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프리뷰]

남산골기획공연 <언니들의 국악>

앵비 창작프로젝트 <이상 사회>

글_이은혜

최근, ISSP라는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직무만족도와 직무스트레스 비율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그 결과가 다소 충격적이에요. 우선 “하는 일에 만족한다”는 직무 만족도 비율은 우리나라가 69%로, OECD 평균인 81%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고요. “일할때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직무스트레스 비율은 우리나라가 87%로, OECD 평균인 78%보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직장인 스트레스 수준, 과연 세계적이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뜨거운 여름, 일터에서 더 열을 받고 계신 분들도 계신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우리들의 지친 여름을 달래줄 “남산골 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 말하다” 그 중 <언니들의 국악> 세 번째 공연은 국악계의 걸그룹, 앵비의 <이상 사회>입니다.

 

 

대세는 걸그룹, 국악계를 접수한다!

5인조 경기소리그룹 "앵비"

 

올여름 가요계는 ‘걸그룹 대전’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죠. 여기, 국악계에도 걸그룹 못지않은 아름다운 언니들, ‘앵비’가 있답니다. 채수현, 이미리, 김미림, 최주연, 성슬기 다섯 명의 젊은 소리꾼들이 모여 만든 경기소리그룹 ‘앵비’는 꾀꼬리 앵鶯에, 날 비飛를 써서‘꾀꼬리 날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매 공연마다 아름답고 어여쁜 모습으로 무대를 장식하면서 국악계의 걸그룹으로 정평이 나있답니다.

 

​이번 여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다섯 명의 언니들이 보여줄 무대는 이전에 비해 더욱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다름 아닌 ‘노동요’를 통해 일상의 희로애락을 신명나게 풀어낸다고 합니다.

 

 

장그레도 울고 갈 노동요

앵비의 <굿 들은 무당> 공연 장면​ 

 

작년 가을,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 <미생> 기억 하시나요?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드라마를 보며 마치 장그레, 안영이, 김동식, 오상식 차장이 나인 것처럼 ‘격한 감정 이입’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눈물과 한숨을 담았던 영화 <카트>도 이 시대 노동자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던 영화였죠. 이렇게 동시대의 노동자들의 모습을 앵비의 <이상사회>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요. 회사원, 선생님, 서비스업종사자, 주부, 계약직인지 비정규직인지 하는 5인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녹아있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 전쟁으로 시작하는 하루, 일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새도 없이 피곤함으로 얼룩지게 되고,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지친 하루가 저물면 노동으로 녹초가 된 심신은 노래로 여울지며, 곧 무대는 한판의 놀이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어럴럴럴 상사디

한일자로 늘어서서

출근전쟁 시작하세

부딪히고 북적대도

피할 수 없는 새벽의 공기

지각이다 또 늦었다

상사 눈치 각오하자

달려가자 달려가자

넥타이를 졸라매고

커피타는 일과시작

 

ㅡ 앵비 <이상 사회> 일부 

 

 

노동하는 사회, 노래하는 인간

여러분은 노동요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농업과 어업, 수공업 등에 종사해 온 우리 민중은 노동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하루 종일 몸을 놀리고, 땀을 흘려야 했던 노동은 고단하고 지루했겠지요. 그 노동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 그리고 더 즐겁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갖가지 민요를 지어 부르며 일하는 삶의 애환을 풀어냈어요. 그것이 바로 노동요랍니다. 노동요의 종류는 생각보다 무척 다양해요. 거의 모든 형태의 일에 민요가 결부되어 있는데요. 농사에 관련한 노동요만 봐도 그 종류가 세밀하다 못해 어마어마하답니다.​​

 

논가는소리, 논파는소리, 물품는소리, 논고르는소리, 거름내는소리, 논삶는소리, 못자리만드는소리, 논둑쌓는소리, 모찌는소리,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뒷풀이하는소리, 새쫓는소리, 벼베는소리, 볏단묶는소리, 볏단나르는소리, 볏단쌓는소리, 볏단내리는소리, 볏단세는소리, 벼터는소리, 도리깨질하는소리, 검불날리는소리, 탈곡하는소리 등!!!

 

헉..헉.. 이 많은 노동요를 다 외우셔서 부른 조상님들도 대단하시죠! 거의 모든 노동의 과정에 노래는 필수였던 것 같아요. 즉 노동요 그 자체가 노동의 한 부분이었다 할 수 있겠죠?^^

 

 

뮤지컬 속 노동요 엿보기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장면

 

국악공연은 아니지만 뮤지컬 속에서도 노동요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음악과 드라마를 절묘하게 섞어 앙상블이 부르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더욱 생생하게 들리기에 몇 곡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그 첫 번째 곡은 <레미제라블>의 "Look Down", 죄수들이 노역작업을 하면서 부르는 곡으로 2013년 공군 제작의 '레 밀리터리블'로 코믹하게 리메이크되기도 했었죠. 그만큼 노동의 고단함이 매우 잘 드러나는 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미제라블> 속 공장 노동자들이 부르는 "At The End Of The Day" 라는 곡도 대표적인 노동요로 꼽을 수 있는데요. “해는 떨어져도 또 하루 우리는 늙어간다” 는 내용으로 이 곡 역시 에너지 넘치는 비트와 가사를 통해 노동자들의 심경을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장면

 

다음으로는 <빌리 엘리어트>의 "The Stars Look down". 이곡은 극중 주인공 빌리의 아버지와 그의 광부 동료들이 지하 탄광으로 내려가며 부르는 노래인데요. 직접적인 노동요는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붙잡고 일터로 가는 아버지들의 마음이 잘 녹여져 있답니다. (듣다가 눈물이 날지도ㅜㅜ)

뮤지컬 <빨래> 공연 장면

 

마지막으로 창작 뮤지컬 <빨래>의 "어서오세요 제일서적입니다" 는 서점직원들이 애환과 감정노동을 코미디 송으로 표현한 곡인데요. 요즘 사회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답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인 당신을 위한 공연

앵비의 <굿 들은 무단> 공연 장면

 

여러분도 일하시면서 노래를 부르시고 계시나요? 정신없이 바쁜데, 노래라니 큰일 날 소리라고요? ​맞아요. 모든 것이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 이 시대, 사람들은 더 이상 노동요를 부르지 않지요. 예나 지금 이나 모두 열심히 일하는 건 똑같은데, 그렇다면 우리는 노동하는 그 순간의 고단함을 이제 무엇으로 위로 받을 수 있을까요?

 

여기, 다섯 명의 소리꾼 ‘앵비’가 현재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노동에 ‘노동요’라는 새 옷을 입혀, 노동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노동하는 삶의 풍요로움을 전할 예정입니다.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내일을 살아갈 힘과 위로를 얻고 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