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프리뷰 2
남산골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 말하다
'문제적 연극' 템페스트
글_이은혜
이윤택 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 공연소개 사진 (출처:명동예술극장 홈페이지)
여러분, 최근 명동 극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 아시나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연출이 직접 쓰고 연출한<문제적 인간 연산>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장수 연극인데요. 조선의 10대 임금이자, 폭군으로 평가받는 연산군의 인간적인 면모와 혁명가로서의 풍모를 강조한 이 작품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연일 매진 하에 공연되었답니다. 이야기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어머니 윤씨에 대한 연산의 그리움에서 시작합니다.
이윤택 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 공연소개 사진 (출처:명동예술극장 홈페이지)
이 작품은 폭군의 대명사로 불리는 연산군의 인간적 내면을 강조하면서, 그가 왜 역사 속에서 폭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폐비의 아들로 자라온 과정은 그에게 어떤 아픔의 연속이었는지를 세밀하게 드러내고 있답니다. 모든 일에 원인과 결과가 있다면, 이윤택 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은 결과보다 원인을 조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한 관점에서 극을 본다면, 연산군의 거친 모습이 어느 한 순간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역사의 참상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요새 가장 핫한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을 살펴보니 생각 나는 무대가 있군요. 원안을 재해석하여 입체적이면서도, 개성이 빛나게 태어난 작품! 2011년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 헤럴드 엔젤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었던 작품! 올여름, 남산골 한옥마을을 뜨겁게 점령할 바로 그 작품! 혹시 여러분 눈치 채셨나요?? 네! 맞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우리식으로 재해석해 각색한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입니다.
재해석의 감칠맛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 공연 장면
요즘 ‘재해석’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는데요. 시와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와 미술작품, 대중가요와 패션, 심지어 요리까지 어쩌면 우리는 ‘재해석’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재해석이란 “옛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해석한다”는 사전적 의미로, 원래의 목적과 의도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수용자 나름의 주관적 해석을 허용하게 되는 것을 뜻하는데요. 시대에 따라 공간에 따라 각 개인의 따라 해석할 수 있는 패러다임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재해석의 맛 아닐까요? 오늘 소개해드렸던 이윤택 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과 곧 서울남산국악당 무대에 오를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 역시 실제 역사와 기존 희곡을 창작자 나름의 안목과 통찰을 거쳐 재해석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오태석 연출의 <템페스트> 공연 장면
그러나 두 작품의 재해석 방식은 약간 차이를 보인답니다. <문제적 인간 연산>이 전통적인 소재와 이미지를 인간이라는 보편성을 가지고 현대적으로 풀어냈다면, <템페스트>는 서구의 원작에 삼국유사의 가락국기를 더함으로써 한국의 전통과 정서를 보다 개성적으로 표현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죠.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우리나라 전통 양식을 연극적으로 무장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어요. 특별히 두 공연에서 모두 나오는‘굿판’ 은 전통연희를 연극으로 담아낸 장면인데요. 이런 특징은 한국 연극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지요.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이러한 특수성이 해외 유명 연극페스티벌에서 더 열광을 받는 이유가 되는 것을 보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명언이 과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 연극계의 견고한 버팀목, 오태석 연출가와 이윤택 연출가
이윤택 연출가(좌)와 오태석 연출가(우)
사실 오늘 소개해드린 두 작품은 한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거장들이신 오태석 연출가와 이윤택 연출가 작품이에요. 그런데 두 분이 스승과 제자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이윤택 연출가가 72년 서울연극학교(현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하셨을 때, 72학번 A반 담임선생님이 오태석 연출가였다는 사실 전설과 전설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연극에 나온 연희단거리패 단원들
두 연출가 모두 현재 한국 연극계의 견고한 버팀목으로, 또 스승님으로 존경받고 계신 분들이시죠. 또한 연극을 통해 한국적인 것의 현대적 정립에 큰 공헌을 이루신 분들이기도 해요. 두 분 모두 한국 전통 연희에 내재한 정신, 소리, 몸짓, 감각들을 연극과 결합시키셨다는 평을 받고 계시죠. 그러면서도 각자의 연극적인 연출 방법과 문법을 고수하신다는 점도 비슷하게 닮아계신답니다. 오태석 연출의'목화'와 이윤택 연출가의 '연희단거리패'는 특유의 연기 훈련법과 무대 사용법을 지닌 극단으로 유명하죠.
<템페스트> 공연중인 극단 목화
그러나 두 연출가는 크게 다른 점을 보이시기도 해요. 오태석 연출이 연극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에 중점을 두신다면, 이윤택 연출은 관극의 재미와 정제된 양식미를 중시 여기신다는 점이에요. 물론 두분 모두 연극의 정신과 재미 모두 강조하시지만 연극의 지향점에서 다른 느낌을 주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한가지, 오태석 연출의 작품은 유쾌하고 밝은 느낌이 강한 반면, 이윤택 열출의 작품은 극의 갈등이 최대치로 표현된다는 특징도 있어요. <템페스트>와 <문제적 인간 연산>만 봐도 그렇지요. ‘프로스페로’와 ‘연산’ 모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외면 받는 인물이지만, <템페스트>에서는 인물의 갈등을 표출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화(火-禍)는 밝은 장면과 유쾌한 노래로 승화되어 버리지요.반면 이윤택 연출의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는 연산의 고뇌가 장면을 거듭할수록 쌓이고, 개혁의 실패와 함께 갈등이 극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오태석 연출은 연극을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술”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요.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의 삶 자체가 비극"일 수 있기 때문에, “허구의 세계라는 것은 삶에서 지친 사람을 구제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절망의 자리에서 용서와 화해를 찾아낸 <템페스트>의 이야기가 지친 우리들의 마음을 구제해주는 위로의 연극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어쨌든 두분 모두 한국 연극계의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한 분이라는 점^^ 앞으로 두분의 공연은 절대로 놓칠 수 없을 것 같지요??!!
셰익스피어는 말했어요.
‘세상은 무대이고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다.’
여러분은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어떤 연극을 만들고 계신가요?
혹시 버겁게 반복되는 일상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궁리만 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이 기회에 좋은 연극 한편 보시는 건 어떨까요? ^^
정신없이 살아가며 놓치게 되는 우리 인생의 의미를 다시금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