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국악, 시대를 말하다 - 언니들의 국악

앵비 창작 프로젝트 <이상 사회>

글_이은혜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공연된 앵비의 창작프로젝트 <이상 사회>

 

"안녕하신가요?"

​여러분, 오늘도 누군가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셨지요?

안녕하시냐는 말은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인사가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를 만나면 처음 묻게 되는 말. 그런데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녕하냐고 묻는데, 실상 나 자신은 진짜 안녕한건지.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다 보면 진짜 내 자신은 안녕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그 때 마다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응원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날이에요.

 

지난 7월 16일 – 18일, 우리에게 '안녕을 물어주는 공연'이 열렸었지요. 바로 남산골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 말하다 <언니들의 국악>중 ‘앵비 창작프로젝트 이상사회’입니다!

공연 전, 서울남산국악당 로비 풍경

 

남산골 한옥마을 국악당에 들어서자 로비에는 많은 사람들이 리본에 소원을 적고 있었어요. 과연 무슨 의미일까 의아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열심히 적으면 소원이 이뤄질 것 같아서 간절한 맘으로 한바닥 적었지요^^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에 설치된 소망 나무에 리본을 매달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쭈뼛 쭈뼛하던 관객들도 한사람 두사람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직접 무대로 올라와 소원 리본을 매달았어요. 풍성해진 소원나무를 두고, 각 소망이 이뤄지길 빌면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답니다.

 

<이상 사회> 공연 모습

 

첫 무대는 국악공연이라기 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채워졌는데요. 어딘가를 향해 죽도로 달리는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맨발에 정장 바지를 입은 국악 무대라니... 심지어 ‘노동 인권 보장’ 이라는 메시지로 강렬하게 시작한 오프닝. 이 이야기가 보통의 국악공연과 다르게 어떻게 펼쳐질까 절로 궁금해지더라고요.

앵비 <이상 사회> 공연 장면
 

앵비의 이상사회에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이야기였어요. 언제나 피곤한 학생들을 가르쳐야만 하는 선생님, 아침부터 출근전쟁으로 시작해 종일 업무에 시달리는 회사원, 하루 종일 웃음을 선사하는 서비스업 종사자, 일거리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주부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하루 종일 고생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니 더욱 공감 되면서, 뭉클해졌어요.

 

 

 

가장 힘든 순간에 부르는 가장 즐거운 노래

앵비 <이상 사회> 앞부분. 다양한 경기민요를 선보이는 앵비 멤버들

 

이번 공연이 가진  또다른 특징은 모든 음악이 '민요'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어요. '민요'는 옛부터 우리 민족의 정서와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지금의 유행가 또는 대중가요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입에서 입으로 쉽게 불렸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이번 공연에는 흥성 모심는 소리 '어럴럴럴 상사디아', 경기 민요 '늴리리야', '신고산타령', '태평가'등이 노동요의 가사로 각색되었답니다. 모든 각색은 앵비 멤버들이 직접 써 내려간 것이라 해요. 소리꾼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그들의 고민과 마음이 담긴 무대였겠지요?

 

일을 할 때 힘들고 지치는 순간마다, 다시 힘을 내기 위해 부르던 노동요. 노동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 그리고 더 즐겁게 일하기 위해서,옛부터 사람들은 갖가지 민요를 지어 부르며 일하는 삶의 애환을 풀어냈죠. ​아~ 정말 우리 민족에는 한과 흥이 동시에 있는 것 같아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힘 이 낙관의 힘이야 말로 정말 물려받아야할 전통이지 않나 싶습니다. ^^

앵비 <이상 사회> 공연 장면

 

이처럼 멋진 이중성을 보여준 앵비의 이상사회 공연은 무엇보다 '조화로움'이 특징이었다고 생각해요. 국악이라는 매개 안에서 음악과 스토리, 안무와 의상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단지 전통 국악 공연의 기능을 넘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감성과 메시지를 적절하게 전달해주었지요. 그 통로가 국악이었다는 점이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왔고, 무언가 한국인으로서의 본연적인 정서가 터치된 기분이라 할까요^^?? 확실한건 마음 한켠의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무대였다는 것이죠~!!

 

 

위로와 행복- 지금, 여기서부터

앵비 <이상사회> 공연 장면
  

부족할 것 없어보이는 현대사회. 어쩌면 우리에게는 진정한 위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하루하루 정신없이 더 잘하기 위해, 더 잘나기 위해, 더 벌기 위해, 스스로를 더욱 몰아세우며 안녕하지 못할 때가 훨씬 많았으니까요.

 

여러분은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혹시 그렇지 못하다면 조금 긴장을 풀고 스스로를 위로해 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음.. 노동요까지는 아니어도 신나는 노래를 흥얼거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설사 이상적이기보다는 이상하기만 한 사회라 할지라도,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니까요. 모두 안녕한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