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남산골 기획공연 <남도음악의 맥 - 이태백> 프리뷰 ③

 

음악적 종심(終心)

글_이소영 평론가

4. 음악적 모국어와 오래된 미래 

 

 이태백 명인과 지순자 명인과의 인터뷰가 무르익어 가면서 구전심수라는 전통적 교육방식의 마지막 수혜자로서 음악적 종심을 몸으로 구현하고 있는 두 명인이 새삼 귀하고 부럽다.  남도음악은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도 산조의 유파 확장을 통해 진화해 온 음악이다. 이들은 이러한 남도음악을 21세기의 후학들에게 고스란히 전승해 줄 플랫폼이다. 20세기와 21세기를 잇는 가교인 것이다. 특히 이태백 명인은 남도음악의 대표 장르에 해당하는 굿, 판소리, 산조에 능통하고 성악과 기악을 아우르며 기악에서도 선율과 장단을 다 넘나드는 산조 연주자이자 판소리 고수이다. 박병천 명인에게서 무가와 악기 선율 등 시나위권 음악 전반을 배웠고 박병천 명인의 진도 북춤에 반주 꽹과리를 도맡아 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남도음악을 온 몸으로 전승하고 있는 종합체이다. 그에게서 남도 음악은 한마디로 무엇일까? 

 

 저는 음악적인 편견은 없어요. 정악은 안 좋고 뭐는 좋고 그런 거 없습니다. 다 좋은데, 다만 제가 거기서 태어났고 제 부모님이 그 음악을 하셨고. 그래서도 저도 그 음악을 배웠고. 그렇게 평생 해오다 보니 저한테 남도 음악이 맞습니다.  그래서 그 음악을 하는 겁니다. 나한테 맞는 음식이 있듯이 그 음악이 나한테 맞아 하는 겁니다. (이태백)

 

이태백 명인

 

 진리는 가장 단순한 데 있다고 했던가! 남도 음악이 가치 있고 좋은 이유는 본인에게 가장 익숙하고 그러니까 편하고 맞기 때문이다. 평소 음악을 언어에 유비시켜온 나는 이 말에 격한 공감을 보낸다. 언어 구사에서 아무리 몇 개 언어를 해도 모국어가 무엇인지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음악적 모국어도 그 사람의 음악 세계를 규정짓는데 가장 근간을 이룬다. 모국어는 가장 편하고 자연스럽다. 자유하다. 나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해방시킨다. 남도음악이 음악적 모국어인 사람에게 남도음악만큼 자연스럽고 맞는 음악은 없을 것이다. 남도음악이 음악적 모국어로서 가장 편하다는 말은 이태백 명인에게 해당되는 특수한 가치이다. 그렇다면 남도음악을 음악적 모국어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한국음악의 21세기를 살아내야 하는 후학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남도음악의 가치는 무엇일까? 

 

 남도음악은 오래된 미래입니다. 저의 큰 스승이셨던 박병천 선생은 진도에서 씻김굿을 해온 집안의 16손이라고 합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으니 얼추 500년 이상 되지 않겠어요? 이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 남도음악은 우리 음악의 미래를 열어갈 음악적 자원이자 우리 음악의 보고입니다. (이태백)

 

 

5. 남도음악의 맥(脈)

 

태중에서부터 듣고 배운 음악으로, 어머니 이임례 명창으로부터 소리를 배우고 아버지 이병기명인으로 부터 악기를 배우며 이 길에 들어선 지도 50년이 흘렀다. 남도음악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그리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그의 입에서 뜻밖의 속내를 듣는다.

 

저의 스승이셨던 박병천 선생님과 같은 큰 선생님이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아직도 저는 부족하고 공부가 필요하고 물어볼 것이 많아요. 제가 모르는 것을 물어볼 선생님들은 점점 안 계시는데  저에게 물어보는 사람들만 많아지니 부담이 큽니다. 맨날 나에게 물어보는데 정작 제가 모르는 걸 물어보고 답을 구할 선생님은 안 계시니 옛 선생님이 너무 그립습니다(이태백).  

 

 풍부하다는 말로도 성이 차지 않는, 무궁무진한 남도음악의 속을 알기에는, 50년을 해왔지만 큰 선생님들께 물어보고 공부하고 확인할 것이 아직도 많다고 한다. 어느새 본인이 큰 선생과 명인의 위치에 올라서서 수많은 후학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을 솔직히 토로하는 이태백 명인. 그의 고뇌에 찬 고백이 “50년 해보니 이제 남도음악 다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을 준다. 남도음악에 대한 숙고와 천착이 깊어질수록 거대한 산과 같은 음악 앞에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겸허 해 질 수 밖에 없고 그만큼 더 치열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벼는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평범한 속담이 무게감 있게 의미를 발하는 순간이다.

이태백 명인의 음악인생 50년을 되돌아보는 이번 “남도음악의 맥”은 첫날, 후배와 제자들을 통해 전승되는 남도음악의 현 주소를 보여줌으로써 남도음악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며 둘쨋날, 자신의 음악세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었던 선배 명인들과 함께 과거와 잇댄 남도음악의 현재를 구현해낸다. ‘오래된 미래’라는 역설의 현장이 어떻게 제대로 구현될 것인지, 남도음악의 맥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상상하며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음악회장의 문을 연다.

 

남도음악의 맥 - 이태백 

 

- 일자 : 2016. 9. 3 - 4 

- 장소 : 서울남산국악당

- 프로그램 : 9.3 - 남악전도(南樂全圖) / 9. 4 - 남악진경(南樂眞景) 

- 출연 : 이태백, 이용구, 유경화, 이석주, 임현빈 외 문하생(9.3) 

            안숙선, 김청만, 지순자, 원장현, 김오현, 이태백, 허윤정, 김성아 외(9.4)

 

 

 

주관 : 메타기획컨설팅, 정가악회

- 문의 02-2261-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