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남산골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 말하다

언니들의 국악

해금하는 언니 - 꽃별, 이승희

글_이은혜

시간은 언제나 빠르기만하죠. 새해 계획을 세우던 기억이 엊그제인데 벌써 2015년도 반해가 가고, 계절은 여름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네요. 7월의 둘째 날, 뜨겁게 달아오르던 열기가 가라앉은 남산골 한옥마을의 저녁. 남산골 기획공연, ‘언니들의 국악’의 첫 번째 무대!해금연주회가 열렸습니다~

"이 좋은 장단과 이 좋은 선율을 만났으니 어디 그냥 갈 수 있겠느냐!" 

​꽃별과 이승희는 국악의 현대화, 그중에서도 해금의 대중화를 위해 성실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솔리스트로 알려져 있죠. 캄캄한 무대 위로 조명이 켜지자 꽃별 씨가 등장하셔서 이승희 씨의 무대를 소개해주셨어요. 알고 보니 꽃별 씨과 이승희 씨는 같은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같은 선생님께 해금을 배웠다고 해요.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자로 서로에게 자극을 주며 함께 학창시절을 보내왔기에,꽃별 씨는 “소리만 들어도 승희의 해금 연주를 단번에 알아 챌 수 있었다”고 하셨어요. 그만큼 이승희 씨의 해금 소리는 자신만의 색이 있고, 참 좋다고 말씀하셨죠. 오래된 벗이 인정하는 해금 소리라니, 어서 듣고 싶었답니다!

이승희 공연장면, 산조 가락에 맞춰 춤

 

관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소박하고 정갈한 한복 자태를 뽐내며 무대 위로 등장한 이승희 씨! 작은 체구에도 뭔가 단단하고 강렬한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어요. 곧바로 그녀의 ‘소리’가 두 줄의 명주실 사이로 흐르기 시작했답니다. 타악기들과 함께 울려 퍼지는 해금의 소리는 구슬프면서도 당당하고, 우아하면서도 생기가 넘쳤는데요. 그 가락을 더욱 신명나게 만들어줄 무용수가 무대에 등장해 전통 춤 사위 판이 벌어졌답니다.

   

“그나저나 날도 텁더구리 한데, 사람 한번 참 많이 모였구나! 여기 저기 팔도강산을 유랑을 가던 차에, 이 좋은 장단과 이 좋은 선율을 만났으니 어디 그냥 갈 수 있겠느냐. 신명나게 춤 한번 추겠다!”

해금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요청(?)으로 춤을 선보이는 이승희 씨

 

관객들의 환호와 함께 광대는 각 지역의 춤을 추고 해금은 각 지역의 소리를 냈는데, 그 광경이 정말 흥겹고 재미있었어요. 춤꾼은 가락에 맞춰 멋진 몸짓을 만들어 내고, 악사는 그 몸짓을 도와 소리를 내면서 하나의 훌륭한 ‘판’을 만든다고 할까요? 관객들 모두 하나가 되어 어깨춤을 들썩이는가 하면, 누군가는 “얼쑤~” 하며 함께 장단에 맞춰 하나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 진다는 게 정말 국악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모두가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판'

한바탕 흥겨운 연주가 끝나고, 토크타임!! 이승희 씨는 “해금이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닮아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의 속내를 이야기 하는 것이 해금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고 하시면서, “모두가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그런 판이 오늘의 주제”라고 하셨지요.특별히 기억에 남는 말은 “함께 웃고 신명나게 놀 수 있는 판이 있다고 하면,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중요한 판이 아닐까 싶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런 의미로 심청가 중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판소리 대목을 들려주셨어요.

 

심청이가 바다에 몸을 던질 때 심정이 얼마나 두렵고 떨렸을까, 사람들은 왜 그 불쌍한 소녀를 도와주지 못했을까. 그런 마음에 집중하면서 현재를 사는 우리 주변에는 어떤 아픔이 있는지, 또한 어떻게 손을 내밀며 살 수 있을지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판소리와 함께 올려진 해금 연주

 

이승희 씨의 무대는 기품이 있으면서도 뜨겁고 아주 빛나는 느낌이 있었어요. 우리 전통 가락 속에, 우리들의 삶에 대한 소리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진솔하게 담겨있었지요. 정말이지 ‘한’과 ‘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마음이 꽉 차는 시간이었답니다.

 

삶을 힐링하는 해금의 울림 - 꽃별

다음으로 꽃별 씨의 무대! 이름처럼 머리에 큰 꽃 장식을 달고 등장하신 그 자태가 처음부터 아주 인상적이었는데요. 역시 꽃별 씨의 해금 연주도 기대에 못지않게 개성이 넘치고 특별했어요. 건반, 기타, 아코디언, 퍼커션과 합주되는 해금의 소리는 또 다른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어요.

언니들의 콘서트 2부 - 꽃별 씨의 무대

 

꽃별 씨는 대학 재학 시절 소리꾼 김용우의 밴드 멤버로 활동하던 중, 2001년 일본 공연을 통해 현지 관계자의 눈에 띄어 일본에서 데뷔하셨다고 해요. 2003년 1집 [Small Flowers]를 시작으로 [Star Garden], [Fly Fly Fly], [Yellow Butterfly], [숲의 시간]까지 다섯 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셨다고 하니 정말 국악의 대중화에 힘쓰고 계신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서는 <월하정인>, <비 그치는 소리>, <Fairy Tale, Spain> 등의 곡을 연주해주셨는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월하정인> 이라는 곡이랍니다. 혜원 신윤복의 그림 ‘월화정인’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하셨는데요, 정말 그림 속의 선비와 여인처럼 닿을 듯 말 듯 한 아스라한 인연에 대한 수줍음, 혹은 그리움이 잘 드러나는 곡이었어요. 눈을 감고 들으니 더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답니다. <비 그치는 소리>는 비가 오는 날의 안개가 느껴지는 곡이었어요. 비를 맞고 있는 유리창, 나뭇잎의 떨림을 해금 연주를 통해 들으니 훨씬 감미롭다고 할까요?!

꽃별 공연 장면

 

뜨거운 정열과 찬란한 지중해가 느껴지는 <Spain>이라는 곡을 마지막으로 꽃별 씨의 연주가 막을 내렸어요. 모든 연주자들이 떠난 빈 무대에는 여전히 여울진 가락이 머무는 것 같았고, 돌아가는 발걸음도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해금, 작은 울림통과 두 줄로 이렇게 다양한 삶의 노래를 담아낼 수 있다니!!

해금이 이렇게 매력적인 악기인지 새삼 깨달았던 시간이었어요.

해금하는 언니들 덕분에 정말 제대로 힐링한 날이었답니다~

여러분도 오늘, 해금 한 곡조 들어보시는 것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