상 속 공연’과 ‘눈앞의 공연’에서 관객들은 어떤 이질감을 느낄까. 그런 점에서 공연장에선 도무지 느낄 수 없는 영상미와 연출력을 가미한 공연장의 콘텐츠도 필요하다면, 남산국악당처럼 무덤덤한 기록과 연출도 필요하다. 더불어 연기와 취소 속에서도 다른 공연장보다 오프라인 공연을 많이 유지한 노력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와 같은 전환기를 맞이하여 “온라인 채널 관리와 영상 콘텐츠 생산 및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 운영, 관련 기획의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에 대한 제언도 있었다. 특히 이 같은 시기 활용도가 높은 유튜브 채널의 경우, “아카이빙이나 지속적인 온라인 관객 확보 등의 추가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재 남산골한옥마을과 서울남산국악당으로 이원화된 채널로 인한 콘텐츠 분산 우려의 타개와 함께, 채널 홍보의 적극성 또한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는 나아가 “기획 제작공연들의 대면/비대면 공연콘텐츠에 대한 유연하고 선제적인 기획적 접근과 체계적인 관리”와도 연계되면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팬데믹으로 인해 수많은 영상콘텐츠를 접하게 된 관객의 눈높이를 의식하여, 상투적인 업로드 서비스나 의례적인 공연 동영상 촬영 서비스의 지양과 함께 “소수의 선택된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서울남산국악당만의 차별화된 공연콘텐츠로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라는 제언도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울남산국악당에 오른 음악가와 예술가들의 모든 공연이 인상적이었다. 그중 특히 인상적인 음악가와 예술가들을 꼽는다면 ‘젊은국악 단장’ 시리즈를 통해 쇼케이스를 선보였던 예술가들이다. 최근 청년국악예술가를 위한 ‘발굴’ 지원사업이 많지만, 이후 ‘발전’을 위한 지원사업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발굴된 음악가도 이후의 진로와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국악 단장’ 시리즈는 ‘발굴’ 이후의 ‘발전’을 꾀하는 사업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았다. 온라인을 통해 이들의 성장 과정, 멘토링, 각오, 차기 작품의 기획 의도 등을 잘 담아 성장과 성숙을 위한 ‘과정’도 많은 이들과 잘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국악 단장’을 통해 무대에 오른 예술가들의 차후 활약이 매우 기대된다.”
이와 함께 상주단체인 천하제일탈공작소와 함께한 일련의 사업들에 대한 주목도 눈에 띈다. “천하제일탈공작소의 경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사업과 서울남산국악당과의 협업으로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전통공연에서 드물게 배리어프리 공연을 시도한 <열하일기>, 전국의 14개 국가지정 탈춤을 한 자리에 모아낸 블록버스터 <가장무도>는 공공기관의 안정적 예산 지원과 공공극장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이 빚어낸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가장무도>의 경우, “존재마저 희미했던 각 지역의 젊은 탈꾼을 발굴해 관객들에게 탈춤과 탈꾼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는 점, “멈춰있고 고여있는 탈춤이 아닌 이 시대와 함께 흐르는 탈춤, 현재의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춤추는 탈꾼”을 보여줬다는 점이 평가되었다.
더불어 전통적 콘텐츠에 대한 관심 또한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옥콘서트’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기획되어 공간에 따른 전통적 콘텐츠의 확장을 기대”하면서, ‘한옥콘서트’로 소개된 <산조>, <여자들의 국악>, <춘영콘서트> 이후로도 “<산조>나 <줄풍류>, <가곡> 등의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올려지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그 외에 관심이 가는 기획으로 박순아의 <노쓰코리아 가야금>이 꼽히기도 했고, 자체 기획은 아니지만 김매자, 배정혜, 국수호 3인의 거장 한국무용가들의 무게감이 실린 <면벽(面壁)>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공간 활용의 측면에서 ‘저니 투 코리안 뮤직’과 함께 치렀던 사업들을 포함하여, 한옥마을을 활용한 프로그램과 마당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들에 주목한 시선도 있었다. 코로나 국면과 맞물려 대안적인 소규모 대면 프로그램으로 올해부터 시행된 ‘살롱1890’ 또한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한 사업이었음을 살필 수 있었다. 그밖에 ‘남산컨템포러리’를 통해 소개된 <무악>처럼 “서울남산국악당 초연작으로 국내 및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재초청을 통해 작품을 함께 성장시켜나가는 것도 좋겠다”라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외에도 타악주자 황민왕은 “다양한 악기(장구, 소리북, 아쟁, 특수악기 등) 연주와 다양한 소리(판소리, 민요, 굿소리, 구음 등)를 들려주는 무대를 볼 때마다 놀랍고, 전통의 원형을 보여주기도 하고 가장 동시대적인 음악을 보여주기도” 하며, “예술가 본인이 지향하는 작품세계와 관객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이 매우 세련되고 다른 전통예술인들에게도 좋은 자극을 주는 훌륭한 아티스트”라는 평과 함께, 기대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언급되었다.
“쥬스컴퍼니가 운영한 이후 기획공연인 ‘남산컨템포러리’, ‘단장’, ‘한옥콘서트’, ‘젊은국악 도시락(樂)’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색깔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이 시대 전통예술의 확장성과 다양한 실험을 지향하는 서울남산국악당의 방향성을 각인시켰고, 이러한 시도들은 극장 이용객들이 범위를 확장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컨템포러리, 단장, 상주단체 등의 프로그램이 많이 보였다. 극장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사업을 펼쳐내고 있는 것 같아 좋아 보였다. 다양한 과정들과 작품들이 선보였다. 극장이 젊은 예술가들의 다양한 실험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좋아 보였다.”
이러한 기획 및 제작 극장으로서의 다각적인 활용과 더불어,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역할 확립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전통예술인 중 한 사람으로서 관객과 소통하기 좋은 극장, 무대 및 시설이 만족스러운 극장, 새로운 시도를 함께 할 수 있는 극장을 꼽으라면 서울남산국악당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라고 하면서, “지난 3년 간 서울남산국악당의 운영 실적을 보았을 때 국악전문 공연장으로 정체성 확립과 그 역할을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본다”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와 함께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전통예술인들과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전통예술인들과 함께하기를 바란다”라는 희망사항은 물론, “민간예술단체가 가지기 어려운 공간과 자금의 저력을 바탕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바람을 공연예술계에 불어넣어 주기”에 대한 기대가 덧붙여지기도 했다.
서울남산국악당의 차별성은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소프트웨어적인 측면 양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전자의 경우, 여타의 극장과 다른 공간적 측면에서 다양성이 주목되었다. “서울남산국악당은 현대식 극장은 물론 김춘영 가옥이나 민씨가옥 같은 한옥 공간도 갖고 있으며, 남산골한옥마을 일대의 야외 공간과 코로나 시대에 활성화된 온라인 채널까지 갖고 있다. 실내 공연장과 야외 공간, 현대식 공연장과 전통 공간,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을 두루 아우른 공간이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이, 새로운 예술을 위한 영감과 탄생을 위한 활력소와 연료가 되기를 바란다.”
후자의 측면은 젊은 창작자의 플랫폼이라는 지향을 둘러싼 논의가 많았다.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은 와중에 상대적으로 특화되게 보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서울돈화문국악당과 서울남산국악당과의 차별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양 기관에서 상호 협의를 통해 중복성을 줄여 예산과 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기성 혹은 중견을 살피는 기획과 극장의 부재를 상기시키며 오히려 과감한 전략 수정을 고려하는 것에 대한 의견, “4-50대 중견 연주자들에게도 플랫폼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는 의견, “확연한 명품국악공연장으로 지향”에 대한 거론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좋은 아티스트들이 가진 훌륭한 콘텐츠를 담아내는 ‘그릇’으로만 존재하는 극장이 아닌, 극장이 제시하고 제안하는 독특한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용광로’로 기능하길 희망한다. 일회성의 공연이 아닌 서울남산국악당의 브랜드 가치를 담는 작품 제작 방법 또한 지속적으로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꾸준하게 브랜드화되고 있는 기획공연 ‘남산컨템포러리’, ‘젊은국악 단장’, ‘젊은국악 도시락(樂)’, ‘한옥콘서트’ 등이 생명력 있게 이어지면 좋을 것 같다. 현장에서 주목하는 기획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시간이 쌓이고, 참여예술가/단체들과 기획 및 운영자 모두의 노력과 애정이 만들어 낸 귀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작품의 유통과 확장에 대해 언급하면서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 타 지역 기관 등과 연계하여 연속성을 갖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또한 안정적 운영 체계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보였다. “2-3년 단위의 단발적인 용역 운영 시스템으로 인한 조직의 불안정성과 잦은 직원 교체로 서울남산국악당과 남산골한옥마을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시키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극장 운영의 전문성과 지속성, 축적된 경험을 통한 변화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단기위탁운영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결국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적 장점과 콘텐츠 차별화의 도모를 북돋우며,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의 지속성과 유통망 구축을 통한 확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길어진 팬데믹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시청자가 관객이 되어 다시 현장을 찾을 때” 여전히 “시민과 관객이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도심 속 아름다운 공간”으로서, 또한 “공연장 브랜드와 작품 그 자체”로서 그간 각인되었던 잠재력이 다시 피어날 것이다. ‘위드코로나’로 일상이 재개됨에 따라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공연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서울남산국악당이 제작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힘을 쏟기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리하여 앞으로도 “그곳에 가면 신선하고, 그곳에 가면 새롭게 내가 태어나는 것 같고, 그곳에 가면 우리가 모르던 우리를 발견하는 장소”로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