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남산골기획공연 <평롱[平弄]: 그 평안한 떨림> 인사말

소망이 간절한 때

예술감독 천재현

 

평롱-그 평안한 떨림, 예쁘고, 고요하고, 조금은 거룩하기도한 공연의 이 제목이 점점 간절하고 절실해지는 때입니다. 기도처럼 부여잡고 간절하게 부르게 되는 때입니다. 참 어려운 때입니다. 음악 하나 하는 일이, 공연 하나 올리는 일이 쉽지 않은 때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절에 음악을 하고 예술을 하고 있습니다.

 

평롱-그 평안한 떨림을 막 시작하려던 2014년 봄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아픔은 아직도 우리의 왼편 가슴에 노란 꽃처럼 달려있습니다. 일 년을, 이 년을 노란 꽃을 달고 노래했습니다. 소망했습니다. 정성껏 음악의 일을 했습니다. 소리란 것이, 음악이란 것이 한 번 울리면 이내 사라지는 허망한 것이지만 우리는 믿었습니다. 음악에 담은 우리의 소망은 마음이라는 저 깊은 곳에서 하나의 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는 것을요. 그것이 음악과 소리의 다른 점이라는 것을요.

 

평롱-그 평안한 떨림에서 소망했던 우리의 간절함은 왜 여전하고 더 절실해졌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전한 건 우리는 같은 소망을 더 절실하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을 만들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간절하게 올려다본 하늘, 그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울리는 작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러르라’. 하늘을 우러를 때 비로소 미약함을 알 수 있었고, 그 미약함은 곧 ‘소리’처럼 허망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허망하고 오직 남은 건 저 하늘에서 쟁그렁거리는 별들의 떨림들. 우리의 소망이었습니다. 내 간절함이 의심스러울 때 우러른 하늘에서 비로소 보았습니다. 쟁그렁 거리며 울리고 있는 여전한 별들의 떨림을요.

 

광장으로 내려온 별들

 

평롱-그 평안한 떨림을 준비하는 지금은 그 별들이 대한의 땅에 내려왔습니다. 수만은 별들이 수 십 만의 별들로, 수 백 만의 별들로 내려와 있습니다. 아이의 손에 있고, 어미의 손에 있고, 우리의 가슴에 있습니다. 깜박깜박 소박하게 떨리며 울리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작은 촛불들이 거대한 파도로 불야성을 이루어 정의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평롱-그 평안한 떨림을 보고 계신 지금은 예수 오심을 축복하는 때입니다. 에고로 지친 우리에게 하늘을 가르치고 사랑을 일러주신 그분은 무엇보다 정의의 삶을 사셨고 온 삶으로 실현하셨습니다. 그분의 십자가는 그렇게 우리의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2016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십자가를 지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 우리에게 정의는 무엇일까요?

음악의 일

 

평롱-그 평안한 떨림은 우리 음악으로 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우리가 공유하는 하늘의 떨림입니다. 하늘의 떨림을 제 가슴 깊은 울림으로 듣는 것이 음악인의 일입니다. 그것이 손끝으로 악기로 울림으로 노래로 퍼져 듣는 이의 가슴으로 울립니다. 가슴 깊은 곳의 심금心琴이 공명됩니다. 떨립니다. 음악은 이렇게 떠는 것, 공명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그렇게 완성되는 것입니다. 음악으로 공명한다는 것은 곧 마음이 하늘과 하나 된다는 것이지요. 음악이 그렇게 시작했고 그렇게 마무리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하늘은 바로 정의로운 하늘입니다. 올바른 질서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하늘처럼 정의로울 때 우리는 하늘과 공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평롱-그 평안한 떨림은 우리 음악으로 하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관객 여러분과 평안한 떨림으로 공명하고 싶습니다. 서로의 삶을 살아가지만 오늘의 음악으로 공명이라는 깊은 울림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공연장을 나설 때 우러른 하늘에 미소 지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만들었습니다. 쟁그렁 쟁그렁 반짝이는 저 별의 떨림으로 오늘을 추억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만들었습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공연장에서 만나게 될 때 부름으로 내려온 수만, 수백만의 별들이 아직 광장에 있을지 제 별자리로 돌아갔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늘의 정의가 이 땅에서 실현되는 것이 저 별의 일이겠지요? 별들의 떨림을 음악으로 전하는 것이 저희의 일이구요. 다만 각자의 몫을 할 일입니다.

 

하나됨을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평롱-그 평안한 떨림으로 2016년 남산골한옥마을의 공연을 모두 마무리 합니다. 고맙습니다.

 

천재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