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남산골기획공연 - 국악 시대를 말하다
소리하는 언니 – 박민정의 장태봉
글_이은혜
7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었던 창작판소리 <장태봉> 공연 모습
요즘같이 후덥지근한 날엔 갑갑한 가슴을 뚫어줄 판소리가 제격이죠. 가슴 깊이 끌어 올려 내지르는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듣는 속이 다 시원하고 체온이 1도씩 내려가는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찾았습니다. 기운찬 남산의 정기와 쾌적한 한옥의 정취 속에서 펼쳐지는 한바탕의 판소리. 바로 박민정의 ‘장태봉’입니다.
남편은 놀부, 애~들은 흥부자식!
창작판소리 <장태봉> 공연 장면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유명한 ‘놀부’의 마누라 이야기에요. 그러나 흥부네처럼 자식이 9남매나 된다는 설정이지요. 그런데 이 놀부라는 남편은 자식이 아홉이나 되는데도 누구하나 살뜰히 보살피지도 않고, 바르게 교육시키지도 않고, 그 많은 돈 중 한 푼이라도 자식을 위해 쓰려 하지 않아요. 하물며 부인에게도 멋드러진 옷 한 벌, 귀부인 대접 한 번 해주지 않지요. 게다가 '남편복 없는 여자는 자식복도 없다더니', 어느 날 놀부 아내 장태봉은 첫째 아들이 관아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을 빼내기 위해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른 자녀들의 문제들도 함께 맞닥뜨리게 됩니다. 어느 하나 예외 없이 골고루 속을 썩이는 자식들과 괴팍한 남편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모성을 지키는 장태봉 여사의 소리를 들으며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랍니다.
창작판소리 <장태봉> 공연 장면
장태봉! 내용을 가늠할 수 없는 제목이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것처럼 익숙하기도 하지 않나요? 실제로 장태봉이라는 이름은 작가님의 외할머니 함자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괜히 더 친숙했던 걸까요? ‘엄마’ 장태봉이 무대에 들어서자, 무언가 따뜻하고 평화로워 지는 분위기였지요. 거기에 자식들을 종이인형으로 표현해, '엄마가 없이는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우리들의 연약한 모습'이 소리와 함께 재밌게 그려졌더라고요. 그렇게 칭얼거리는 자식들을 따뜻하게 어르고 달래며 엄마 ‘장태봉’의 인생사는 웃음과 슬픔을 그야말로 '웃프게' 오간답니다.
어머니 장태봉, 또한 엄마 박민정
창작판소리 <장태봉> 공연 장면
우리 시대 대부분의 엄마라는 존재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헌신해오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에요. 그렇게 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오지만, 보답을 받기 보다는 더 큰 사랑을 끊임없이 퍼주는 존재. 언제나 가난한 우리들의 마음과 배를 가득하게 채워주는 존재. ‘엄마’는 말로 한정 짓기에는 너무나 크고 넓은 존재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자식 된 우리는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엄마를 또 때론 가장 함부로 대할 때가 참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찔리신다고요?? 아마 그 누구도 예외가 없지 않을까요^^
소리꾼 박민정님도 두 아이의 엄마라고 하시죠. (믿겨지지 않을 만큼 동안 미모를 자랑하시지만요^^) 그래서 그런지, 엄마 장태봉의 마음을 실제로 깊이 헤아리며 소리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극 중 자식을 대하는 목소리나 눈빛에서 진심어린 사랑과 애타는 마음이 느껴졌는데요. 그런 모습을 보고 또 듣는 관객으로서도 장태봉에게 더 깊이 감정 이입할 수 있었답니다~
극의 마지막은 결국 망한 놀부네 집안이 산속에 들어와 살게 되는데요. 다행히도 놀부는 정신을 차려 개과천선을 하고 가족은 다시 사랑으로 하나가 됩니다^^ 결국 가족을 지킬 수 있었던건 엄마 장태봉의 사랑과 헌신이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 였습니다~
무대를 닫으며
공연을 마친 박민정과 <장태봉> 스탭들
공연을 마친 박민정씨는 "따뜻한 공연이었다고 거듭 말씀해주셨지만, 실은 내가 더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남산국악당을 들어서던 그 길, 연습하다 바깥 공기 마시러 나갔을 때의 그 정경. 자연이 어우러지던 그곳의 기운과 기획팀의 따뜻한 관심이, 연주자로서 오롯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받아 든든하게 보호 받는 느낌이었다"고요.^^ 저희도 참 고마운 마음입니다 ^^
이번 공연은 특별히 1인 창작 판소리 극으로 소리꾼 박민정씨가 혼자 1인 다역을 연기하면서 끌어가는 것이 관람의 묘미었는데요. 한과 흥의 정서를 모두 오가며 깊은 소리를 뽑아내시는 박민정씨의 그 열정이 정말 멋지고 대단했습니다. 또한 엄마라는 소재로 국악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함께 조명하는 시도도 무척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
역시! 무더위엔 신명을 울리는 판소리가 특효약인 것 같아요~ 판소리 특유의 해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여러분도 여름 피서지 멀리 찾지 마시고, 남산골에서 국악 공연 한판 어떠신가요^^?