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남산골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 말하다
템페스트
글_이은혜
남산골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 말하다 <템페스트> 공연 포스터
"이것은 한국이며 동시에 셰익스피어다!!"
-The Times
"내가 본 중 가장 가볍고 밝고 순수하게 유쾌한 템페스트다"
-Herald Scotland
"셰익스피어라면 이 작품을 자기 집처럼 편하게 행복하게 느꼈을 것이다."
-The Scotsman
"빛나는 연기와 라이브로 연주되는 한국음악.
그러나 현대적인 무대연출이야 말로 이 작품 최고의 백미라 할 수 있다!!!!"
-Edinburgh Festivals Magazine
대체 이 찬사는 무엇을 향한 것이란 말입니까? 바로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를 향한 것이랍니다! 해외의 수많은 평론가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얻은 목화의 <템페스트>는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가장 "밝고 순수하게" + "한국적으로" 각색한 무대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이 <템페스트>는 올여름“남산골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 말하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레퍼토리이기도 합니다.^^
영국이 사랑한 셰익스피어, 그의 마지막 걸작 <템페스트>
목화의 <템페스트> 공연 장면, 마법의 힘으로 원수들을 괴롭히고 있는 프로스페로.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극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극작가로서 '최고'라는 말을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작품들을 남겼지요. 그가 쓴 수많은 희곡들 - 햄릿,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등등등-은 지금도 영화와 연극판에서 끊임없이 재현되고 있답니다. 여러분도 학창시절에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나 <4대 희극> 한 번쯤 도전해보셨지요? ^^
오늘 우리가 이야기 할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가 쓴 마지막 희곡으로, 그가 남긴 희곡들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답니다. 세계가 극찬한 노작가의 세계관을 가장 총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극의 줄거리는 동생에게 속아 왕좌를 빼앗기고 어린 딸과 함께 무인도에 버려진 프로스페로의 이야기로 시작해요.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쫓겨난 프로스페로는 배신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사는 섬 앞으로 원수의 일행이 탄 배가 지나가는 것을 본 프로스페로는 마법의 힘으로 복수의 기회를 잡게 되지요. 그러나 평생 아버지 외에 다른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는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는 섬에서 길을 잃은 원수의 아들 퍼디난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답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아무런 조건도 내걸지 않고 무인도에서 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원수의 아들과 사랑에 빠져버린 딸. 아버지 프로스페로는 이들의 사랑을 용납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꾼' 셰익스피어 vs '이야기 꾸러미' 삼국유사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 공연 장면. 프로스페로의 저주로 배에 불이 난 장면
한편, ‘한국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오태석 연출가의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각색/재구성하여 만든 우리 연극입니다. 템페스트가 삼국유사를 만났다니, 상상이 가시나요?
셰익스피어가 영국의 '이야기꾼'이었다면, 일연의 <삼국유사>는 우리나라의 '이야기 꾸러미'로 알려져 있지요. <삼국유사>에는 그 유명한 단군 신화를 비롯하여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의 역사, 고조선·부여·삼한·가야·후백제·발해 등에 대한 역사가 수록되어 있어요. 뿐만아니라 오래 전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의 신화와 전설 및 신앙, 그리고 효행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 등도 수록되어 있지요. 정말 '이야기 꾸러미'라고 할 만 하죠?
그렇다면 <삼국유사>를 만난 <템페스트>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선 목화의 <템페스트>는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가락국'을 배경으로 한국적인 특성을 살렸다고 해요. 또 눈에 띄는 특징은 영국에서조차 산문화되어 가는 셰익스피어의 주옥같은 대사들이 한국식 운율을 덧입어 재탄생 되었다는 것! 운율이 되살아난 대사들을 통해 16세기 영국 런던의 시장통에서 직접 셰익스피어의 공연을 보는듯한 언어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고 하네요. 더불어 오태석 연출가 특유의 연출력(생략과 비약, 의외성과 즉흥성)과 선조들의 볼거리(백중놀이, 만담, 씻김굿 등)들이 어우러져 보다 다채로운 <템페스트>를 만들어 낸다고 하니,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자부 합니다~!!
세계가 사랑한 우리 연극 <템페스트>
뉴욕 La MaMa 극장에서, 목화의 <템페스트> 공연 장면
목화의 <템페스트>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나 미국의 뉴욕 등에서도 공연된 적이 있답니다. 먼저 에든버러로 가볼까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은 매년 여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개최되는 클래식 음악,오페라, 연극, 춤 공연 축제인데요. 영국의 약 650가지의 예술 문화 축제 중에서도 영국의 문화를 대표하며, 규모와 수준에 있어서 최고를 자랑하고 있어요.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는 2011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축제 기간 동안 가장 뛰어난 작품들에 수여하는 상인 Herald Angels를 수상했고, 2012년 헝가리 줄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2014년 미국 뉴욕의 La MaMa 극장에 초청되어 현지에서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답니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 정말 대단하죠?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계 거장, 오태석 연출가
배우들의 리허설 무대를 직접 감독하고 있는 오태석 연출가
대학시절, 숙식을 해결할 목적으로 연희극회에 들어가게 사건이 결국 평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오택석 연출가. 오태석 선생님은 현재까지 6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쓰고 연출해 온 연극계 거장이세요. 한국의 전통적 소재와 공연기법은 물론, 전 세계의 연극적 요소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만의 독자적 연극세계를 구축해 오셨지요. 또한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되살려 언어에 담긴 문화와 정신을 전승하기 위해 전국의 사투리(함경도, 제주도, 평안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수집하고 이를 연극언어로 발전시키면서, 한국어의 무대언어화에도 큰 업적을 남겨주셨답니다.
오태석 선생님의 대표작으로는 <태>(1974), <춘풍의 처>(1976), <자전거>(1984), <부자유친>(1989),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1990), <내 사랑 DMZ>(2002), <용호상박>(2005) 등이 있으며, 한국어, 영어, 독일어, 일어, 폴란드어 등 전 세계적으로 20여 권의 희곡집이 발간되었습니다. 현재는 목화레퍼터리컴퍼니 대표, 서울예술대학 석좌교수로 제직 중이세요^^
그럼 연극 <템페스트>에 대한 오태석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삼국유사 마지막 5권을 보면 「태풍」에 프로스페로처럼 신비스런 주문을 외워 현세에서 업과 고통을 없애고 복을 구해주는 법사가 많았지요. 프로스페로의 신기한 마술을 우리네 관객 심성에 가찹게 다가들게 하기 위해서는 비과학적이고 비종교적이면서 현세의 바램을 처리해주는 주술을 공부하고 터득한 법사(도사가)로 환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여 프로스페로는 신라시대 혜통과 같은 법사로 등장합니다.
일찍이 우리는 십장생이 그려진 병풍을 방안에 들여놓고 지낼만큼 날짐승, 네발짐승, 물고기를 가차히 하는 풍류의식을 즐기었지요.해서 「태풍」에서 프로스페로가 구사하고 있는 마술이 우리 무대에 자연스레 펼쳐지도록 했고, 동시에 동양화가 가지는 여백과 생략에서 오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적절히 마련하여 군주로서의 본분을 미뤄두고 잠시 「신비스런 주문」 책을 탐구하다가 어린 딸하고 쫓겨나12년 동안 무인도에서 유배생활을 지낸 「프로스페로」가 바로 그 「신비스런 주문」을 동원해서 원수들을 용서하고 원수 집안에 딸을 시집보냄으로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면서 끝내는 명쾌한 얘기를 우리에 소리 몸짓 색깔을 동원 한 필 해맑은 옥양목으로 자아내도록 노력했습니다.”
- 글, 그림 오태석
불로장생과 행복. 현세의 바램을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과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사건 사고는 예나 지금, 동양이나 서양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네요. ^^
오태석과 그 제자들! 극단 목화
2015년 <템페스트> 공연 장면
배우 박영규, 김병옥, 김응수, 손병호, 황정민, 장영남, 유해진, 박희순, 정은표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로 걸출한 배우들을 배출한 극단 목화!! 목화레퍼터리컴퍼니는 오태석 연출가와 그의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1984년 창단된 극단으로, 동시대 서양의 드라마적 요소들과 동양 연극의 전통적인 요소들을 조율하여 목화만의 방법론을 구축해왔다고 합니다.
껍데기는 딱딱하지만 속은 무엇보다 부드러운 목화, 겉과 속이 끊임없이 갈등하는 목화의 성질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너무도 닮았다는 점에서 극단 ‘목화’의 이름을 가져왔다고 해요. 그래서 '목화'의 작품은 우리 전통극의 형식을 활용하면서도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과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고찰하며 드러내고 있다고 합니다. 극단 목화, 우리 연극계의 미래가 든든해지는 이유입니다^^
8월 13일부터 30일까지 3주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펼쳐질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 세계가 사랑한 작가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빌어 세상에 전하고 싶었던 마음, 한국연극계의 거장 오태석과 극단 목화가 펼치는 환상의 무대!
이 엄청난 공연을 놓치시면 후회하시겠죠? 극장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